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 대표 여론조사] 진정성 앞세운 이정현 압도적 1위

‘민심(民心)+박심(朴心)=당심(黨心)’ 공식 이번에도?

2016-07-29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새누리당 당 대표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의원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당내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한 시점이다. 민심의 향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이 박심(朴心)과 민심(民心) 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거물급 후보 빠진 전대 ‘민심’이 승패 가른다
-친박의 뻔한(?) 이주영 밀어주기…계파 갈등 심화

26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이정현 의원(12.5%)이 2위인 이주영 의원(7.1%)을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한선교 의원(6.7%)이 그 뒤를 이었고 비박계 의원들은 4%대 안팎의 지지도를 보였다. 최근 보도 통제 논란으로 시끄러웠지만 이 후보의 높은 대중 인지도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이정현 의원은 성별로는 남성층, 연령별로는 50·60대 이상, 광역별로는 TK(대구·경북)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이 의원이다. 홍문종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으로 친박계 지지자들 표가 대거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정현의 진정성 ‘서번트 리더십’

이정현 의원이 1위를 차지하는 데는 그의 ‘진정성’이 결국 국민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 역시  23년간 도전 끝에 여당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재선한 비결로 ‘진정성’을 꼽기도 했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그만의 무기로 ‘조직 선거’ ‘돈 선거’로 불리는 전당대회의 틀을 바꿔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환으로 이 의원은 “당의 화합과 통합을 이끌 지도자는 돈을 빚지고 사람을 빚져서는 안 된다. 민심 탐방 때도 국회의원, 당협위원장을 만나지 않는다. 당협을 방문해 밥을 사거나 간담회를 하면 그 자체가 줄을 세우는 것이고, 그렇게 파벌이 생기는 것이다”며 전당대회 선거캠프조차 차리지 않았다.

이러한 이정현 의원의 진정성을 앞세운 정치는 이 의원 특유의 ‘서번트 리더십’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 의원은 “우리는 대통령과 정권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수레바퀴의 한 축인 동시에,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입법부의 일원이다. 야당의 시각으로 민생을 보고, 이후 당정협의 등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라며 “그런 감동이 쌓였을 때 비로소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내세우는 서번트 리더십”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이 의원은 당내 유력 주자가 없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해 경선 흥행으로 이어가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사람들에다 외부 영입인사까지 10여 명이 전국을 돌며 능력을 검증받고 단계적으로 탈락시키자는 의미다. 2∼3명으로 후보자가 압축되면 그때 전당대회를 개최하면 된다는 게 이 의원의 구상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전당대회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비율로 봐도 당원과 대의원 현장투표가 70%, 국민 여론조사가 30%를 차지한다. 또한 4·13총선 참패로 253개 지역구 중 141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상태다. 현역 의원보다 원외 당협위원장 수가 많게 돼 이들의 표심 또한 주요 변수가 된 상황인 데다 이들 상당수가 낙선 이유로 공천 파동과 ‘진박 마케팅’을 꼽는 등 친박 심판 기류가 강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더욱이 비박계에선 단일화 논의가 눈에 띄게 이뤄졌고 실제로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단일화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두 호보는 “여론조사 2곳을 지정해 당원 7, 일반 국민 3의 비율로 29일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라며 “여론조사에서 이긴 쪽으로 29일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친박계 내부에서 당내 세력을 절충하지 않는다면 당권이 비박계에 넘어가게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은 친박계 40여 명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지며 친박 대표 후보 옹립에 박차를 가했으나 홍문종 의원과 김문수 전 도지사 모두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즉 현재 출마를 선언한 친박계 후보 중 한 명을 밀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친박계 이정현으로 일거양득 노릴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차피 단일화가 필수불가결하다면, 이정현 의원을 중심으로 단일화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파 청산’이라는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임기말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저지해 국정운영의 조력자가 되어야 할 여당이다. 박심(朴心)에 민심(民心)까지 등에 업은 이 의원이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정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헌신하려 하지만, 보상을 바라고 집단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주류라고 불리는 세력도 언제 소멸하거나 위치가 바뀔지 모르는데, 그것만 바라보는 정치는 하수의 정치다. 계파나 파벌은 ‘자리’나 ‘공천’ 같은 대가를 위해 적을 만들어 싸우는 것인데 이것 자체가 구태다”며 당내에서 연일 문제되고 있는 ‘계파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이 의원은 ‘영남당’으로 불리던 새누리당에 ‘호남’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선물한 주인공이다. 그는 “새누리당은 의도적 호남 포기 전략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 내가 당 대표가 되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쇄신이자, 새누리당의 가능성을 여는 길”이라며 지역주의 허물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친박계다. 이 의원을 당 대표로 미는 것이 어느 정도 계파 청산 의지도 피력하고, 당권도 지킬 수 있는 일거양득일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선 단일화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과는 반대로 결국 여론조사 결과가 승패를 가를 것이란 말도 나온다. 비율로만 보면 현장투표가 비중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 지난 2014년 전당대회에서 현장투표에선 최하위권이었던 이인제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2위에 올라 최고위원에 당선된 일이 있었다. 당 대표 역시 여론조사에서 앞선 김무성 의원이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당 대표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거물급 사라진 전대. 민심이 승패 가를 듯

여론조사 결과로 인해 승부가 뒤집힌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는 박근혜 당시 후보가 직전까지 당 대표로 활동하며 조직을 장악했다. 결국 당심을 업고 현장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 밀리며 이 후보가 대권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2014년 전당대회 당시 선거인단은 약 34만 명이었다. 이 중 투표율 30%, 약 10만 명이 투표하는 걸로 가정했을 때 여론조사는 약 4만 3000표가 반영된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약 3000명이 여론조사에 응한 걸 감안하면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여론조사 응답자 1명이 약 14표를 행사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대에서는 거물급 후보 부재에, 총선 참패로 새누리당에 경고등이 커진 만큼 당심과 민심의 ‘동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뚜렷한 후보가 없는 시점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높게 나온 후보 쪽으로 표심이 이동하게 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전당대회 당일 승패를 가르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지난 27일 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의원을 따로 불러 ‘심야회동’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만남의 내용을 ‘친박 후보 탐색 작업’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더라도, 본격적인 전당대회 정국 시작 전 개별 만남을 가진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는 지난 24일에는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친박 성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경선 유세 과정에서 “비박계의 후보 단일화 논의는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반혁신 행위”라고까지 주장한 바 있다. 한 비박계 인사는 이에 대해 “저의를 떠나 만남 자체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차라리 모든 당권주자를 만찬에 초청해 인사 기회를 주는 것만 못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당권주자 가운데 친박계 포섭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6명의 당 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에 반대하며 친박계와 궤를 같이 하는가 하면 “총선 참패의 책임은 친박계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친박계에서 누구 하나를 정해 밀기엔 충성도가 높은 이 의원이 안성맞춤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 의원이 친박계의 뻔한(?) 지지로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계파 청산’은커녕 ‘계파 전쟁’의 또 다른 신호탄이 될 것이란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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