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 사퇴와 우병우 민정수석의 운명

2016-08-29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 감찰관은 이날 오후 6시경 서울 청진동 사무실을 나서면서 “압수수색도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제가 이 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 태도는 아닌 것 같았다”며 사직의사를 밝혔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퇴카드 던졌다

앞서 이 감찰관은 지난 18일 우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우 수석 아들의 이른바 ‘꽃보직’ 논란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우 수석의 가족회사인 정강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를 적용해 수사의뢰를 했다.

이 감찰관은 또 지난달 2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이사장을 1억원대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감찰관은 특정 언론에 감찰 진행 상황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거꾸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는 이 감찰관이 감찰 진행 상황을 외부에 누설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청와대는 “언론의 보도 내용처럼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고, 특정 언론과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국기를 흔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어떤 감찰 내용이 특정언론에 왜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감찰관은 지난 22일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정부의 방침 아니냐”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었다. 당시만 해도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분위기 였다. 하지만 이 감찰관은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이 수석이 밝힌 것처럼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감찰관이 자신의 사퇴카드로 청와대와 함께 우병우 민정수석을 압박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써 이 감찰관이 가진 무기는 사직카드 뿐이었다. 결국 마지막 카드를 던지면서 야당에게 청와대와 우병우 민정수석을 공격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했다.

야당, 우병우 수석
사퇴·해임해야

이 감찰관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은 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우병우 지키기를 위해 측근비리와의 전쟁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이 감찰관의 사표 제출은 청와대의 냉대 속에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며 “임명권자가 자신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상 쫓겨나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아직 확인된 의혹이 없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버티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고 우 수석도 해임·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과 이 감찰관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지난 한 달 동안 우 수석에게 쏟아진 의혹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 대변인은 이 감찰관의 사표 제출에 대해 “의혹 중 사실로 밝혀진 것이 전혀 없음에도 후배 검사들이 수사에 착수하자 수사에 장애가 되지 않기 위해 사의를 표한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이어 “우 수석은 이제라도 역사의 두려움을 깨닫고 국민 앞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사퇴하면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여론은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우 수석은 사퇴여부를 둘러싸고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 수석을 계속 안고 갈지, 우 수석이 민정수석 자리를 사퇴할지에 따라 향후 정치권도 요동을 칠 전망이다. 우 수석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다.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