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는 누구… 親朴 겨냥 녹취록 폭로 왜 하필 지금?

2016-07-22     송승환 기자

[일요서울ㅣ송승환 기자] 새누리당 친박(親朴·친박근혜)계 핵심으로 꼽히는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여권 실세의 공천(公薦) 개입 의혹 파문을 촉발한 ‘녹취록’ 당사자인 김성회 전 의원은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역임한 정치인이다.

- 서청원 의원과 두 차례 화성갑 공천 놓고 갈등 질긴 ‘惡緣’
- 친박 “왜 지금 공개했는지, 폭로 전 누구와 상의했는지 밝혀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공천 과정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분구된 경기 화성갑이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데다 ‘현역의원 25% 컷오프(공천배제)’에 걸려 김 전 의원은 재선(再選)에 실패했다. 당시 화성갑을 꿰찬 고희선 의원이 지난 2013년 8월 25일 폐암으로 별세하자, 김 전 의원은 10·30 보궐선거에 화성갑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이 명예회복을 위해 후보등록을 하면서 두 사람의 악연(惡緣)은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경선을 요구했으나, 결국 경선 없이 서 의원이 공천티켓을 거머쥐었다. 그 해 말 김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10·30 재보궐선거에서 낙천한 보상으로 공기업 사장직을 약속받은 게 아니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의원은 서 의원이 더 는 출마하지 않을 거라 여기고 지난 제20대 총선에 도전하려 2015년 12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서 의원의 화성갑에 다시 공천을 신청하려 하자 친박계 핵심 인사들로부터 지역구 변경 압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지역구를 신설된 화성병으로 옮기고 나서 “서 의원이 얼마 전 ‘화성 3곳 중 2곳은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도부 차원의 의견을 전달해 와 대승적 결단을 했다”고만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화성갑은 물론 여러 곳에서 당 차원의 후보 재배치, 출마 지역구 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졌었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의 출마 지역 재배치 논의는 공개적으로 이뤄졌고, 당시 김 전 의원의 화성병 이동도 후보 재배치 맥락에서 받아들여졌었다. 다만 김 전 의원은 화성병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이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총선이 끝난 3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녹취록이 공개됐느냐를 놓고 구구한 정치적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시기적으로 차기 당권 향배를 가를 8·9 전당대회를 불과 3주일여 남겨둔 시점에 터졌다는 점에서 ‘돌출 사건’이 아니라 ‘기획 폭로’가 아니냐는 의혹을 친박계는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이번 폭로에서 녹취록의 통화 당사자로 등장한 친박계 실세들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던 서청원 의원은 녹취록 폭로가 있었던 직후 전대 불출마 선언을 했다.

결국 유력한 당권 후보이던 최경환 의원의 ‘백의종군(白衣從軍)’ 선언에 이은 서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박계의 총의(總意)가 모인 당권 후보는 사라진 셈이다. 이로써 향후 당권 판도는 비박계 쪽에 유리하게 굴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친박계는 이번 폭로를 통해 정치적으로 반사이익을 얻게 될 비박계 쪽을 김 전 의원의 배후로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왜 이 시점에 녹취록을 공개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공천 탈락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닌지, 폭로하기 전에 누구와 상의했는지 등을 김 전 의원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 폭로 배후에 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확인이 안 된 부분이지만 김 전 의원이 누군가와 상의하고, 뒤에서 누군가 조정했다면 전당대회 갈등을 유발하는 해당행위”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자꾸 나가려고 하니까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양해를 구한 것”이라며 “남자의 세계에서 가장 인간쓰레기 같은 행동을 했다”고 김 전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육군사관학교 36기인 김 전 의원은 지난 2006년 6월 중령으로 예편하고 나서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경선캠프에 대외협력특보로 합류했다. 제18대 국회에서는 국방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육사 럭비부 출신으로 ‘핵주먹’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 전 의원은 2010년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녹취록 폭로가 있었던 직후 일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현기환 “김성회, 먼저 전화해 화성갑 불출마 입장 밝혀”

한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9일 김성회 전 의원의 총선공천 지역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 “김 전 의원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경기 화성갑(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두 번째 통화에서 그 약속을 지키는 게 옳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전 수석은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었던 김 전 의원이 사표를 내면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와 서 의원 지역구로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힌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종편채널은 이날 현 전 수석이 지난 1월 말 김 전 의원에게 ‘대통령의 뜻’을 거론하며 지역구 변경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에서 현 전 수석은 “저하고 약속을 하면 대통령한테 약속한 것과 똑같은 것 아니겠냐”면서 “가서 (서청원 전) 대표님한테 ‘대표님 가는 데는 안가겠다’고 말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 전 수석은 “김 전 의원이 화성갑으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혔고, 그러면 그 약속을 지키라는 뜻에서 당시 통화에서 ‘청와대에 근무하는 나에게 약속을 한 것은 대통령과 약속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전 수석은 “김 전 의원과의 통화 당시 공기업 임원과 사장 가운데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분들이 많은 상황이었고, 원활한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일단 사장직 사퇴 의사에 대해 재고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김 전 의원이 출마 의사가 확고하다면 (화성 갑으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전 수석은 “화성 갑의 경우 서 의원이 당선 가능하고, 화성 병은 당시 분구가 돼 후보가 될 사람이 없었다”며 “따라서 화성 갑에서 같은 당 후보들이 이전투구(泥田鬪狗)하거나 흠집내기를 하기보다는 화성 병으로 출마하는 게 서로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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