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 비리 의혹

감독 박수환 ‘현대판 내부자들’ 내막 들여다보니…

2016-09-02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유력 언론사의 논설주간, 대기업 총수, 차기 유력 대권후보. 영화 ‘내부자들’에서 보여준 언론권력, 경제권력, 정치권력의 완벽한 ‘트라이앵글 조합’이 현실화 됐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수사를 벌이는 도중 로비스트 박수환을 중심으로 한 일명 <박수환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 ‘조국일보’ 이강희 주필(백윤식)-‘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 ▲ ‘미래자동차’ 회장 오연수(김홍파)-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상태 ▲ 우장훈 검사(조승우)-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완벽히 들어맞는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라는 비난마저 나온다. 조선일보-대우조선해양-산업은행. ‘현대판 내부자들’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조선일보 아닌 송희영 개인의 일탈일 가능성 더 커”
“김진태 ‘밥값’ 했다. 정보 출처 밝힐 필요 없어…”


지난 22일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의 박수환 대표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송희영 전 주필에 대한 의혹이 최초로 제기됐다. 박 씨의 로비 대상에 포함된 주요 인물로 송 전 주필이 거론된 것이다.

청와대 역시 같은 시점에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비판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26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과 유력 언론사 고위 관계자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제기했다. 2011년 9월 당시 남 전 사장과 유력 언론인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그리스 산토리니까지 호화 전세기를 타고 여행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김 의원은 송 주필의 실명과 함께 추가 의혹을 제기했고 송 주필은 “조선일보 주필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며 주필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검찰은 송희영(62) 전 주필을 출국금지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송 전 주필은 2011년 9월 대우조선으로부터 ‘이탈리아-그리스 호화 여행’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우호적인 사설과 칼럼을 써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 남상태(66)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직접 개입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나아가 검찰은 이 여행에 동승한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박수환(58)씨에 대해서도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 세 사람이 대우그룹 본사 지하 중식당에서 수년간 정기모임을 해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박수환 대표가 회사 계좌에서 수시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정황을 잡고 그의 은행 대여금고를 압수 수색해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번 비리가 고작 박 대표 개인의 ‘별건 비리’에 그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와 뉴스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추적할 만한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檢 대우조선 경영비리 수사
→<박수환 게이트> 방향 전환


대우조선의 경영비리 수사가 ‘정·관·언 로비 게이트’로 확산, <박수환 게이트>가 열리게 됐다.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심각한 부실로 내몬 정치권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환으로 검찰은 ‘대우조선 비리 수사’에서 민유성(62) 전 산업은행 회장 겸 은행장과 박수환 대표 그리고 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 3각 유착 정황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박수환 대표가 2009년 남상태(66)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 명목으로 ‘3년간 26억 원’의 고액 홍보계약을 따낸 당시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수장이 민유성 전 회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송희영 전 주필은 남상태 전 사장 재임 시절, 박수환 대표와 함께 대우조선이 제공한 2억 원 상당의 호화 출장을 다녀온 데 이어, 지난해 4월 청와대 핵심 인사에게 고재호(62) 당시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을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이 경영난에 시달린 시기였지만 이 여행엔 10인승 호화 전세기(8900만 원)와 호화 요트(하루 임대비 3340만 원)가 동원됐다. 이에 검찰은 송 전 주필이 2009년 초 남 전 사장의 연임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박수환 대표가 남 전 사장 로비를 위해 받은 26억 원 중 일부가 송 전 주필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막을 들여다볼수록 영화 ‘내부자들’이 오버랩된다. 영화에서 ‘조국일보’ 이강희(백윤식) 논설주간은 대기업과 정치인을 조종하는 막후 실세로 등장한다. 그는 이들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펜의 힘’을 적극 활용해 도움을 준다. 이 ‘권력의 삼각형’을 무너뜨리는 것은 우장훈(조승우) 검사였다. 이 같은 영화 속 내용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초호화 유럽 여행을 제공받았고, 이 시점에 송 주필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우호적인 사설을 수차례 게재했다. 이를 최초 폭로한 인물은 검사 출신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진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영화 ‘내부자들’이 단순히 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려 주었다.

