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침입 ‘부부살해·방화’ 소방관 검찰 송치
2016-08-22 변지영 기자
유족 “장례식장에 나타나 ‘신고자라 용의선상에 올라 힘들다’ 너스레 떨기도”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경기 안성의 이웃집에 침입해 부부를 살해한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는 소방관이 검찰에 넘겨졌다.
안성경찰서는 22일 A(63)씨 집에 침입해 A씨 부부를 살해한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난 혐의(강도살인 등)로 구속한 최모(50)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1일 오전 2시경 당왕동 A씨 집에 침입해 A씨와 부인 B(56)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와 둔기로 살해하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와 숨진 A씨 부부는 바로 옆집에 살면서 40년 넘게 알고 지냈다.
조사 결과 최씨는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A씨 집 뒷문 쪽 다용도실로 침입해 잠자던 부인 B씨와 A씨를 흉기와 둔기로 안방과 거실에서 차례로 살해한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최씨는 A씨 집에 침입 직후 안방에서 잠을 깬 부인 B씨와 눈이 마주치자 둔기로 머리를 3차례 내리쳤다. 이후 거실에서 흉기로 남편 A씨의 목, 옆구리 등을 4차례 찔러 살해했다. 최씨는 다시 안방으로 가 신음하던 B씨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금품을 훔치기 위해 A씨 집에 들어갔다가 피해자와 눈이 마주쳐 범행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불을 놓았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시 최씨가 훔쳐 나온 금품은 없었다.
최씨는 범행 후 달아난 뒤 1시간이 지난 오전 3시께 A씨 집 화재를 처음 신고하고, 경찰에서 목격자 진술도 했다.
경찰은 지난 9일 범행 장소와 200여m 떨어진 곳에서 범행에 이용된 흉기와 둔기를 발견하고 수사에 속도를 냈고, 최씨는 10일 소방서에 연가를 낸 뒤 극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인근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 소동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혀 인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 14일 퇴원해 15일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범행이 발각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가족들은 최씨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우발범죄로 진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는 최근 도박 빚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2일 저녁 최씨는 자신이 살해한 A씨 부부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유족들에게 자신이 최초 신고자라고 말하는 등 연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최씨는 한 유족에게 ‘저 ○○이에요. 기억 안 나세요’라며 먼저 아는 척을 하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범행 당일)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갔는데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서 보니 (A씨의)집에 불이 났길래 119에 신고했다. (A씨의)집 앞에 내 차가 주차돼 있어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차도 뺐다’고 말했다”며 “심지어 ‘처음엔 용의선상에 올라 경찰조사를 몇 차례 받았는데 힘들어 죽겠다.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신고 안 하려고 한다’면서 너스레까지 떨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얘기를 듣던 유족 중 한 명이 ‘연기가 나는데 왜 집에 들어가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대답을 피하더라”며 “나중에 최씨가 범인이란 사실을 듣고 가족들은 모두 오열했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현직 소방공무원이 이웃을 강도하고, 살인하고, 집에 방화까지 했다”며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 과정에까지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15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안성경찰서를 나와 법원으로 향하던 최씨는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최씨의 우발적 범행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잔인하고, 흉기와 둔기를 미리 준비한 점도 계획성을 뒷받침한다”며 “A씨 집 마당에 차량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A씨 부부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0년 넘게 옆집에 산 사람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뻔뻔한 최씨의 범행 동기 등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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