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화보 찍어야 뜬다?

2007-05-03     이정민 
섹시 모바일 화보붐

주로 오랜 공백기를 거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스타급 연예인’들의 복귀 수단으로 ‘한정’돼 왔던 ‘모바일 화보집’이 요즘엔 연예인의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대중음악계도 마찬가지이다. 가수들의 모바일 화보집은 비키니 등의 섹시 화보에서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일반 화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초창기 모바일 화보가 ‘누드’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수위가 좀 더 낮아진 ‘사진첩’의 개념이라는 게 크게 달라진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열악한 음반 시장이 계속 이어질수록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야한 이미지’의 화보집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비복스 출신의 간미연과 심은진이 올 초 섹시화보를 내놓았다.

심은진의 화보는 ‘중성미인’ ‘란제리’ 등 10가지 컨셉트로 핫팬츠를 입는 파격적인 노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연예인들의 화보 가운데 노출수위가 꽤 높아 사진이 공개되자 인터넷의 각 포털사이트에서 심은진이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를 만큼 관심을 끌었다.

간미연 역시 신비한 섹시 이미지로 관능적인 몸매를 자랑했다.

핑클 출신의 이진도 섹시 화보를 내놓았다. 이진의 화보는 평소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도발적이면서도 매혹적인 포즈로 채워졌다. 때문에 이 사진들로 인해 이진은 성형의혹까지 받기도 했다.

쥬얼리의 멤버 서인영은 솔로 앨범을 낸 뒤 모바일 화보집을 찍었다. 소속사 측이 ‘청순’과 ‘섹시’함을 두루 갖춘 화보집이라고 홍보할 만큼 다양
한 이미지가 들어있다.

이제 갓 데뷔한 신인 여성 3인조 스윙도 태국 푸켓을 배경으로 모바일 섹시화보를 촬영했다. 소녀에서 숙녀로의 변신을 주제로 늘씬한 몸매를 과감하게 드러낸 화보집이다.

이같은 화보집 열풍은 정규 앨범에 속지처럼 끼워 넣는 방식의 ‘화보형 음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정현을 시작으로 원더걸스, 아이비 등이 정규 앨범에 화보집을 넣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아이비, 20억에 벗을까?

‘섹시 디바’ 아이비는 얼마전 모바일 화보를 찍는 조건으로 20억원이란 거액을 제의 받아 관심을 끌었다. 화보를 기획한 A사는 “아이비가 노출만 해준다면 흥행 대박은 따놓은 당상”이라며 “20억원에 플러스 알파(α)까지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적극 공세를 펼쳤다.

2집 타이틀곡 ‘유혹의 소나타’로 가요계를 점령한 아이비는 이효리 서인영과 함께 올 상반기 섹시 가수 빅3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노출을 삼가는 컨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고 안무와 노래만으로 남성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1집 발표시 이미 글래머 몸매로 인정받은 아이비가 에스라인을 철저히 숨긴 채 정장 스타일을 고수, 그녀의 몸매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노출을 자제한 덕분에 몸값이 오히려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데뷔 2년 8개월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 아이비는 요즘 말그대로 상종가를 치고 있다. 특히 그간 특별한 이슈 메이커를 찾지 못해 고심해온 모바일 업체들로선 최고의 핫스타로 아이비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다.

심지어 일상을 담는 화보집를 찍겠다며 억대의 개런티를 제시한 업체가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비의 한 측근은 “여러 곳에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면서 “역대 최고 개런티에 화보 촬영을 제안하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일일이 기획안을 살펴보기도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섹시 화보집은 하나의 관문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엔젤에게도 모바일 화보 업체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엔젤은 최근 솔로앨범 발표전 태국 푸켓으로 휴가를 떠났을 당시 해변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에서 굴곡이 뚜렷한 S라인의 몸매를 마음껏 뽐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글래머 스타일의 몸매를 지켜본 모바일 화보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촬영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속사측 관계자는 “원래 모바일 화보 촬영제의가 심심찮게 들어왔지만 최근 비키니 사진이 공개되며 화보 업계 관계자들의 러브콜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 후 “최고 조건을 제시하며 촬영을 제의해 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엔젤이 노출이 심한 컨셉트의 모바일 화보를 선뜻 촬영할지는 미지수다. 그룹 클레오로 활동할 당시 누드촬영 제의를 받았고 이 때문에 그룹을 탈퇴해 상당기간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소속사 측은 “당시 누드 촬영제의로 엔젤이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여가수들의 섹시 모바일 화보 서비스는 이제 일상적인 것이 돼버렸다. 처음 섹시 화보집이 출시됐을 때만 해도 섹시 화보집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누드가 아니라고 해도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요계의 섹시 열풍은 그러한 비판조차 고리타분한 것으로 간주되면서 섹시 열풍에 열기를 더했다. 특히 여가수 중에서도 섹시미를 컨셉트로 내세우고 있는 가수들은 화보집을 발표하지 않은 이가 거의 없을 만큼 섹시 화보집은 섹시 여가수들에게는 하나의 관문처럼 인식되고 있다.


노출 강도 높아져

그런 와중에 섹시 화보집에 노출되는 수용자들은 점점 무뎌져가고 있다. 수용자들이 섹시 화보집에 무뎌질수록 여가수들의 노출은 강도를 더해간다.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노출이 아니면 수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악순환이 섹시 화보집의 수용자나 소비자에게 노출 불감증 증상을 심화시키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화보집은 서비스 주최인 이동통신사와 가수들에게 최소한의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기는 작업으로 인식된다.

1만장도 팔기 어려운 음반 시장에서 화보집은 보통 억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 특히 신인가수의 경우 화보는 자신을 쉽게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으로 이용된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화보집을 내는 가수들은 자칫 ‘음악’ 보다 ‘이미지’에 자신을 구속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그럴 경우 가수의 생명력을 계속 이어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섹시 화보집을 발표하고 안하고는 물론 가수 개인의 선택 문제다. 그러나 연예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일반인들은 특히 청소년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섹시 화보집 발표는 당연히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문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