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축구는 골키퍼, 농구는 감독이 '승부조작' 포섭대상

끊이지 않는 스포츠 스타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

2016-07-22     장휘경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경기 전날 상대 감독이 절 찾아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상대 감독은 경기에서 질 수 있는 ‘전술’을 저에게 알려줍니다. 왜 패하는 방법을 알려줄까요? 그것도 ‘전술’까지 동원해가면서. 져달라는 말이죠.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참 난감했습니다.”

전직 프로스포츠 감독이 한때 현역 시절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졌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이 감독은 결국 선재 감독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한 채 해당 경기를 내주었다. 자신의 팀은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상태이기도 해 일부러 패해준 것이다. 불법 도박사이트가 만연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불법 도박사이트가 판을 치고 있는 지금은 이보다 더 노골적인 거래가 오고간다. 프로야구의 경우 합법 베팅 사이트의 베팅 방식으로는 승부조작이 사실상 어렵지만,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의 베팅 방식으로는 얼마든지 승부조작이 가능하다. 경기 자체에 대한 승부조작은 쉽지가 않다. 쉽게 발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발 투수의 1회 볼넷 여부 등은 들킬 가능성이 그리 높지가 않다.

브로커는 ‘첫 볼넷 맞히기’와 같이 승부와 결정적인 관련이 없는 기록을 두고 베팅이 이루어지는 것을 이용해 선발 투수를 포섭해 승부를 조작한다. 야구에서의 승부조작은 주로 출전시간이 보장되는 주전 선발투수를 통해 이루어지며, 승부와 밀접한 관계가 없기 때문에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이태양 선수가 이런 수법을 쓰다 덜미를 잡혔다.

프로축구에서는 브로커들이 선수들의 신상정보를 활용해 학연과 지연으로 신분을 가장하거나 팬으로 위장해 비밀리에 접근한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공갈협박은 기본이고 꼬리가 밟히지 않게 통장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다. 포섭 대상은 주로 공격수, 수비수. 골키퍼. 포섭이 되면 경기 때 실수나 어쩔 수 없는 것처럼 골을 허용하는데, 골키퍼의 경우 일부러 늦게 점프하거나 프리킥 상황에서 펀칭을 하지 않고 혼전 중에는 상대가 아닌 자기 편 선수와 몸싸움을 한다. 또한 수비수는 상대선수와 경합할 때 일부러 넘어진다. 공격수는 골을 넣을 상황에서 엉뚱한 곳으로 공을 찬다. 최소한 4번 정도는 봐야 승부조작 단서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승부조작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프로농구의 경우 승부조작은 대부분 2월에서 3월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규리그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야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팀은 남은 경기에 주전 선수들을 아끼려 할 것이고, 탈락이 확정된 팀은 다음 시즌을 위해서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감독으로선 평소와는 다른 경기 운영을 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는 시기이다. 승부조작이라는 유혹의 손길이 이 때 뻗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의 승부조작은 다양한 형태의 베팅으로 이루어진다. 쿼터별 승부로 베팅할 수 있고, 선수 간 대결로도 가능하다. 주전 선수 보호라는 미명 하에 후보 선수를 무려 네 명이나 출전시킨다. 전술도 평소와는 다르게 펼친다. 다양한 전술을 익히기 위한다는 명분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K 감독은 1쿼터에서 져주는 대가로 700만 원을 받았다.

프로배구에서의 승부조작은 타 종목에 비해 더욱 쉽다. 아주 작은 실책으로도 브로커들이 요구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크지 않은 코트에서는 작은 실책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의 눈도 속일 수 있을 정도다.

이 밖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승부조작이 가능한 종목이 적지 않아 당국의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 한 승부조작 사건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터질 것으로 보인다.

hwik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