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 산업은행, 스스로 만든 ‘총체적 난국’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하 산업은행)이 몰려든 악재들을 극복하지 못한 채,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그동안 방만한 경영을 해온 산업은행 스스로가 자처한 상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산업은행은 자신들의 주도 하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더딘 속도로 인해 여론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있다. 또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들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연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도덕적 해이 문제도 불거진 상황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갈수록 떨어지는 경영 성적 평가와 대우건설 낙하산 논란 등 부정적인 현안들이 수두룩해 향후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고 있다.
떨어지는 경영 성적…낙하산·비리혐의 논란도 가중
강만수·민유성 등 전 수장들 비리 연루 정황 나와
강만수, 민유성, 홍기택 등 전 산업은행 회장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점만으로도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의 신뢰도를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대우조선해양 사태 당시 재임했던 이들의 부실관리 및 비리 의혹 등은 산업은행 책임론을 다시 불거지게 했다.
우선 강만수 전 회장은 2011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통해 경영진의 비리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를 눈감아주는 대신 지인의 회사에 대한 자금지원과 일감 몰아주기를 압박한 혐의도 있다.
이를 통해 추정되는 부당이득 규모만 110억 원이다.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컨설팅을 받던 시기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사진사로 일했던 A씨 등을 고문으로 채용하게 하고 월급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민유성 전 회장과 홍기택 전 회장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를 묵인했을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다. 민유성 전 회장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2006년 3월~2012년 3월)과 재임기간이 겹치는데 남상태 전 사장은 개인비리와 회계사기(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2008~2009년에 민유성 전 회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홍보대행사와 계약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열중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비롯한 대우조선해양의 현직 경영진이 회계사기에 가담한 정황이 나타나면서 홍기택 전 회장도 연루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높다.
또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론도 산업은행이 피해갈 수 없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수조 원을 쏟아 부은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부실징후가 뚜렷했던 대우조선해양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도 좀처럼 진척이 없다는 평가다. 한진해운이 2016년까지 필요한 부족자금 1조 원~1조2000억 원 가운데 4000억 원만 내놓을 수 있다는 의견을 주고받은 뒤 한진해운의 자구계획은 두 달 동안 제자리걸음을 걸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낙하산의 숙주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앞서도 산업은행의 경우 역대 수장들이 낙하산 의혹 인사로 채워지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산업은행은 이근영 전 총재를 비롯해 엄낙용·민유성·강만수·홍기택 전 회장들이 줄줄이 낙하산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현재 수장인 이동걸 회장 역시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대선에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선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경력 때문에 보은 인사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도 마찬가지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새로 선임된 박창민 신임 사장 내정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풀기 위해 국회에 청문회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면접을 거쳐 사장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이 과정을 없애고 후보 결정을 유보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박창민 전 사장을 단독 추천했고, 8일 사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박창민 내정자가 대우건설을 이끌고 가기엔 자격 미달이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한 마디로 능력이 아닌, 낙하산 인사라는 설명이다.
특히 박창민 내정자를 두고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주택협회장을 맡으면서 정치권 인사와 친분이 있을 것이라거나, 친박 계열의 정치인이 밀어주고 있다는 근거없는 낭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은행은 경영평가도 하락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금융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금융위원회는 경영예산심의회 등을 열어 이같이 평가했다고 지난 6월 밝혔다. 산업은행은 전년 A등급에서 C등급으로 두 단계나 떨어진 것이다. 구조조정 등 경영 정상화 지원, 조선과 해운 등 대외 위기 취약 산업 지원 노력 등 주요 정책 실적에서 부진한 평가를 받았다.
한편 산업은행은 수장들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비리를 눈 감아준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 불똥이 적지 않게 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비리가 확정되면, 혹독한 개혁요구는 물론 구조조정 주체로서의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
다만 산업은행은 주어진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공헌이나 여러 가지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구조조정이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든 일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다소 말이 안 된다”면서 “국책은행으로서 다양한 현안들을 진행하다 보니, 산발적으로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은 전 수장들의 비리와 관련해선 개인 비리이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낙하산 논란은 “전혀 사실 무근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친 뒤 선임해 왔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