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속은 곪고 있다
2007-03-21 이정민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영화가 속으로는 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작된 영화의 80% 이상이 손해를 봤고, 이런 현상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영화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영화 ‘괴물’과 ‘왕의 남자’는 지난해 관객 천만 명을 가뿐히 넘어서며 역대 최고 흥행 순위 1,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큰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속 빈 강정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제작된 110편의 영화 가운데 이익을 남긴 영화는 20편도 체 못됐다. 80%가 넘는 영화들이 손해를 봐 업계 전체로는 800억원 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배우 A씨는 “잘되는 것 같으니까 무조건 들어가서 돈만 내면 될 것 같으니까 투자하셨던 분들도 많았다”며 “제작자들도 그런 돈을 받아서 제작을 했을 것이고 배우들도 자꾸 너무 몸값 올리는 데에만 급급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올 들어 투자가 위축되면서 신규 제작 편수가 크게 줄었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수출 시장이 68%나 줄어든 것도 수익성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여기에 영화 관객수마저 줄기 시작해 영화계 전반에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과당 경쟁에 급급해 왔던 영화계는 거품빼기 등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영화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좀 더 신중한 투자 결정을 하게 된다”며 “또 상대적으로 마케팅이나 배급 비용은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집행하려는 노력들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 산업의 각 주체들이 저비용, 고품질이라는 산업 논리를 보다 철저하게 적용시키려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이번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