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짱! 매너는 꽝∼
2007-03-08 이정민
지난 2월23일, 동방신기의 단독 콘서트 첫날. 공연이 끝나고 많은 관객들이 새벽까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발을 굴러야 했다. 동방신기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사가 초상권 보호를 위해 걷어간 핸드폰 등 소지품을 돌려주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후, 사회 각층에서는 “초상권 보호만 있었고 팬은 없었다”며 관객의 안전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이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소속사 측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이후 공연에서는 소지품을 걷지 않았다.
이날 문제는 오후 10시20분 공연이 끝난 뒤 주최측이 수거한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를 돌려 받으려고 관객들이 물품보관소로 몰리면서 일어났다. 세 곳에 불과한 보관소로 수천명이 몰리면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200여 팬은 다음날 오전 3, 4시가 돼서야 소지품을 돌려 받고 귀가했다. 자녀와 연락이 끊어지자 놀란 부모들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소동은 스타의 권익 보호를 위해 팬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사례였다. 청소년 팬들의 사랑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정작 팬 보호
에는 소홀했던 기획사의 안이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1만여 팬이 몰리는데 물품 관리인원은 28명에 불과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동방신기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2월24일 홈페이지에 “팬 여러분이 많은 불편을 겪게 된 것에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게재했고 공연주최측도 언론을 통해 보상을 해주겠다고 전했지만 23일 관객들은 구체적인 보상 내용과 진지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공연을 주최한 드림메이커는 “23일 관객들에 대한 보상은 논의 중이다”라고 전하며 “당일 시간이 지체되어 늦게 귀가한 관객에 대해서는 서울지역은 3만원, 근교지역은 5만원씩 교통비를 지급해줬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 고쳐야
또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초상권과 관련해 이미 1월부터 공지를 했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범법행위인데 우리가 관객들에게 법을 어기도록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말하며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이런 문제는 없었다. 이번에도 3곳 중 2-2번 게이트만 질서가 무너지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도 최고 10만원까지 교통비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객들과 네티즌들은 동방신기 홈페이지 게시판에 수 백개의 글을 올리며 주최사와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비난을 그치지 않았고, 항의 카페까지 만드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금전적 또는 정신적 보상만이 해결점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기획사나 스타들이 팬들을 위한 배려 없이 이들을 수익을 위한 존재로만 생각한다면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팬들도 단순히 스타들을 맹목적으로 좋아하기보다는 보다 좋은 공연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분명 지적하고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소지품 반환 소동’이 일어난 이유는 두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국내 대중문화가 산업화의 길을 걸으면서 초상권 등 스타 권리를 찾는 과정에서 일어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A씨는 “어느덧 스타의 사진 하나, 동영상 하나가 문화상품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스타들의 사인이 돈이 되어 은밀히 거래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초상권과 관련된 문제는 팬들이 찍은 사진을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활용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어서 SM의 조치는 성급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굴욕 사진에 ‘뜨끔’
또 다른 하나는 어렵게 키운 스타가 최근 젊은 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신매체환경의 ‘먹이표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린 사례다.
소속사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UCC 등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자칫 스타들의 이미지를 깎아 내려 결국 부정적인 영향으로 흐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연예 기획사 대표 B씨는 “사실 요즘 UCC로 대변되는 신매체환경은 어렵게 만들어낸 스타들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문화평론가 A씨는 “‘○○○의 굴욕’ ‘○○○의 아픔’ 등으로 붙여진 갖가지 사진이나 동영상은 하루에도 수백∼수천건씩 인터넷사이트를 도배하고 있다”며 “어렵게 키워낸 스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방법이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에서는 대작 영화의 시사회 때 관객들의 양해를 얻어 카메라와 동영상 기능을 장착한 휴대폰 등을 주최측이 미리 걷어 보관하는 사례들도 있다. 수만명을 상대로 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같은 사례로 인해 영화계 역시 초기 많은 반발이 있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어느덧 국내 대중문화는 그 규모가 커지면서 신성장동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이 시점에 뭔가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올바른 팬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기획사들 역시 규모에 맞는 넉넉한 팬 관리가 절실한 때다”라고 말했다.
"함부로 쓰지마세요! 초상권이 있거든요”
이민우 전진 SG워너비 송승헌 등 한류 스타들이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지난 1월23일 일본 오사카돔에서 열린 ‘국제백신연구소(IVI) 자선콘서트-한류축제 2007 IN OSAKA’에 참가했다가 현장에서 자신들의 얼굴을 무단으로 사용한 티셔츠, 컵, 타월 등의 물품이 판매되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공연 주관사인 CTC미디어와 SJ엔터테인먼트, 국제백신연구소 모두 이러한 사실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결국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됐다.
이번 사건을 위임받은 오픈월드뮤직 측은 “공연 주관사에서는 이날 공연장에서 팔린 물품이 1,000만엔(약 7,700만원) 정도라고 주장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남은 물량을 전량 폐기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월드뮤직은 현재 CTC미디어와 SJ엔터테인먼트에 두 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발송한 상태이며, 조만간 초상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