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서청원·박지원 ‘70대 전성시대’

2016-07-15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최근 여의도에 ‘노익장’ 바람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76세)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74세) 그리고 새누리당 ‘빅 브라더’ 서청원 의원(73)이 그 주인공이다. 서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른다면 여야 3 당 대표가 모두 70대인 시대가 열리게 될 가운데 이들 3인방의 영향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극대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킹메이커가 아니라 ‘21세기 대원군’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대권 주자 뒤에서 보조적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킹메이커’ 아닌 ‘대원군’ 자리 노린다!
-반기문·윤여준까지 줄줄이 등판 예고… 대선주자 ‘인큐베이터’


정치권에 ‘70대 전성시대’가 열린 것은 현 정국이 그만큼 ‘정치적 연륜’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몇 초선 의원들이 보여준 허위사실 유포와 막말 같은 행태들이 ‘큰형님’들의 뒷짐을 풀게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종인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을,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고문을 그리고 서청원 의원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어느 당에서 대통령이 배출되느냐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명운은 극명히 엇갈릴 전망이다.

일단 김종인 대표는 최근 문재인 전 대표와 긴장관계 속에서 ‘야권 잠룡 감별’에 힘을 쏟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측과의 ‘적과의 동침’은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文 대항마’ 연쇄 접촉… 왜?

무엇보다 김 대표는 과거 “더민주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반문(反文) 진영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나 “너무 오래 지역을 관리한 사람은 솎아내야 한다”는 발언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지역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 세력인 친노 세력을 정리하고 내년 대선 판을 설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안희정 지사는 “보조타이어 또는 불펜 투수가 아니다”며 차기 의지를 내비쳤고, 김부겸 의원도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대권 직행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국민의당에서는 ‘호남맹주’ 박지원 원내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의 킹메이커로 나설 전망이다. 박 대표는 일단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잡은 후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위원장은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된 ‘호남 소외론’에도 비대위 인선을 호남에 치우치지 않고 ‘탕평’에 초점을 맞췄다. 당의 전국정당화를 통한 안 전 대표의 외연 확대를 꾀하고 자신은 차기 ‘대원군’이 되기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연말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에 돌입해서도 두 사람의 밀월관계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대선 국면에서 안 전 대표는 3자구도를, 박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를 통한 1대1 구도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최근 박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당에는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안철수 독주론’에 제동을 걸었다. 일각에서 박 원내대표가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해 야권통합 등 정계개편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안철수 대 손학규 경쟁구도…흥행몰이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등판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손 전 상임고문이 안 전 대표와 대선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최근 “손 전 상임고문이 당으로 들어와 안 전 대표와 경쟁하는 구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문제는 손 전 상임고문의 결단이다. 현재 손 전 상임고문의 당적은 더민주이지만 그가 더민주나 국민의당 중 어느 한 정당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과거 혁신과통합 이해찬 친노 세력이 했던 것처럼 당대당 통합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반면 여당에는 ‘큰 형님’ 서청원 변수가 연일 회자되고 있지만 정작 서 의원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같은 서 의원의 장고는 반기문 사무총장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핀 장본인인 서의원이다. 만약 서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해 당내 세력 구도가 친박 대 비박으로 갈리게 되면 반 사무총장이 향후 새누리당 입당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기문 총장과 서청원 의원 모두 70대다. 두 70대 정치인들이 당내에서 ‘노익장’을 발휘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조기 등판론까지 제기됐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최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78세)을 영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정치적 지주였다. 이런 윤 전 장관이 남 도지사 곁으로 가게 되면서 또 다른 ‘70대 킹메이커’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더욱이 남경필 지사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경기도의 창업 지원 기관인 경기스타트업캠퍼스 초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 같은 남 도지사의 행보는 ‘대선을 겨냥한 사전 캠프 꾸리기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는 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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