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과 이정현의 12년 아주 특별한 인연은?

2007년 경선때 공보 특보·18대 국회 입성

2016-08-12     송승환 기자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서 9일 선출된 이정현(57) 당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손으로 발탁돼 정계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인연(因緣)12년 전인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노무현 탄핵역풍으로 한나라당이 17대 총선에서 휘청거릴 당시, 이 대표는 아무도 출마하지 않으려 했던 여권 불모지광주(光州)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광주에서의 패배는 충분히 예상됐었고, 그 전망은 어긋나지 않았다. 낙선자를 위로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당시 박근혜 당 대표에게 한나라당이 호남(湖南)을 홀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호남 포기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호소했고, 이런 이 대표를 눈여겨본 박 당시 대표는 그를 당 부대변인직에 앉혔다.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親朴 마케팅
 
이를 시작으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곁을 내내 지키며 2007년 당내 대선 경선 때 박 대통령의 공보특보를 맡았고,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으로서 박 대통령을 수호했다. 박 대통령이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을 때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박 대통령의 역할을 도맡았다.
 
이 대표는 이번 전대에 출마한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친박(親朴) 마케팅을 편 후보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신이 친박계 후보임을 숨기지 않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박 대통령과의 끈끈한 인연을 소개했다. 전날 국회에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던 이정현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정을 갖고 봉사할 기회를 준, 저를 이렇게 발탁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감사를 드린다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이런 인연 때문에 12년 전 이 대표를 발탁한 박 대통령이 직접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거기서 이 대표가 당의 수장(首長)으로 당선돼 축하 꽃다발을 품에 안은 모습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장에 입장한 뒤 출마한 후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 대표와도 악수를 나눴다. 후보들 모두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이 대표와는 좀 더 각별한 인연이 느껴졌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대가 개최된 잠실체육관을 찾은 것만으로도 결과적으로는 유일한 친박계 후보였던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비박(비박근혜)계 단일후보 주호영 후보는 물론, ()친박계의 이주영(64) 의원·원박(원조 박근혜)계인 한선교(57) 의원도 현재는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잇달아 지낸 이 대표만큼 박 대통령과 거리가 가깝지는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앞으로 걸어갈 길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더 험난하고 힘들 수도 있지만, 당원동지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그 어떤 일도 못할 것이 없다고 한껏 애당심을 자극했다. 곧바로 이어진 후보 연설에서 이 대표는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마치 전대 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에 화답(和答)하는 것으로 들렸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선 앞둔 호남 민심 경쟁에
새누리당도 본격 가세
 
한편, 새누리당 첫 호남 출신 대표의 탄생에 호남 민심(民心)이 크게 요동(搖動)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호남에 소홀했던 집권 여당의 대표로 이정현 의원이 선출되면서 호남이 최소한 무관심과 소외의 자리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두 야당의 텃밭다툼의 틈을 새누리당이 비집고 들어와 내년 대선(大選)을 앞두고 여야의 호남 구애(求愛)가 불붙는다면 지역민에게는 달가운 일이다.
 
특히 이 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順天)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반신반의했던 시민들은 10일 지역구 의원의 새누리당 대표 선출을 신선한 대충격으로 반기며 지역과 정계 지형변화 등을 예측했다.
 
은행원 김현홍(52)씨는 이 대표가 내세운 예산 폭탄의 실효성 논란이 있었지만 그를 두 번이나 국회에 보낸 순천의 민심에는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당 대표로서 여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 순천대 의대 유치 등 지역 현안사업 추진도 탄력을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대한민국정의구현시민연합 윤광제(43) 상임대표는 호남 기반 야당이 영남 출신 대선 후보를 내세우듯 영남 기반의 새누리당이 호남 출신 당 대표를 뽑으면서 총선 이후 갈 길을 고민해온 새누리당에 새로운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표는 지자자들 입장에서는 호남출신 여당대표 후보의 불안감을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가 보완한 측면도 있지만 점잖은 경륜파나 다선 출신보다 뚜렷한 색깔의 새 인물이 통한다는 시류(時流)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정당 구도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양분할 것으로 보였던 대선 호남 표심 경쟁에 최근 새누리당이 뛰어들었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으로 광주·전남 맹주에 오른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호남 지지도 하락세가 감지되면서 더민주는 반격을, 새누리당은 틈새를 공략하는 모양새다.
 
求愛는 반갑지만 대선 후에도
무관심·소외 없었으면
 
김남수(68) 전 강진군의회 의장은 새누리당으로서는 호남을 공략해봤자 결국 투표에서는 더민주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창당해 승리하고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후보 지지 현상이 감지되면서 공략의 여지가 생겼다는 판단이 가능해졌다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 기존 정당에 대한 반감으로 지지율이 올라갔지만 새누리와 더민주의 내부계파 갈등이 물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양당 지지율은 올라가고 국민의당 지지율은 떨어지는 현상이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까지 뛰어든 여야 민심경쟁은 호남에는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김 전 의장은 여러 곳에서 구애를 받으면 선택지도 늘고 지역이 기대할 수 있는 혜택도 커지는 것 아니냐세속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모든 정당이 호남을 고려하지 않고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략이 아니라 호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유지하고, 나아가 내년 대선을 전후해서는 무관심이나 소외 지역의 이미지를 벗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