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저작권 공방

2007-09-12     신연희 
방영 전부터 피의 법정투쟁

배용준 출연, 450억 제작비로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대작 ‘태왕사신기’에 대한 저작권 공방이 있었다. 그리고 9월5일 법원에서는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방영금지가처분과 제작금지지가처분 소송을 청구했던 ‘잃어버린 한국 고대사 연구회’의 홍순주 회장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홍 회장은 ‘태왕사신기’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주장한다. 첫째는 자신이 이미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했던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저작권 침해 부분이며, 두 번째는 한일 고대사의 중요 쟁점에 관한 드라마의 역사 왜곡 부분이다. 이번 법원의 기각 판결에 대해 홍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국내 저작권 침해 소송에 대한 판례를 바꿔 보겠다며 상고 의지를 피력했다.



홍 회장은 저작권 침해 소송과 관련, 이름 없는 많은 작가들이 시나리오를 제작사에 보여준 후 아이디어를 뺏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작가에게 판권을 구입하거나 미리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제작사에서 임의대로 해당 원고를 전문적인 제3의 작가에게 맡겨서 원작과 다르게 상업적으로 각색한 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저작권 침해 소송과 관련, 외국의 경우 원고를 보여줬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하지만 우리나라는 결과물만 가지고 판단한다. 원고를 대부분 각색해버리면 내용이 달라진다.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재판부에서는 아이디어를 가져갔더라도 표절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이런 식으로 저작권을 침해당했을 것이다.”


검토 중이라더니 돌연 제작발표회?

홍 회장은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위해 ‘천신의 사자 광개토대왕’이라는 제하의 영화 시나리오를 저술한 후 2004년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했다.

한일 고대사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많은 관객들이 보게 된다면 학술대회 백 번 유치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주변 지
인들은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홍 회장에게 조언했고 이에 홍 회장은 시나리오를 들고 2004년 5월경 MBC 드라마국 관계자에게 보여준다. 홍 회장은 “당시 MBC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며 학술대회자료와 논문 등을 가져오면 김종학 씨와 연결해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홍 회장은 자료를 보냈고 “검토 후 연락을 주겠다”, “검토 중이다”라는 말만 계속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4개월 후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가 열렸
고, 홍 회장은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홍 회장은 그 이후 김종학 프로덕션의 마케팅 담당자와 만난 자리에서 “MBC에서 김종학을 소개받아 광개토대왕에 관한 드라마 제작을 상의했고, 나는 저작권이 등록된 시나리오가 있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송지나 작가에게 보여줘야 하니 시나리오를 달라”고 요청햇고 이에 광개토대왕의 한일 고대사가 담긴 자신의 시놉시스를 보냈다고 한다. 담당자는 “송 작가에게 보여주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고, 그로부터 한 달 뒤 “송 작가가 협력작업을 거부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홍 회장은 자신의 시나리오가 작품에 쓰이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 판결 불복

홍 회장은 드라마가 무산됐다고 생각한 후 자신의 후배였던 장 모 감독에게 자신의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했고, 장 모 감독은 “일본의 투자자 손 모 씨와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손씨에게 제안해보겠다”고 홍 회장에게 답변했다. 이후 투자자 손씨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장 감독의 대답에 홍 회장은 시나리오를 장 감독에게 보냈다고 한다.

홍 회장의 시나리오는 장 감독과 손씨 외에도 배용준, 김종학 씨까지 보게 됐다고 홍 회장은 주장했다.

“손씨는 드라마 ‘겨울연가’를 수입한 일본 회사의 대표이며, 배용준의 일본 활동 매니저이다. 이후 배용준의 기획사와 손씨의 일본 회사의 한국지사, 김종학 프로덕션이 협력지사임을 알았다.”

결국 시나리오와 학술 자료를 제공한 홍 회장이 배제된 채 드라마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 홍 회장은 MBC와 김종학 프로덕션, 청암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드라마 제작·방영금지 가처분을 작년 12월과 올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신청했지만 9월5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홍씨의 신청을 재차 기각했다. 기각
사유에 대해 “홍씨의 시나리오와 태왕사신기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과 모방된 부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홍씨는 계속해서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각색, 변경만 하면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또 양측의 시나리오를 제출해서 비교할 수 있도록 판사가 문서제출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판사에 따라 제출명령이 내려지기도, 내려지지 않기도 한다. 훔쳐오든 뭘하든 원고를 구해서 증명하는 것은 직접 할 일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입
장이다.”

이렇게 홍 회장은 저작권 침해 소송에 대한 재판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2006년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간 ‘태왕사신기’는 논란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11일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