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조직 활황 제주도는 불법체류자 ‘천국’

건설현장·유흥업소 등 불법체류 취업 중국인 무더기 적발

2016-07-15     변지영 기자

도내 불법체류자 4년 새 20배 증가

중국인 성매매 여성 10명 중 7명 불법체류자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제주도가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의 천국으로 전락했다. 또 이들이 저지르는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경찰은 중국·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 관광 목적으로 제주도를 방문할 때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무사증제도’를 악용해 불법체류자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불법체류자를 빈틈없이 단속하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벌이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12일 제주도에서 불법체류 상태인 중국 여성들을 고용해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윤락조직을 운영한 중국 동포 출신 귀화인 곽모씨(40)와 중국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제보를 받아 덮친 제주시내의 한 아파트에는 10여명의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곽 씨는 중국인 여성 10여 명을 고용하고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 경찰에 따르면 곽 씨와 또다른 알선책인 장모씨(34)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인 여성들을 제주시내 유흥업소 3곳에 알선하며 중국인 남성과 성매매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나온 장부에서 수백 회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하고 4000만 원 상당의 수수료를 챙긴 정황이 파악됐다. 또 조사 과정에서 성매매를 해온 여성 대부분이 불법체류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성매매를 한 중국인 여성 10명 중 무려 7명이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곽 씨와 장 씨는 성매매를 거부하고 숙소에서 도망친 중국인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해 “말을 듣지 않으면 바다에 던져 죽여버리겠다”며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중국인 여성들이 불법체류자라는 불리한 신분을 악용해 이들이 돈을 가로채거나 폭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또다른 알선책인 중국인 장모씨(34)를 쫓고 있다. 또 중국인 성매매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불법체류 신분 협박해 신고 못하게 만들어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이 밀집된 제주도 연동시에는 중국어 간판이 가득하다. 인근 상인들은 한국에 방문한 중국인들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한국 손님을 받을 경우 단속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혐의로 경찰이 수사 중인 중국인 여성들은 자신들이 인신매매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중국인 성매매여성들은 곽 씨와 장 씨가 취업 알선이라는 거짓말로 이들을 성매매로 유인했고,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을 약점으로 잡아 감금과 협박까지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제주여성인권연대 고명희 대표는 13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제주도의 중국 관광 정책에 대한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이 사건을 단순히 중국인 대상 성매매로 종결하지 말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관광 업계와 관련자들에 대한 성매매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인 여성들은 불법체류자라는 불리한 신분이 약점으로 잡혀 성매매 현장으로 내몰렸다며 이들은 인신매매 피해자이기 때문에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지방경찰청에서 현재 제주도 내에 횡행하는 중국인 관광객 성매매 실태 조사와 중국인 전용 업소에 대한 성매매 관리감독을 강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무사증제도에 제주도 좀 먹는다

제주도 내에 불법체류자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왜 유독 제주도에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각한 것일까?

경찰과 제주출입국관리소 관계자들은 ‘무사증제도’를 이유로 꼽는다. 제주도는 2002년부터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중국·베트남 등 일부 나라의 국민들이 관광 목적으로 제주도에 입국할 경우에 비자가 없이도 들어올 수 있는 무사증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더불어 중국인들을 상대로 제주도에 체류하며 가이드나 영업을 하는 중국인들도 늘어났다. 2009년에 제주도 내 무사증입국자는 6만 9569명이었다. 지난해에는 62만 9724명으로 6년여 만에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사증제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의 수를 양산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제주도 내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기준 4353명으로 4년 전보다 무려 20배가 넘게 늘었다. 또 이 중 98%가 중국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은 제주에서 불법을 저지르며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이들은 같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명의를 도용해 대포폰을 개통해 팔거나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 죄질이 무거운 범죄들을 저지르고 있다.

한국에 불법체류하려는 의도로 제주도에 입국한 외국인들은 보통 체류기간(통상 30일)을 넘겨 제주도에서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육지로 몰래 건너가 일자리를 구해 잠적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사증제도는 제주도에만 국한된 것으로 무사증제도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육지로 이동해선 안된다. 만약 이들이 맘먹고 잠적해버릴 경우 행방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일 제주도에 들어온 중국인 A(60)씨가 다른 중국인 2명과 함께 제주에서 육지로 향하는 선박의 화물칸에 숨어 제주도를 벗어났다가 붙잡혔다. 조사 결과, A씨는 관광객을 가장해 제주도에 입국한 뒤 육지로 나가 공장이나 농장 등에서 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A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함께 육지로 들어온 다른 중국인 2명은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단속부서 인력 턱없이 부족해

불법체류자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경찰과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국내 출입국자 수는 출입국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입국한 사람은 6,600만 명이고 체류외국인은 190만 명이나 된다. 제주공항 출입국자는 203만 명에 달하고 불법체류자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보니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은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불법체류자의 단속과 출국 담당하는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과 관계자는 “무사증 제도로 불법체류자가 급증했다”며 “수색인원이 8명 내외로 인력난이 매우 심각한 상태며 현재 제보를 받는 것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월 2회 식당이나 건설현장 등 업체들을 돌며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는 내용이 담긴 법무부 홍보물을 제공하는 등 계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관계자는 “제주도의 적극적인 지원과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불법체류자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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