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통제 시스템 관리 미흡 드러낸 ‘한국투자증권’

선두 경쟁에서 밀리고 신뢰도도 추락하고…

2016-08-05     오유진 기자

운용 능력 떨어지지만 수수료 순이익은 많이 챙겨

한국투자증권 “회사통장사용 안해 개인사기 문제”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로 진통을 겪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직원의 횡령사고로 내부통제 시스템상의 허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출 상위 3개 증권사 가운데 운용 능력은 가장 저조한 반면 수수료는 많이 챙긴다는 눈총도 따갑다. 대형 M&A 실패로 증권사 선두 경쟁에서 밀려난 상황에 투자 상품 운용과 직원관리 부실이 되풀이되면서 소비자 신뢰까지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투자증권 서울강서지점에서 근무하던 A차장이 고객 20여명과 지인들로부터 50억 원대의 횡령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차장은 고객을 상대로 “연 25%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개인 계좌를 통해 돈을 받아냈다. A차장은 “여당 실력자도 투자에 참여하고 있어 비밀에 부쳐야 한다”며 투자자들을 믿게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그의 약속이 거짓임을 알았을 때 이미 A차장은 잠적한 상태였다.

그의 행각은 이 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A차장은 과거 비슷한 금융사고를 일으킨 바 있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A차장은 2008년 위탁매매용 고객 돈 수십억 원을 마음대로 사용하다 2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또 옵션 투자 명목으로 지점 고객 5명의 4억여 원을 다른 증권사 계좌로 받아 몰래 사용한 것도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회사 차원에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A차장은 재판을 통해 가압류 조치와 금융당국의 감봉 6개월 제재를 받았지만 그의 영업직책에 관한 어떠한 제재도 가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A차장의 영업실적이 뛰어나 특별대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통상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을 대면하는 영업직 외의 부서로 이동시키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노동법률 상의 이유를 대며 A차장을 감쌌다.

처음이 아닌 금융사고들

한국투자증권 내부 직원의 일탈은 A차장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창원지점에서 30억 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다. B차장은 2014년 고객의 돈을 횡령해 큰 손실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입힌 피해 금액은 약 3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13억 원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이다. 나머지 16억~17억 원은 돈을 횡령한 직원 처가의 투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사실을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며 해당 직원을 면직 처분 했다.

같은해 3월 한국투자증권 서울 영등포 지점에서도 한 직원이 10억 원대의 고객 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영등포 지점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던 해당 직원은 고객 명의의 출금신청서를 위조해 고객돈 17억 원을 횡령했다. 이 직원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고객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근무하며 출금신청서를 위조해 50여 차례에 걸쳐 약 13억 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고객이 위탁계좌를 개설할 때 여분의 출금신청서를 몰래 만들어 고객의 계좌에서 약 3억 원을 빼낸 혐의도 함께 인정돼 기소됐다.

피해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반복되는 사건에 업계는 한국투자증권 내부 통제 시스템 관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대로 된 사고 대책 마련과 사후 처리 등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게 금융 사고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운용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매출순위 상위 3개 증권사의 1분기 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5906억 원 순손실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2431억 원 순손실로 3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처럼 운용 능력은 떨어졌지만 증권 중개 등을 통한 수수료 순이익 증가율은 경쟁사들에 비해 높았다.

한국투자증권의 수수료 순이익은 3개월 전보다 149억 원 늘어난 1096억 원을 기록했다.  1079억 원, 1303억 원을(32억 원, 66억 원 증가) 기록한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보다 많게는 4배 이상 증가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대우증권 인수 실패로 인해 글로벌IB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대형 M&A 실패의 여파로 증권사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으며 투자 상품 운용과 직원 관리 부실로 인해 소비자 신뢰도까지 추락할 위기에 빠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안팎으로 문제점이 계속해서 터지는 형국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50억 원 사건에 대해 “관리감독의 책임은 있지만 개인의 계좌로 개인이 저지른 문제라서 ‘횡령’이 아닌 ‘개인사기’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횡령’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이 저희(한국투자증권)계좌를 이용한 게 아니라 개인 거래계좌로 돈을 운용했다. 횡령과 사기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비슷한 전력을 가진 그 직원을 다시 영업직으로 복귀시켜 발생한 일 아니냐는 질문에 “1인 매매는 회사 내 규정 위반일 뿐 범법 행위는 아니다. 이에 회사 내부적으로 감봉 조치 등을 취했으며 영업 직원을 인사이동 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판례도 존재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내부 감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모니터링도 꾸준하게 하고 있는 도중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 유감스럽다”며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이 한국투자증권의 고객인 만큼 경제적인 보상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oyjfox@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