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와 시위로 몸살 앓는 IBK기업은행

2016-08-05     강휘호 기자

시위자들 “기업은행이 우리를 옥죄고 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IBK기업은행(은행장 권선주·이하 기업은행)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일어난 항의 집회와 시위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 중구 을지로 2가 제2사옥 건축 공사를 두고 주변 상인들이 해당 공사 때문에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얼마 전부터 기업은행 정문에는 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갚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시위자가 등장해 기업은행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일요서울이 기업은행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찾아가봤다.

을지로 상인회·1인 시위자 오모씨 등 불만 쏟아내
기업은행 측 “우리와 전혀 상관 없는데…억울하다”

일요서울이 찾아간 을지로 2가 지하상가에선 ‘기업은행은 영세상인을 다 죽이는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기업은행 정문으로 가는 계단엔 ‘대책 없는 공사 결사반대! 3년간 네 번 공사, 지하상가 상인 다 죽는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하상가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기업은행 제2사옥을 위한 공사가 진행된 지 2년여 정도 된 것 같다. 그런데 해당 공사가 진행되면서 유동인구가 줄기 시작해 많은 상점들이 매출 하락을 겪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사를 하게 되면 당연히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고, 주변 공기도 먼지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공사가 시작된 이후 관리비 부과도 더 많아져 몇 달째 월세가 밀리는 점주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을지로 지하상가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자신들의 사옥이 건립되고 있지만, 시행사가 명동도시환경정비산업, 시공사가 아승이엔씨라는 이유로 상인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을지로2가에 들어설 28층 규모의 제2사옥을 매입했다. 해당 건물은 을지로2가 현 기업은행 본점 맞은편에 위치해 있으며, 연면적 2797㎡(약 846평), 지하 7층, 지상 27층 규모다. 오는 2016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이 빌딩에 을지로 본점 일부 부서와 서울과 경기도 등에 흩어져 있는 부서를 입주시킬 계획이다. 또 일부 자회사의 입주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해당 부동산의 주인은 명동 재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인 명동도시환경정비산업이다.

건물 주인이 나서라

결국 상인들이 공사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면서 이를 기업은행이 나서서 해결해 달라고 민원을 넣고 있는데, 기업은행은 자신들이 시공하는 공사가 아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을지로 상가 상인들은 현재 기업은행 사옥 주변의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고, 지하도로 출입구 이설공사에 따른 불편사항을 중구청에 민원 접수한 상태다. 따라서 이들은 공사를 마칠 때까지 자신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해결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기업은행은 신경써야 하는 일이 하나 더 생긴 모양새다. 상인회 점주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한편, 기업은행 정문에 또 다른 1인 시위자가 나타나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대출을 받고 갚는 과정에서 기업은행에 대출현황 안내장과 경매 영수증을 요청했는데,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또 기업은행의 대출 차주에 2007년 1월 19일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에 대해 경매가 종결된 이후 관련 대출을 변제한 영수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안내장을 보낸 것은 모두 상환했는데, 경매가 웬말이냐”, “기업은행장은 각성하라”, “연대보증 없는 경매가 있을 수 있냐”는 등 원색적인 비난과 담당자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결국 기업은행으로 가는 길목에는 상인회가, 정문에는 1인 시위자가 가로막고 있는 꼴이다. 사실관계를 떠나서도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이미지 실추 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은행장은 각성하라

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도 골머리를 싸맬 일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기업은행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일임형 모델 포트폴리오(MP)의 수익률을 잘못 공시해 고객들을 우롱했다는 평가를 지워내기도 바쁘다.

기업은행은 앞서 지난달 28일 각 은행과 증권사들이 최근 3개월간(4월 11일~7월 11일) 모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공개한 ISA 다모아 홈페이지에서 ‘고위험 스마트 MP’의 수익률을 2.05%로 공시했다.

해당 수치는 은행권 일임형 MP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가입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중도 가입자들의 수익률까지 반영한 수치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경쟁 금융사들은 최초 가입자 기준으로 수익률을 산출한 데 반해 기업은행만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은행권 전체가 갑론을박 중이라는 점, 권선주 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소문 등으로 인해 기업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다만 기업은행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을지로 지하상가 상인회 분들의 불만사항을 알아봤는데, 이는 시행사, 시공사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우리는 공사가 끝난 뒤 건물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관여할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인 시위자와 관련해서는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우리 기업은행이 승소한 건인데 이제 와서 다시 시위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2007년 불거진 사건이며, 2012년 해결이 된 상태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다른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hwihols@ilyo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