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정권 vs 朴정권 대충돌…강만수 前 산업은행장 검찰 소환 초읽기
“지인 업체 2곳에 수십억 하도급, 부당투자 정황”…산은 수뇌부 ‘非理’ 연루 의혹 수사도 본격화
2016-08-06 송승환 기자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과 특혜(特惠) 거래 등으로 깊게 유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2일 강 전 행장의 서울 대치동 자택과 투자자문사 P사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P사는 강 전 행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대우조선과 거래 관계가 있는 중소건설사인 W사의 대구 수성구 사무실과 바이오 업체 B사의 전남 고흥군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개인 일지, 경영 관련 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강 전 행장은 2011∼2013년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지냈다. 검찰은 남상태(66) 및 고재호(60) 전 대우조선 사장의 재임 시절에 저지른 각종 경영비리에 강 전 행장이 연루된 단서(端緖)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한 중소 건설사 W사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수십억 원대 하도급을 준 정황이 포착됐다. W사 대표 강모씨는 강 전 행장과 고향이 경남 합천으로 동일할 뿐 아니라 같은 종친회에 속해 있어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업체 B사는 대우조선이 2011∼2014년에 지분 투자한 회사로, 강 전 행장의 지인들이 주요 주주를 구성하고 있다.
B사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대우조선으로부터 수십억 원대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업종 관련성이 부족한 B사에 R&D 투자를 집행한 배경에는 강 전 행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B사는 이명박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을 펴면서 정책적 혜택을 누린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은 W사와 B사가 대우조선으로부터 챙긴 이득액의 일부가 강 전 행장 측으로 흘러간 게 아닌지도 수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과 W·B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거쳐 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강 전 행장을 겨냥한 수사는 검찰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의 유착 의혹 규명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산업은행은 두 전직 사장의 재임 기간에 거액의 분식회계(粉飾會計)가 저질러졌는데도 이를 묵인해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주주(大株主)로서 경영 비리를 감시하지는 않고 산은 출신 인사를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 등 요직에 내려보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강 전 행장을 전후해 산업은행의 수장을 맡았던 민유성(62)·홍기택(63) 전 행장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 前 행장 압력에 100억대 부당투자…檢, 자금추적 중
검찰은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해양에서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 2곳에 100억 원 넘는 돈을 부당하게 투자하도록 경영진에 압력을 넣은 단서도 최근 확보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남상태 전 사장을 비롯한 대우조선 임직원과 바이오업체 B사 및 중소건설업체 W사 관계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단서를 입수한 것으로 4일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자회사 부산국제물류(BIDC)는 2011년 9월과 11월에 각각 4억9천999만8천 원씩을 B사에 지분 투자했다. B사는 강 전 행장의 지인들이 주주를 구성한 회사로, 대우조선의 투자를 받기 전에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았다.
대우조선은 2012년 2월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 기술개발’이라는 B사의 연구개발 사업에 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2012년과 2013년까지 44억 원까지 집행됐고 강 전 행장이 퇴임하자 끊어졌다. 대우조선 실무진은 업종이 전혀 다른 B사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강 전 행장이 남 전 사장 등에게 여러 차례 압력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분투자금은 대우조선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도록 5억 원을 넘지 않게 4억9천999만8천 원씩 쪼개져 B사로 흘러갔다. 강 전 행장의 요구를 못 이긴 남 전 사장은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투자 형식으로는 많은 돈을 건넬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연구개발비 지원 형식으로 나머지 돈을 B사에 건네기로 했다. 연구개발비 집행은 최고경영자의 전결(專決)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같이 부당하게 B사에 들어간 돈은 지분투자금 10억과 연구개발비 지원금 44억 등 총 54억 원에 이른다. 당초 강 전 행장은 B사에 80억 원 정도를 지원할 것을 대우조선 측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검찰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이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중소건설사 W사에 50억여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W사와 B사 등 강 전 행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 2곳으로 대우조선에서 흘러간 자금 규모는 무려 100억 원을 넘는다. 검찰은 이 돈이 사실상 뇌물(賂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강 전 행장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나 그에 준하는 신분의 사람이 직무(職務)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금품(金品)을 주도록 했을 때 적용되는 혐의다.
검찰은 이날 남 전 사장의 측근인 이창하(60) 디에스온 대표를 177억 원대의 횡령(橫領)·배임(背任)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전무였던 2008년부터 대우조선해양건설 사무실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디에스온 소유 빌딩에 입주시켰다. 이 대표는 5년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세보다 배(倍) 이상 비싼 임대료를 디에스온 측에 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 측에 97억 원의 손해(損害)를 안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2011년 대우조선 오만 법인이 추진한 선상호텔 사업과 관련, 추가 공사가 필요한 것처럼 계약서를 허위로 꾸며 이 사업을 수주한 디에스온 측에 36억 원이 지급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디에스온이 사업비를 허위로 받아간 과정에는 남 전 사장도 깊이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캐나다에 있는 친형의 일식집 사업을 지원하거나 자신이 유용하기 위해 디에스온 자금 16억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 디에스온이 2012년 62억 원에 매입한 서울 한남동 주택을 이듬해 자신과 가족 명의로 50억 2천만 원에 사들인 혐의(배임) 등도 받는다.
이 대표는 남 전 사장에게 부정한 사업 청탁과 함께 7억∼8억 원을 남 전 사장에게 건넨 정황도 드러나 검찰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강만수는 누구?
검찰이 진행하는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수사의 새로운 대상으로 지목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브레인’으로 불린 실세였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는 등 ‘MB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렸다. 소망교회를 함께 다니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아 정책을 조언했고, 대선 과정에서는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조정실장을 맡아 공약을 총괄 정리했다.
이른바 ‘7·4·7 구상’과 4대강 사업, 규제완화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가 그의 손을 거쳐 성안(成案)됐다. 2009년 개각 때 경제사령탑에서 물러난 그는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등을 거쳐 2011년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으로 부임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측근으로 꼽히는 그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사퇴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2013년 3월 임기를 1년 앞두고 사임했다. 사임 이후에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활동했다. 최근 검찰이 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은 대우조선의 비리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유착 의혹을 규명하는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으로는 강 전 회장이 MB정부의 핵심 실세였다는 점에서 수사의 칼날이 전 정부의 주요 인사들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