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치졸한 ‘공갈외교’…사드 배치 결정 후 각 분야에서 보복
중국진출 한국 기업인에 행패…한국의 두뇌 대거 빼가기
2016-08-12 장휘경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치졸한 ‘공갈외교’를 펼치고 있다. 사드 배치 발표에 발끈하면서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에 보복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 실제로 보복을 감행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왜 사드 문제에 민감할까?
최근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한국의 사드를 미사일로 조준하겠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 같은 반응은 국제 중재 법정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후 나온 것이어서 그 분풀이를 사드 배치를 현실화한 한국에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해역의 90%를 차지하는 남해 구단선을 기준으로 영유권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 경계를 펼치며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필리핀, 베트남 등과 갈등을 빚었는데, 이에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국제 중재 법정에 제소했다.
국제 중재 법정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하자 중국인들은 극렬히 반발했고,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자국민들의 불만을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은 지역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한국을 겨냥했다.
중국인들도 ‘한국인은 일본의 노예’라는 등의 자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국제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이 반대해온 한반도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고, 남중국해 문제가 국제 중재 법정에서 완패하자, 한국에 대해 과민해진 중국의 대응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현재 한국을 상대로 펼치고 있는 외교가 500여년 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행했던 행태를 연상케 한다고까지 분석하고 있다.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한 후 몰락한 다이묘, 낭인, 그리고 토지를 잃은 농민 등 불평분자들의 시선을 국외로 돌리기 위해 포르투갈령인 고아(인도 서부해안 도시)의 총독과 스페인령인 루손(필리핀)의 총독에게 조공을 요구하면서 불응하면 군사적으로 정복하겠다고 협박했다.
중국 진출 기업인의 ‘악몽’
중국의 치졸한 보복은 비단 군사 외교적인 면에 국한하지 않는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해 상식에 벗어난 행패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KBS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직원 4~5명을 두고 소규모로 의류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한인 여성 S씨는 중국인 30대 남자직원 N씨를 해고한 뒤 끔찍한 일을 당했다. 해고된 중국인이 깡패들을 동원해 집까지 찾아와 온갖 행패를 부리며 S씨를 협박한 것. 이 중국인은 각종 개인적 사유를 들며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돈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중국공안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중국공안은 N씨와 동료들에게 몇 마디 훈계성 말만 남기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행패는 시도 때도 없이 계속돼 S씨는 매일 공포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 핵심 임원 빼가기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국의 두뇌를 ‘인해전술식’으로 빼가기도 한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핵심 인력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 연봉의 3~4배, 많게는 9배를 주는 파격적 조건까지 내걸며 한국의 두뇌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핵심 인력을 빼내 한국 기업이 수십년간 쌓은 첨단 노하우를 단숨에 확보하겠다는 속셈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 게임 업계, 조선·중공업 업계, 화장품 업계 등의 인재들을 빼가기 위해 혈안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장품 1.5세대라 불리는 40대 후반~50대 초반 인력들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면서 “이들은 은퇴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데다 한창 자녀 교육 등에 돈이 많이 들어갈 나이라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꿎은 한류 스타들의 수난
한류 스타들을 공격하는 우회 전략을 펴기도 한다. 심지어 중국 관영 매체와 네티즌이 한류 스타의 광고 내용까지 문제 삼고 있다.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인 환구망은 최근 “한국 배우 박보검이 중국을 모욕하는 광고를 찍었는데 누구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하며 자국민들을 선동했다.
개그맨 지석진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베이징에 BBQ 치킨 분점을 연다고 알리면서 중국 지도에 ‘BBQ Start’라는 글이 새겨진 내용을 올리자 중국 네티즌들이 이 지도에 중국 영토로 여기는 남중국해와 대만이 빠졌다고 분개하면서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오는 9월 1일부터 한류 스타 출연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한국금지령’(禁韓令)을 발표하기도 했고, 빅뱅·엑소 등 한국 아이돌그룹의 중국 활동 금지, 신규 한국문화산업 회사 투자 금지, 한국 아이돌그룹 1만 명 이상 규모 공연 불허, 신규 드라마 등 합작 포함한 한국방송물 사전 제작 금지, 한국배우 출연 중국 드라마 제작 금지 등을 결정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갑자기 자국 일부 항구에서 한국인에게 발급하는 선상비자(도착비자)의 체류 가능 일수를 대폭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인천항에서 페리호를 타고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항에 도착한 한국인의 경우 도착비자의 체류 가능 일수는 이전의 30일에서 7일로 크게 줄었다.
명동에는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한 분위기다. 서울 명동의 한 면세점에는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 관광객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의류 면세점 주인 J씨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고 있다”면서 “중국인들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는데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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