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홍준표 지사 8월 ‘쌍둥이 위기설’ 실체

2016-07-15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누리당 ‘잠룡’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재선으로 당선된 이래 정치적 최대 위기에 놓였다. 안으로는 주민소환 투표로 인해 ‘직무정지’ 위기에 처했고 밖으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1심 판결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소환투표 실시 여부는 오는 8월 초에 결정될 전망이고 1심 판결도 오는 8월 말에 나올 전망이다. 특히 홍 지사는 쌍둥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경우 내년 대선 경선에 비박계의 대표선수로 나설 예정이라 정치권은 선관위와 사법부의 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5만명 주민서명 10% 26만명 이상 ‘직무정지’
-성완종 불법정치자금수수 1심 유죄 대권 ‘빨간불’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실시 여부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 진주의료원 폐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도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홍 지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출범했다.

“막말? 주민소환무산에 딴죽 걸어서”

이 ‘운동본부’는 지난 5월부터 19세 이상 도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아 경남선관위에 35만4651명의 명부를 제출한 상태다. 경남선관위는 1차 심사에 이어 이를 바탕으로 제 3자에게 교차심사(재심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심사란 서명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유·무효를 판단하는 작업으로 성명, 생년월일, 주소, 서명, 날인, 서명연월 등 5개 기준 중 하나라도 틀리면 무효가 된다.

만약 재심사를 거쳐 서명한 유효 서명인이 도민 유권자의 10%를 넘지 못하면 무효가 되고 바로 선관위는 시민 단체에게 보정작업을 명령하게 된다. 보정작업이란 주민소환 청구 요건인 도내 유권자 26만7416명에 못 미칠 때 필요한 절차로 서명을 받은 단체에게 명부에 대한 재확인 과정을 요청하는 것이다. 만약 서명을 받은 시민단체 자체 확인조사에서도 요건에 못 미칠 경우 최종적으로 무효가 된다.

그러나 반대로 재심사 결과, 유효서명 건수가 유권자의 10% 이상이 확인되면 홍 지사에게 20일 동안 소명 기회를 준 뒤 주민소환 투표 날짜를 정하게 된다. 투표가 이뤄지기 전까지 홍 지사는 ‘직무 정지’가 되고 행정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주민소환투표가 결정되면 2016년 10월말, 늦어도 11월 중순 사이에 투표가 이뤄진다. 이럴 경우 경남도 선거권자의 3분의1 이상이 투표해야 개표가 가능하고 3분의 1이상 투표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직위가 박탈된다.

현재 지역선관위 주변에서는 유효 서명 숫자가 도내 유권자 10%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홍 지사 측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에 8월 초 운동본부에 보정 명령이 내려질 경우 홍 지사의 최종 투표 성사 여부는 15일간 보정 결과에 따라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홍 지사 측 한 인사는 “최근 정의당출신 도의원과 마찰로 홍 지사의 막말 논란이 일었다”며 “주민소환투표가 무산될 것을 미리 알고 딴죽을 걸고 화풀이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홍 지사 막말 논란은 지난 7월 12일 제338회 도의회 임시회에 참석하려고 홍 지사가 도의회 현관 앞으로 들어서다가 입구에서 ‘도지사직에서 물러나라’며 단식농성 중인 여영국(정의당) 의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등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홍 지사가 주민소환 파고를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남은   게 또 있다. 바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 재판의 핵심 증인인 윤 모 경남기업 전 부사장은 법정에 나와 “2011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의원회관에 찾아가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법정 증언을 한 상황이다. 그러나 홍 지사측에서는 “2011년 6월에 의원실에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배달사고’를 의심하고 있다.

홍지사 측, “주민소환은 무산 재판도 무죄”

설상가상으로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8일 열린 10차 공판기일에서 홍 지사 측근들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했다며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 사본을 증거로 채택돼 공세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내용인즉 홍 지사 측근인 대학총장 엄모씨와 김 전 비서관은 지난해 4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불거진 이후 윤 전 부사장에게 각각 통화와 대화를 통해 거짓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홍 지사가 경선 자금 명목으로 이 돈을 받았고, 성 전 회장은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금품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한편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 지난해 4월 정치권 인사 8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를 담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 지사의 경우에는 자살하기전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해 불법정치자금 수사를 받는 단초가 됐다.

이에 대해 홍 지사 측에서는 “현재 변호인은 홍 지사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며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재판부가 회유 녹취록을 증거물로 채택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 측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부장검사 앞에서 녹취를 한 것이기 때문에 자칫 인정을 안할 경우 검찰과 법원의 전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채택 배경을 해석했다.
이 인사는 나아가 “실제로 해당 녹취록은 대법원 판례를 보면 불법”이라며 “증거가 채택됐다고 해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 할 것”이라고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5일 홍 지사 변호인 측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8월말에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만약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질 경우 홍 지사의 정치 생명도 위험에 처할 공산이 높다. 내년 대선에서 비박계 대표로 경선에 나가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죄로 판명될 경우 홍 지사는 거꾸로 대선 출마에 날개를 달게 될 공산도 높다. 이미 홍 지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치열하게 경선을 치를 당시 출마해 흥행에 일조한 바 있다.

'대선 출마?' “홍준표 메기효과 기대…”

집권 여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현재 집권 여당에서 거론되는 잠룡들을 보면 하나같이 밋밋하고 톡톡 튀는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독설가이자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홍 지사가 참여할 경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뿐만 아니라 김무성, 유승민, 오세훈 등 경선 후보들을 긴장케 만들어 홍행뿐만 아니라 후보들의 맷집을 키우는 ‘홍준표식 메기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홍 지사 측에서는 내년 대선 출마관련 “아직 재판받는 중이라…”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