[특별기획②] ‘비리백화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무슨일이?
재발방지책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수법도 기가 막혀” 다양한 수법에 대책 마련 시급
조직개편·부패방지 등 4대 프로그램 실용성 의문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비리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무)내부가 흉흉하다. 인건비 착복, 업무상 비리, 뇌물 비리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계속되면서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마저 쓰게 됐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재발방지책이 비리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지 않아 논란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어촌 기반 시설을 유지·관리하고 농어촌 용수와 지하수를 개발하며 농지 재개발 사업 등을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기업이다. 전국 93곳에 지사가 있고 전체 직원은 5100여 명이다. 공사의 올해 예산은 3조5000억 원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부터 매년 1조 원씩 자산총계가 증가해 지난해 농어촌공사 자산총계는 10조 원에 육박한다.
농어촌공사는 표면상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통제는 엉망인 실정이다.
지난해 6월 1급 간부로 퇴직한 농어촌공사 직원 2명이 2013년부터 2014년 사이 “공사계약을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여 업체로 부터 각 각 1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나 구속됐다. 2014년에는 1997년 승진시험 출제 및 관리 등을 위탁한 한국생산성본부 직원과 농어촌공사 직원이 결탁해 승진시험지를 빼돌리고 대가로 6억 원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등 2012년부터 2015년 5월까지 업무상 비리(뇌물수수)로 52명이 적발돼 50명이 파면 또는 해임을 당했다.
농어촌공사의 비리는 한두 해 동안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남본부 부장이 부하 직원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하도급 공사를 직접 한 것처럼 꾸며 인건비 허위 청구 방식으로 11억1000만 원을 받는 등 20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된 일도 있다.
개인 주머니 채우기 급급
특히 이 과정에서 농어촌공사 직원 7명이 연루돼 4명이 구속기소되며 비리의 민낯이 노출됐다.
또 경기 파주경찰서는 우수·오수 방류를 승인해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 4급 간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하고 A씨의 상급자와 공장 허가를 위해 A씨와 땅을 교환한 업자, 업체 직원, 중개업자 등 총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부동산개발업자인 C씨가 우수·오수 방류가 승인되지 않아 공장허가가 불가능한 처지에 놓이자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파주시 땅과 내 토지가 붙어 있으니 같은 면적(384㎡)를 맞교환하고 내 토지에 진입로를 만들어 주면 승인해 주겠다”고 제안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자신이 소유한 길이 없는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 3418㎡ 가운데 384㎡(116평)를 C씨와 맞교환 하면서 맹지가 풀렸고 이로 인해 3.3㎡당 45만 원 하던 땅값이 120만 원까지 상승했다. 경찰은 A씨가 2015년 11월 자신의 토지를 3.3㎡당 120만 원에 팔아 7억7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용직 인건비 비리’는 농어촌공사의 허술함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해당 비리 사건은 농경지 중금속 오염 실태와 지하수 조사 등의 사업 과정에서 벌어졌다. 공사는 이런 용역 사업을 할 때 일용직 인부를 고용하고 인건비와 숙식비는 인부 계좌로 보내준다. 이 과정에서 농어촌공사의 한 과장은 2013년 현장조사 업무를 맡게 되자 가짜 인부 3명을 구했고 중금속 조사 인부로 허위 등록해 8개월간 인건비 4000만 원을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그 계좌 통장과 현금카드는 그 과장이 갖고 있었고 과장은 비리에 동원된 가짜 인부들에게 통장 대여 대가로 480만 원을 줬고 나머지 3500만 원은 자신이 챙겼다.
뿐만 아니라 과장은 사업장에서 다른 인부 2명을 허위 고용해 인건비 1400만 원을 가로챘다. 과장의 상급자인 차장 역시 가짜 인부 3명을 구해 과장이 써먹은 수법 그대로 2800여만 원을 챙겼다.
특히 이들의 상급자인 부장은 인부들이 실제 일하는지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직원들이 보고하는 대로 인건비 결재를 해줬다가 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오명 씻기 나선 농어촌공사
농어촌공사는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고 93개 지사 중 12개를 감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올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부정ㆍ부패방지 4대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업무와 관련된 취약 분야를 선정하고 부패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해 부정·부패가 더는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국농어촌공사는 비리직원에 대한 중징계 역시 단행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현장 인부임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징계요구를 받은 관련자들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파면·해임 등 중징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비리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제도개선 대책을 추진하고,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며 “유사한 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내부통제시스템이 확고히 정착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내부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타 공사를 예로 지역본부에도 별도 감사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비리 근절 등의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농어촌공사 역시 재발방지책 등을 마련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