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급팽창 ‘제작은 OK 제조는 NO’
2007-05-15 송효찬
뮤직비디오 시장
일산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촬영장 실내. 30℃를 넘는 뜨거운 조명의 열기와 갓 마르지 않은 페인트 냄새, 귀를 자극하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 화려한 세트 속 보석보다 더 빛나는 가수의 모습을 사냥하듯 순간순간 담기위한 스태프들의 모습은 촬영 시작 5분 전의 웃음과 유쾌함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다. 현실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은 5분 영상예술의 미학 속에 무엇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을 방문해 한국의 뮤직비디오 시장을 조명해 보았다.
한국의 뮤직비디오 시장은 1998년 초대형 뮤직비디오 조성모의 ‘To Haven’을 시작으로 음반시장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했다.
노래의 본질적 이미지를 드라마틱한 설정과 메시지로 승화시켜 이전까지 단순히 듣던 노래를 5분의 시간동안 한편의 영화와 같은 모습으로 업그레이드해 보고, 듣고, 느끼고, 공감하는 하나의 독립된 영상문화콘텐츠산업으로 발돋움한 것.
현재 한국 음반시장의 대표적 메이저급 뮤직비디오 감독의 수는 전체 감독의 7~8%에 해당하는 30여명이 1년 뮤직비디오 제작을 주름잡는 대표적 양상을 띠고 있다.
뮤직비디오 연간 700억 원 소비시장
또한 1년 동안 만들어지는 뮤직비디오 수는 대략 500편, 즉 하루 1.36편씩 탄생하고 사라짐을 반복하며 연간 700억원 규모의 소비시장을 형성한다.
일각에서는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는 뮤직비디오 속에서 메시지를 담은 하나의 영상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제작이 아닌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듯 음반 회사의 흥행성, 시청자들의 눈요기에 치중한 뮤직비디오 제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 속에도 한국 뮤직비디오 시장의 업그레이드와 미래 지향적 방안의 발판마련을 위해 스타급 감독들이 의기투합해 현재 뉴욕과 LA에 상주하며 신생기업형태의 그룹을 만들어 세계시장 정복의 전초기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뉴욕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집약적으로 모여 월드와이드의 형태를 이뤄 정보의 공유와 세계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그동안 발표하고 준비한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마련해 한국의 문화를 세계 문화에 접목해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전시회의 경우 음반사, 영상뮤지션, 아티스트 등 관련 종사자에게 1,000여장의 초청장을 보냈지만 정작 전시장을 관람하는 관계자는 30~40명 정도이다.
하지만 오픈된 공간에서 예술을 관계자만이 참석하는 자리가 아닌 지나가던 행인부터 타사 감독까지 모두가 한자리에서 자유롭게 관람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정보교환과 상호보완이 이뤄짐과 함께 와서 구경하고 자신을 파악해 달라는 오픈 영상마케팅 속에서 그들만의 경험과 문화를 체험하는 리그도 형성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 속에서 예전의 모습보다 더욱 전문적이고 계발적인 모습으로 촬영에 관한 인력과 지식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과거 뮤직비디오 소품 준비는 한두 명이 도맡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프로덕션디자이너, 아트디렉터, 소품 팀 등으로 나뉘어 하나의 팀을 구성해 보다 전문적인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뮤직비디오 제조는 피하자
MP3의 탄생과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다운로드로 대박 앨범의 판매량의 수치가 100만장에서 15만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음반판매의 판매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잘생긴 미남, 미녀 가수나 열창하는 목소리가 아닌 뮤직비디오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뮤직비디오는 음반 홍보용, 가수의 활동을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도의 뮤직비디오는 뮤지션을 사랑하는 팬에 대한 진정한 자세가 아니며 시대를 대표하는 영상문화를 음반 광고의 수준에 머물 수 있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나의 음반이 만들어 지기 위한 자금은 5,000만원, 하지만 음반 속 한곡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하는 비용은 3억~4억원을 웃돌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한 감독은 “영상미와 음악의 본질을 영상 속에 녹여 업그레이드시키는 열정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감독들의 당연한 사명”이라며 “장인의식 속에 제작된 뮤직비디오가 한국의 영상문화의 총아로 성장해가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나는야 꿈의 공장장 보스턴 필름 ‘마이크 조’
마이크 조 감독(본명 : 조찬호)을 이야기 할 때 시장은 ‘꿈의 공장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엠넷(Mnet) KM뮤직비디오 페스티벌에서 에픽하이의 ‘플라이’로 힙합부문 최우수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했다. 이어 박효신, 김장훈, 정재욱, 디바, 하하, 별 등 수많은 뮤직비디오를 제작,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한 가지 사고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새로운 모습과 자신의 생각과 관념을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움으로 다가가기 위한 조 감독의 노력은 남다르다.
그는 뮤직비디오 제작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반응을 알기 위해 직접 카페나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장소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나, 내가 주고자 했던 메시지를 사람들이 잘 흡수하고 있는가, 촬영한 분위기와 톤이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는가를 유심히 살펴본다는 것이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던 느낌과 감동을 작품의 시청자들도 동감할 때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한국의 숨은 아이디어뱅크는 뮤직비디오 세계시장의 재편을 노리고 있다”며 우리 뮤직 비디오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의 경우 기존의 뮤직비디오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네티즌들이 자신들만의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물 등을 통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간격을 좁히는 한편 크로스오버적인 효과까지 나타내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일부 감독들이 직접 핸디 캠 등을 이용해 촬영한 영상물들을 아마추어에 가깝게 제작한 UCC로 올리며 영상문화 자체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조 감독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동안 크레이지, 프리 두 가지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하나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가수가 노래 속에서 어떤 의도의 메시지를 품고 있는가를 끝없이 반복해 들으며 파악한다”며 “내 안의 그려진 음악적 메시지를 자유로운 생각으로 스케치해나가는 과정이 뮤직비디오를 화면에 담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언급하며 “실력 있는 뮤직비디오 감독이라도 너무 많은 것을 5분의 영상미학에 담고자 한다면 받아들이는 시청자는 진정 얻고자 하는 메시지가 불명확해 진다”고 말했다.
즉, 자신의 뜻과 모습을 진정으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