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 총기사고’ 경찰 2심도 징역 6년…살인죄 인정 안돼
법원, ‘살인 고의성‘ 입증 안됐다고 판단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근무 도중 실탄을 발사해 20대 의무경찰을 숨지게 한 ‘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건’의 피고인 박모 경위(55)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으며 살인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결났다. 당시 사건을 목격한 의경들과 피해자 가족은 명백한 살인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에 항의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경위에게 1심과 같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경위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는 대신 중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심이 판단한 여러 사정들과 2심에서 추가된 증거 등을 종합할 때 박 경위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은 정당해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사건 장소에 있었던 의경들이 일관되게 박 경위가 화가 나 있거나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고 진술한 점, 박 경위에게 살해의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격발 후 총기가 하늘을 향해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로 짐작해볼 때 박 경위가 반동을 억제하고 조준을 한 상태에서 일부러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피해자의 어머니 박모씨는 이 같은 재판부의 설명에 오열했다.
재판부는 박 경위의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은 법리적 문제를 떠나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될 사건“이라며 “그러나 박 경위가 이 사건 전까지 특별한 처벌 없이 근무해온 점과 박 경위에게 적용된 죄명의 법정 최고형 등을 고려하면 1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경위는 지난해 8월 25일 오후 5시쯤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구파발검문소 1생활실에서 38구경 권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제거한 뒤 박모 상경(21)의 왼쪽 가슴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박 경위는 의경들이 자신을 빼놓고 간식을 먹어 순간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이와 같은 이유만으로 살해 동기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 경위가 피해자에 대해 응급조치를 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반면 박 경위는 실수로 총이 격발됐다고 주장했다.
박 경위는 수사와 재판에서 “방아쇠를 당길 때 탄창 위치가 탄창이 장전되지 않은 칸이었다고 믿고 실탄은 물론 공포탄도 발사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며 장난을 치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고라고 진술했다.
앞서 1심에서 검찰은 박 경위가 중증불안증 등으로 8년째 정신질환약을 복용해왔을 만큼 심리상태가 불안정했으며, 타인의 시선에 예민해 따돌림을 받으면 쉽게 흥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경위가 총을 격발할 당시 생활관에 함께 있었던 의경들은 검찰 조사에서 “무서워서 격발 당시 상황은 보지 못하고 관물대 뒤에 숨은 채로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며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2심 판결에 대해 가족들은 오열하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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