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發 후폭풍 어디까지…
피해 최소화 노력에도 꼬리 무는 악재들
창사 이래 최대 위기…투자자들에게도 불똥 튀어
비리백화점 롯데 협력사와 소액주주 ‘생존권’ 위협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롯데그룹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의 협력사들과 롯데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매한 소액주주들의 시름이 점차 늘고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 홈쇼핑, 면세점 등과 거래하던 협력사들은 예상치 못한 악재로 침해당한 영업권과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또 롯데라는 이름값을 믿고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던 개인투자자들도 롯데그룹이 반등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는 증권가의 평가에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비리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가 점차 확대되자 협력사들의 상황은 당초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그중 타격이 가장 큰 곳은 롯데홈쇼핑과 롯데면세점의 협력사들이다.
롯데홈쇼핑은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가처분 신청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의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가처분 신청에 상당 부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 채널 재승인 불법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특수4부·첨단1부)은 지난 14일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재승인 취소와 추가 제재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한 협력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협력사 피해 줄이어
롯데홈쇼핑과의 협력사들은 850여개로 이 중 66%(560여 개)가 중소기업이며 173개는 롯데홈쇼핑과 단독으로 거래하고 있다.
모피와 가죽 의류를 납품하는 최태진 시티지 대표는 “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롯데홈쇼핑과 단독으로 여성 란제리 제품을 납품하는 김선미 인티지아 대표는 “너무나도 억울하다”며 “우리는 롯데홈쇼핑과 단독으로 계약한 채널 특화상품이라 다른 홈쇼핑으로 옮길 수도 없다. 방송이 정지되면 대안이 없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고 생각하기도 싫지만 독일 레이스 업체와 계약해 생산해놓은 제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될 수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롯데홈쇼핑이 프라임 시간에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중소기업들이 입는 피해 금액은 약 400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래부는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타사 TV홈쇼핑이나 티커머스 업체들과 협력 구축을 주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대안은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홈쇼핑의 경우 24시간 방송 시간을 정해놓고 운영하기 때문에 한 업체가 들어가면 기존 업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진정호 롯데홈쇼핑 협력사 비상대책위원장은 “영업정지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점점 안 좋은 상황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생기고 있어서 (협력업체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롯데의 문제와는 별개로 영업정지를 어떻게든 풀어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롯데면세범의 경우 월드타워점이 폐점해 협력사와 직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6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뒤 시내면세점 특허전에서 떨어져 문을 닫았고 지난달 30일부로 폐점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연말 특허전에 재도전해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반면 롯데의 계획대로 특허전 도전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면세점 입점에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에 문근숙 롯데면세점 노조위원장은 “신영자 이사장 개인 비리는 별도로 본인이 처벌을 받으면 되는 것이고 (롯데면세점) 경영 전문성이라든지 고용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평가를 받아서 15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시 그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들 피해도 많아
협력사들 못지않게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현재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를 살펴보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주가는 하락세다. 지난달 10일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3주간 롯데그룹주 시가총액은 8400억 원 가까이 증발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롯데쇼핑 시가총액이 검찰 수사전과 비교했을 때 7560억 원이나 줄어 규모로는 최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롯데그룹 9개 상장사 중 8개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이러한 하락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여 증권사들은 반등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는 평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주가 일제히 급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인 가운데 미래부 제재 리스크로 인해 롯데쇼핑은 7년여 만에 주가가 20만 원을 밑돌고 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18.69% 상승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역시 최근 국세청을 속여 270억 원의 세금을 부당 환급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잇따른 악재로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개인투자자는 “이 주식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실적이 갑자기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며 “롯데 하면 긍정적인 이미지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롯데 주식보다 나은 종목이 많아서 이 종목을 들고 있을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결국 롯데그룹과 그 총수일가에서 시작된 비리혐의들이 평소 그들이 가족이라고 불렀던 협력사와 소액주주들의 목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향후 롯데그룹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