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 총기사고’ 법원 판결과 엇갈린 목격자 주장
목격자 A씨 “고의다, 당시 피 묻은 손으로 자기 변호하기 바빠”
박 경위 “(살인의 고의) 없었다” 선처 호소하며 상반된 입장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건’의 피고인 박모 경위(55)가 2일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살인 혐의를 무죄로 인정받았다. 반면 당시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는 A의경이 진술서를 통해 박 경위의 살인 고의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11일 A씨가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박 경위의 평소 폭력적인 말과 행동으로 의경들을 대해왔고,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즐겨왔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의 결정과는 엇갈린 주장을 했다.
A씨는 박 수경과 마찬가지로 구파발 검문소 자대 배치 이후부터 군생활을 쭉 함께 지냈던 피고인을 검문소 내 그 누구보다 가장 오래 봤다며 박 경위의 평소 성향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사고 당시뿐만 아니라 총기를 이용해 저희를 향해 위협적인 행위를 여러 차례 행해왔다. 저희가 공포에 떨거나 도망 다니는 모습에서 피고인은 ‘쾌락’을 얻는 것만 같았고, 총집에서 총을 꺼내는 수준에서 총구를 사람에게 겨누는 수준까지 그 강도가 날로 더 심해져만 갔다”라고 주장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의경들이 피고인에게 분명하게 ‘위험합니다’, ‘그만하십시오’와 같은 거절의사를 밝혔지만 피고인은 오히려 위협하고 도망치는 의경들을 보며 ‘자기만족적 행위’를 지속했을 뿐”이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8월 25일 그는 “관물대에 숨어 총소리가 들렸던 그 순간에도 ‘내가 이럴 줄 알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피고인의 위협행동들이 총기사고로 이어질 이유가 충분했다”며 “평상시에도 피고인은 근무시간에 상시 휴대해야할 총기를 벗어두고 감독관실에서 잠을 자는 등 업무에 태만한 행동을 빈번히 보였다. 총기규정도 허술해 하루는 실탄 2발이 사라져 밤중에 검문소 내를 수색해 찾은 적도 있을 정도”라는 목격담과 함께 사고가 우발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의견을 강력히 내세웠다.
A씨는 “저는 큰 트라우마 속에서 끊이지 않는 조사의 스트레스와 ‘군인’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진솔하게 진술을 하기로 어렵게 마음먹었다”며 “이렇게 진술한다고 해서 죽은 박 의경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사실이 재판관님께 전해져 진실이 가려지지 않고 낱낱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은 평상시에도 굉장히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자주 보였다”면서 “입에 담기 힘든 욕을 늘 해왔고, K1과 같이 폭력적인 경기를 자주 볼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본 후 자신과 함께 군생활을 하던 의경들을 주먹으로 때리는 듯한 시늉을 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지속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A씨는 상부에 보고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수없는 위협 속에서도 군대체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박 경위는 지위를 이용해 의경들이 화를 내거나 싫은 소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앞서 주먹으로 때리는 듯한 시늉을 하던 폭력적인 성향의 도구가 손에서 ‘총기’로 이어졌다며 박 의경의 사망이 예상된 행동이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피고인은 평소에도 사격 실력을 자랑하는 등 총기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사람이며 사건 당시에도 피가 묻은 손으로 대원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정신차려야 한다’, ‘이것은 중요한 사건이다’라는 말을 했다. 또 긴박한 순간에도 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을 변호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A씨의 진술서는 지난 8월 17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 심리로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박 경위 변호인 측의 증거채택 거부로 재판부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