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클데, 금요일 밤 홍대 상수의 인산인해를 피해 라이브 클럽 데이로
[일요서울|이창환 기자] ‘라클데’로 줄여 부르기도 하는 <라이브 클럽 데이>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홍대 음악 축제다. 입장권(팔찌)을 구매하면 <라이브 클럽 데이>에 참가하는 클럽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공연장마다 추구하는 색깔이 있고 그에 맞는 밴드의 LIVE 공연이 진행된다. 지난 8월 26일 열린 <라이브 클럽 데이>에 다녀왔다.
먼저 국악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고래야>의 공연을 보러 ‘클럽 타’로 갔다. 다른 클럽으로 관객이 몰린 탓인지, 아직 한가로웠는데 그래서 더 편안하게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아늑한 분위기는 이후 다른 클럽의 다른 팀 공연을 관람할 때도 이어져 <라이브 클럽 데이>에 개인적인 애정을 품는 계기가 됐다. 금요일 밤 홍대는 사람이 너무 많고 복잡해, 한산하면서도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지는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상수동과 서교동 일대의 ROCK, JAZZ 클럽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실력과 음악성은 출중하지만 인지도가 아직 부족한 팀의 공연이 이에 해당하겠다.) 소규모 공연장은 무대를 비롯한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아날로그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음악 공연을 관람하고 다시 번화가로 돌아올 때 생기는 이질감은 나름 특별하다. 대학로(혜화역) 일대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할 때 역시 비슷한 기분. 홍대나 대학로의 공연 문화가 수많은 음식점, 술집 등 사이에서 특별할 수 있는 이유다.
<고래야>는 과거 EP 앨범을 발표하던 때부터 ‘클럽 타’와 인연이 있다면서 공연장이 갖는 의미를 얘기했다. 정규 3집 발매를 앞두고 있었는데, 여러모로 기대에 부응했던 <고래야> 공연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하나 꼽자면 장구 소리의 톤이었다. 장구를 칠 때 ‘탁!’ 울리는 톤은 ‘클럽 타’를 상징하는 것처럼 ‘탁하면서도’ 강렬했다. LIVE에서나 들을 수 있는 묘미이자 전통 타악기의 매력 같았다.
<더 한즈>의 공연 중에 머물렀던 클럽 ‘프리버드’는 가장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장소였다. 클럽의 구조부터 인테리어와 색감까지 몽환적이어서 음악에 취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박치나 몸치들의 바람은 서서 뛰는 것 보다 앉아서 폭발적이고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즐기는 것일 텐데 <라이브 클럽 데이>에서 이를 충족할 수 있다. 이곳저곳에 배치된 소파, 의자에 앉아 술과 음료를 주문하면서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이 많았다.
<더 한즈>의 퍼포먼스와 연주력은 뛰어났다. 대여섯 명 정도의 팬들이 스탠딩 공간 한쪽에서 공연 내내 <더 한즈>를 응원했다.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즐겼다. 아이돌 스타 팬덤과는 동떨어진 소규모 팬클럽의 아기자기함, 뮤지션과의 소통이 보기 좋았다.
‘클럽 타’로 돌아와 <전범선과 양반들>을 만났다. 한국적인 메시지와 한국적인 ROCK을 선보이는 팀으로 최근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클럽에 자주 드나들 것 같은 젊은 층부터 정장 차림에 크로스백을 둘러맨 직장인들, 중년까지 관객층이 다양했다. 보컬의 신명 나는 절규와 꽉 찬 사운드는 관객들의 ‘지화자 좋다, 얼쑤, 엎어보자!’ 등의 추임새와 어울려 공연장을 들뜨게 했다.
이날 관람한 라인업의 마지막 순서는 ‘프리버드’에서 공연한 밴드 <피에타>. 자정이 넘은 심야에 맞는 음악 색깔을 가지고 있었는데, <더 한즈>와 더불어 새로이 알게 된 뮤지션이었다. <라이브 클럽 데이는> 11개 클럽에서 같은 시간에 다양한 공연이 이뤄지므로 어쩔 수 없이 놓치는 팀이 생긴다. 이번 경우에는 <잔나비>, <우효>, <로큰롤 라디오>, <아시안 체어샷>의 무대를 보지 못한 게 특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