靑 “우병우로 송희영 물타기 말라”
朝 “송희영으로 우병우 물타기 말라”


한편 일각에선 송 전 주필이 받은 ‘초호화 여행 접대’가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각을 세우게 된 ‘시발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조선일보 편집인 겸 주필 송희영이 대우조선 해양 로비스트 박수환 등과 초호화 유럽 여행 ▲ 송 전 주필은 이 시점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우호적 사설 수차례 게재 ▲ 박수환 수사 도중 조선일보의 비리가 오르자 조선일보는 청와대의 사정 총괄자인 우병우 수석을 ‘정조준’하며 방어적 선제공격 ▲ <박수환 게이트>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상황 급반전 ▲ 송희영 전 주필의 친형이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였던 것으로 드러나 ▲ 설상가상으로 MBC가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 간의 우병우 관련 통화 사실 보도 ▲ 조선일보 우병우 관련 기사 급감. 1일 자 ‘우병우’ 관련 기사는 사회 10면 상단 박스기사 하나와 사설뿐 ▲ 친박과 청와대 쪽에 주도권 넘어간 모양새

이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와 조선일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배를 탔다. 대선 직전 ‘국정원녀 사건’에서도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며 “또한 검찰이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본격화한 2013년 9월에도 조선일보는 채동욱 총장 혼외자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채 종장은 결국 사퇴했다. 이후 ‘정윤회’ 사건 때도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코드를 맞췄다. 그러나 4·13 총선 직후부터 조선일보가 태도를 바꾼 것 같다. 당시 ‘총선 결과는 친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 역시 “정운호,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로 이어지는 사건에서부터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청와대와 조선일보는 서로를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조선일보는 한 달여간 우병우 수석 관련 의혹을 봇물 터지듯 쏟아냈다. 이에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수사 내용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우병우 죽이기를 통한 박근혜 정부 흔들기, 식물정권 만들기”라며 조선일보를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고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친박의 핵심인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26일 조선일보 고위 간부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초호화 해외출장 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했고 나아가 실명까지 밝히며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 갈등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같은 분석엔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일 뿐. 송희영 개인의 일탈일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선일보 역시 1면에 실은 사과문을 통해 “송 전 주필이 2011년 대우조선해양 초청 해외 출장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힌 데 이어 사설을 통해 “언론인 개인 일탈과 권력 비리 보도를 연관 지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송 전 주필 개인 일탈로 선을 그으면서 동시에 청와대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조선일보 간부가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에 실패하자 유착관계가 드러날까 우 수석 처가 땅 기사를 쓰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건과 연결 지으려는 시도는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며 “두 건을 연결 지어 우 수석 의혹을 집요하게 파헤쳐온 해당 매체를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이나, 김 의원 폭로를 ‘우병우 물타기’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둘다 근거가 희박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건은 별건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송 전 주필 비리를 폭로한 김진태 의원에겐 ‘호평’이 이어졌다. ‘밥값’을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폭로를 통해 영화 ‘내부자들’이 단순히 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었다. 한 누리꾼은 “영화를 볼 때 단지 영화니까 과장을 한 것이겠지 했는데, 언론사 고위 간부가 특정 정치 세력에 관여하고 심지어 기획을 하는 장면이 현실에도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김진태 의원이 어떤 의도에서 폭로를 했는지는 둘째 문제다. 이러한 비리를 용기 내서 밝힌 것을 높이 산다”고 김 의원을 치켜세웠다. 그는 또 “김진태 의원이 소위 친박이고, 검찰 출신이고, 우병우 수석이나 청와대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폭로의 의도와 배후를 의심받고 있지만 김 의원이 취재원을 밝히지 않듯이 자신도 정보의 출처를 밝힐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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