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연예인 생활 끝장… 꼭꼭 숨어라
2007-04-19 이정민
마약 복용 연예인 추적
자살과 사건 사고 등 잇따른 악재로 얼룩진 2007년 연예계가 이번에는 신종 마약 케타민 파문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 9일 M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서울 강남 청담동 A클럽에서 신종 마약 케타민을 흡입한 4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사람들을 수배하는 등 마약복용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의 마약관련 수사에서 연예인들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예인 관련 의혹이 제기된 마약 수사 사건이 알려진 후 연예인들이 숨죽이기에 들어갔다.
최근 일부 연예인들과 부유층 자제들이 서울 강남 청담동 A클럽에서 마약파티를 벌이는 현장이 적발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면서 과연 이들은 누구인가에 대해 새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경찰은 유명 패션업체 사장의 친인척과 유명 패션 디자이너, 대기업 직원을 포함한 부유층 자제들로 알려진 이들로부터 환각파티 당시 가수 A씨 등 유명연예인들도 함께 어울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연예계로 확대하고 있다. 또 당시 이들이 드나들었던 클럽에는 20여명의 연예인들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청담동 A클럽의 한 관계자는 “마약 거래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뉴스를 보고서야 우리 업소인 것을 알았다”며 “이와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 룸 안에서 무엇을 하며 유흥하는지 일일이 알 수는 없다. 당분간 연예인들의 출입은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
다.
청담동 A클럽은 클럽 내에 별도의 VIP룸이 마련돼 있다. 클럽에 출입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정 자격을 갖춘 이들만 출입할 수 있는 특수한 공간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에서 은밀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예단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연예인 몸 사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마포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검거된 4명 중 VIP룸에서 마약을 복용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모든 진상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신종 마약 파문으로 연예인들의 유흥가 출입도 눈에 띄게 줄었다.
모 가수의 매니저는 “클럽 근처에서 모습이 띄었다가 괜한 구설에 오르기 십상이다. 최근 해당 클럽을 방문한 적이 있는 연예인의 경우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며 “9일 마약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연예인들의 클럽 출입이 뜸해졌다.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예인들이 자주 출입하는 서울 홍대 B클럽의 관계자는 “다른 클럽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며 극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마약을 투약하고 마약류 성분의 진통제를 지인들에게 나눠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록가수 J씨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J씨는 지난 3월29일 대한항공편으로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J씨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일파만파 마약 파문의 소용돌이가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신종 마약 복용자들과 어울리며 케타민을 복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또한 폭풍의 핵이다.
서양 클럽 문화 그대로 전파
2000년대 들어 서울 홍대와 강남 등지의 클럽은 신종 마약 거래의 온상으로 부상됐다. 지난 2002년 초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C씨가, 2005년에는 남성 2인조 그룹의 멤버 D씨가 각각 클럽에서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클럽을 자주 드나드는 한 연예 관계자는 “클럽은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연예인들이 클럽을 자주 찾는 이유다. 마약과 섹스를 동반한 서양의 클럽 문화가 그대로 전파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케타민이 엑스터시 보다 환각효과가 강한데도 간이 시약 검사로는 검출되지 않아 마약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최근 디톡스라고도 불리는 이른바 ‘마약 해독제’까지 등장해 관계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디톡스는 약초로 만든 세척제라고 쓰여있는 플라스틱 통에 포도주스처럼 보이는 액체가 1리터 가량 들어있다. 마시면 몸 안이 깨끗해지는 효과가 나타나 백만 명 이상이 만족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또 다른 유리병에는 약초 뿌리로 만들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병 속에 있는 캡슐은 노란색 가루로 가득 차 있다.
최근 유통되고 있는 디톡스는 마약 판매 혐의로 수배중인 K씨가 작년 11월 미국에서 국제 택배를 통해 엑스터시와 함께 국내에 밀반입한 것으로 세 세트 가운데 한 세트만 압수됐고, 두 세트는 판매책을 통해 국내에 유통됐다.
마약 해독제 비상
경찰은 이미 상당량의 마약 해독제가 국내에 유통돼 마약사범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팔려나간 걸로 보고, 밀반입책 K씨 등 4명의 뒤를 쫓고 있다.
실제로 마약 해독이 가능한지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했지만, 포도색 액체는 비타민 성분, 캡슐은 혈관 수축작용, 혈압 상승작
용이 있는 히드라스틴 성분이란 것만 밝혀냈을 뿐 해독효과가 있는지는 임상실험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마약 해독제가 유통되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
식약청 담당자는 “정보사항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해야 될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마약 해독제를 단속할 법규를 준비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정보원 담당자는 “마약 해독제가 효과가 있다. 처벌 방안을 한 번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얘길 했다. 그런데 공론화 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전했다.
관계기관들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마약 해독제는 신종 마약들과 함께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케타민이란?
케타민은 마취 효과가 매우 빨리 나타나 가벼운 수술, 분만, 화상치료에 쓰는 전신마취제다. 약효가 강해 동물 마취제로도 많이 쓰이는 약물의 일종이다. 엑스터시보다 환각 효과가 강해 지난해 2월부터 마약류로 분류돼 특별 관리를 받고 있다.
케타민은 기존의 마약류와 달리 투약 후에도 소변 검사 등 간이 시약 검사로는 검출되지 않는다. 고혈압, 심박수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 병원에서도 능숙한 경험이 있는 의사에 의해 직접 투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약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