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현장에 냄새를 남긴다”
뛰어난 후각으로 실종자 찾는 경찰수색견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이민정 씨는 지난 2006년 미국 출장길에 개에게 혼이 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떨린다.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밟은 후 짐을 찾으러 걸어가고 있었는데, 날렵하게 생긴 개 한 마리가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들더라는 것.
이 개는 이 씨의 안주머니에 있던 돈 봉투를 입으로 끄집어내 곁에 있던 공항경비원에게 주고는 이 씨를 향해 계속 짖어댔다. 영문을 몰라 어찌할 바를 모르던 이 씨는 경비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경비원은 “이 개가 당신 몸에서 너무 많은 돈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씨는 미화 1만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현금을 지녔다고 항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 씨는 공항 내 모처에서 약 2시간 억류되어 조사를 받은 후 간신히 공항을 빠져나왔다.
지난 6월27일 경기도 포천에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 김모씨(44세)를 찾기 위해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8일 체취증거견 5마리를 투입, 4시간 만에 주거지로부터 700m 떨어진 인근 야산 바위 밑에서 김 씨의 사체를 발견했다.
지난해 4월 모 기업 대표 성모씨가 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다. 이에 1500명의 수색인력과 헬기 3대를 동원해 북한산 일대를 수색했으나 성 씨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체취증거견을 투입한 이후 형제봉 매표소 부근에서 성 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2014년 3월에는 충남 천안에 살던 여성 2명이 채무자 김모씨를 만나러 갔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 200 여명의 수색인력이 피해 여성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저수지에서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이때도 경찰은 체취증거견을 투입해 피해자의 혈흔과 채무자 김 씨의 DNA가 묻은 목장갑을 발견, 김 씨를 살인 용의자로 체포했다.
2007년 3월 제주에서는 실종된 양모(9세)양을 찾기 위해 3만4천여명의 수색인력을 동원했으나 찾지 못하다가 투입된 체취증거견으로 양 양을 찾았다.
이렇듯 체취증거견도 강력사건의 신속한 해결과 실종자 수색 시 지원되는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체취증거견은 인간에 비해 44배나 많은 후각세포를 갖고 있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경기북부, 경기남부, 서울, 부산, 인천, 대전, 광주, 대구, 울산, 제주 등 10개 지방 경찰청에서 16두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경기북부 경찰청이 최근 도입한 체취증거견 ‘미르’는 벨기에 산 ‘말리노이즈(12개월, 수컷)’로 경찰수색견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견종이다. 충성심이 강하고 새로운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며, 활동성과 지구력이 좋아 산악지형 수색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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