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C투자증권-노동조합 갈등 내막

2016-08-16     강휘호 기자

구조조정으로 발발한 전쟁…경영진 책임추궁으로 확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HMC투자증권과 HMC투자증권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수년간 지속해온 대립이지만, 올해 들어 HMC투자증권을 향한 노동자들의 비판과 비난은 더욱 날이 서 있다. 특히 이들은 HMC투자증권의 경영진이 노동자들과 소통을 거부하고 인격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까지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HMC투자증권과 노동조합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지 일요서울이 들어봤다.

부당노동행위·비정상적인 투자와 지점개편 문제 제기
노동조합 “기형적인 행태 바로잡아야…단협 나서라”

우선 노동조합은 2014년 김흥제 대표가 취임한 이후 HMC투자증권의 현재 상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HMC투자증권은 직원 30%, 지점 23개점이 축소된 상황이다.

또 2015년 소비자가 뽑은 최악의 증권사로 선정됐고, 올해에는 비정상적인 투자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반발한다. 아울러 앞서 중앙노동위원회가 HMC투자증권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바 있고, 비정규직 비율은 증권사 최고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HMC투자증권은 세 차례에 걸쳐 강압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직원은 7년째 임금이 동결됐는데, 임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노명래 노동조합위원장은 당장 단체교섭과 임금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노동조합은 김흥제 대표 등 경영진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김흥제 대표와 임원진은 타 증권사나 개개인의 역량에 비해 과도한 연봉과 성과급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흥제 대표의 연봉은 2014년 6억8100만 원, 2015년엔 8억7800만 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노명래 위원장은 “경영진들이 능력과 자질에 비해 과도하게 급여를 받았다. 이를 즉각 반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동조합이 전면적으로 나선 것은 김흥제 대표 취임 이후 시행된 차별적 성과급 및 복리후생 제도 등으로 인해 갈등이 격화되면서부터다. 당시 HMC투자증권은 2014년부터 지점영업(WM사업)부문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당시 38개의 지점을 15개로 줄였다.

이를 두고 노명래 노조위원장은 “경영진들이 45%의 직원이 근무하는 조직을 사실상 와해하는 강압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직원들을 갈등구조로 몰아넣는 한편 무리한 투자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당하는 등 기형적 경영형태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경영진의 행태는 2015년 상반기 단기적 실적 반등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경영진은 그 책임을 직원 탓으로만 돌리는 적반하장의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흥제 대표는 그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꾸준히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는 2013년 3월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고정비를 줄였다. 2014년 7월 임직원 940명 중 253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15개의 지점을 통폐합했다.

그 결과 2013년 3월 말 1001명에 달했던 임직원은 2014년 711명, 지난해 말 685명으로 2년간 46%(316명) 급감했다. 때문에 지난해 당기순이익 504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이와 같은 성과가 무리한 직원 구조조정과 고정비 삭감 등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또한 노조는 경영설명회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실적을 내지 못하는 직원은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다”는 발언으로 설명회가 경영 목표를 공유하는 자리 대신 직원 퇴출을 위한 협박용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서도 노명래 위원장은 “2015년 당기순이익 중 30%가까운 금액을 배당으로 돌린 장본인이 이제와서 BEP(손익분기점) 150% 미만 직원들은 ‘(우리)회사 곳간을 빼먹는 직원’이라고 맹비난 하더라”면서 “김흥제 사장이 직원들을 수익의 도구로만 삼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노명래 위원장을 포함한 노동조합은 경영진의 경영 실패 인정을 요구하면서 김흥제 대표 및 임원진이 능력과 자질에 비해 과도하게 지급받은 급여를 즉각 반납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그 외에는 ▲ 이사급 관리형 지점장이 50% 넘게 포진하고, 직원들의 실적을 압박해 성과를 착취하는 저효율 고비용 구조의 지점경영을 타파할 것 ▲ 투명하지 못한 회계처리와 후선부서가 비효율적이고 비대해진 점을 개선할 것 ▲ 본사 및 지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낙하산 인사와 무능력 임원들로 인한 비효율을 혁파할 것 등을 강조했다.

다만 HMC투자증권은 노동조합의 주장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문의하기 위해 HMC투자증권에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대답이 전부였다. 이후 담당자로부터 연락 받은 바는 없다.

한편 이와 같은 갈등이 김흥제 대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조기 교체설이 나오는 가운데, 노동조합으로 인해 더욱 강한 압박을 받는 꼴이 됐다. 김흥제 대표 조기 교체설은 지난 6월 이용배 현대위아 부사장이 HMC투자증권 영업총괄 부사장에 오르면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용배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재무전문가로 꼽히는데 현대차그룹에서 기획총괄조정실 전무, 재경 담당 부사장을 맡아 그룹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배 부사장이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왔고 후임 CEO로 정해졌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흥제 대표 재임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간 마찰이 빚어져 현재까지도 노동조합과 갈등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인사가 단행됐다는 것 역시 시기적으로도 조기 교체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