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 정권 표적 수사” 발언 막후
스스로 연결고리 자백? 정치검찰 논란 뜨겁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제2롯데월드 신축 허가·CJ 효성 대우조선 비자금 조성 논란 등은 현 정부 들어 검찰이 기소했거나 현재까지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들이다.
문제적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단서와 정황이 있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검찰측의 발표와는 다르게 특정인물이 구속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법원의 무죄 판결 소식이 이어지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들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검찰은 ‘망신’과 ‘배신’의 연속을 당하고 있어 국민적 반감마저 사고 있다. 따라서 정치검찰 논란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그동안 정치수사 논란이 일 때마다 정부는 ‘표적수사, 보복수사는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출범한 부정부패위원회도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로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 역시 표적수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 들어 검찰은 그동안 포스코, 자원외교 비리, 농협 수사 등 전 정권 사정 수사를 몇 차례 진행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마무리됐다. 이 기간 동안 해당기업들은 “사업적 피해로 회사 경영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이바지 못 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계속되는 검찰의 재벌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이뤄지는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의 검찰 수사에 대해 직전 정권에 대한 표적수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견해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친MB기업으로 불린 롯데그룹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국세청이 롯데그룹과 계열사를 대상을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롯데는 MB정부 동안 숙원사업인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가를 받은 것이 정권차원의 특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찰 롯데수사팀은 최근 장경작 전 호텔롯데 사장과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 등 2명을 출국금지했다.
장 전 사장은 롯데그룹 내 대표적인 ‘MB라인’으로 꼽힌 인물이다. 이 전 대통령과는 고려대 61학번 동기다. 장 전 사장은 롯데그룹의 ‘해결사’로 통했고, 야당은 ‘친구 게이트’ 의혹을 제기했다. 2010년 3월 퇴사한 장 전 사장은 2014년 1월 MB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청계재단 감사로 합류했다.
특히 검찰은 장 전 사장과 기 전 사장 모두 제2롯데월드 인허가 사업에 연루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 전 사장의 경우 허가 당시 이계훈 공군참모총장과 항공기 부품수입업체 B사의 천 모 부회장과 고교 동문이다. 때문에 검찰은 기 전 사장이 고교 인맥을 활용해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를 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장 전 사장 또한 제2롯데월드 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검찰은 일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집중하면서,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물증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과 CJ그룹은 롯데그룹과 함께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대표적인 표적수사를 받아왔다. 2013년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는 그해 7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구속해 재판에 넘긴데 이어 10월에는 효성그룹의 탈세 의혹과 관련 그룹 본사, 효성캐피탈 본사 및 조석래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혐의 있고 비자금 의혹도 있는데 처벌은 ‘오리무중’
불편한 심기 드러낸 전 정부와 현 정부 대립각 세울까
제기된 의혹도 비슷비슷하다. 모두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하며 거액의 탈세를 저지른 혐의고 이는 회삿돈 횡령 및 배임 수사로 확대됐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직까지 재판을 받고 있으며 경영에서 사실상 물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법을 어기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정권의 고비때마다 권력기관의 사정바람이 부는 것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에까지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친이명박계 인사들에게 시선이 모아졌고 지난해 이들 인사들이 말한 내용이 재차 회자되면서 검찰 수사 향방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MB정부 때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3월 18일 오전 국회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면 되는데 왜 그걸 담화를 하고 수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뿐더러 분명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며 최근 정부 행태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정 의원은 미리 준비해 온 역대 정부의 전 정권 수사 자료를 꺼내들며 “딱 3년차에 접어들면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다 (전 정권을) 수사했지만 다 실패했다”며 “지금 현역 의원들도 감옥 갔다와서 버젓이 정치활동하는 게 다 왜 그러겠나. 그게 다 면죄부 줘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보관 출신인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오전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비리가 없음에도 사정의 칼날로 재단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은 “포스코나 자원외교에 대해 수사를 해보면 이명박 정부의 인사가 관여돼 있는지, 비리 요소가 있는지 드러날 것으로 본다. 다만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은 국가든 공기업이든 어떤 정책을 선택하고 경영하는 데 있어 여러 판단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강 전 의원은 “과거 정부든 현 정부든 국가와 공기업을 경영·운영함에 있어 부정부패 요소가 있다면 반드시 척결해야 될 기본 전제”라면서도 “다만 국가 정책의 결과를 갖고 나중에 사법의 잣대를 댄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검찰의 재계수사가 결론 없이 흐지부지된다면 또 다시 정치검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 정부의 레임덕 논란이 불고 있는 상황이기도 해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더 주목받는다. 따라서 검찰의 확실한 수사 소식이 현 상황을 타계할 묘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