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굿바이 싱글 김혜수, 연기도·인연도 ‘베테랑’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데뷔 후 30년간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배우 김혜수가 영화 ‘굿바이 싱글’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 코믹연기와 극 속 톱스타의 모습을 농염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자신 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내공을 선보여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늘 새로운 모습과 완숙한 연기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는 배우 김혜수의 매력을 만나봤다.
지난해 영화 ‘차이나 타운’을 통해 한국 느와르의 가능성을 열었던 김혜수는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굿바이 싱글’로 코믹장르의 대들보임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김혜수는 주인공인 톱스타 ‘고주연’으로 분해 배우 삶의 한 단면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김혜수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자신이 그려낸 유쾌하면서도 진지했던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굿바이 싱글’ 시나리오를 받은 지는 3년 쯤 됐다. 이 작품도 그렇고 곧 개봉할 ‘소중한 여인’도 3년이 된 시나리오였다. 결정은 두 작품을 먼저 했지만 개봉은 차이나타운과 시그널 방영이 먼저 이뤄졌다“면서 다소 무리한 일정이였지만 제작진들의 도움으로 소화해 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혜수는 “이 작품이 두 작품보다 시나리오보다 먼저 들어왔는데 수정단계를 거치면서 늦어졌다”며 “평소 시나리오가 무슨 애기를 하는 지를 보고 맘에 들면 결정한다”고 작품 선택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또 이번 작품을 선택하기까지는 김태권 감독의 영향도 컸다는 그는 “작품을 결정하기 전부터 김 감독의 작품들을 봐왔던 터라 이번 작품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감독의 ‘독’을 지목하며 “보통 같이 하는 감독님 작품들을 미리 보는데 무서운 영화 같은 건 못 본다”면서 촬영은 해도 완성본은 못 본다는 게 그의 고충이다.
유독 거장 감독들 보다 신인 감독들과 작품을 찍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혜수는 “기성 감독들이 아니라서 검증되지 않은 위험성은 있다. 하지만 제가 작업한 분들이 대부분 첫 작품이나 두 번째 작품이었다”며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인지를 보면 감독님들의 성향을 알 수도 있고 가능성을 보고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스게 소리로 그는 “거장 분들이 저를 안 찾아 주신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연기 공력만큼 여유롭게 작품을 대하고 있는 김혜수지만 배우로서의 자세와 작품을 바라보는 눈은 빈틈이 없었다.
그는 “촬영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모인 거다. 연기하는 사람이니 캐릭터의 비중을 떠나서 배우로서 매력을 느끼느냐가 중요하다.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도움 받을 여지까지 포함해서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하느냐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혜수는 “무엇을 어떤 식으로 도출해 낼지는 사람들이 하는 거잖아요. 매순간이 중요한 것 같다”며 “경험치에서 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새로움이 주는 불안정한 면과 노련하고 익숙함이 조화롭게 어울려 최대치를 끌어내는 게 합의인 것 같고 현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거장이라고 해도 배우가 연출자를 신뢰하지 못하면 연기를 이끌어낼 수 없다. 장편하는 감독이다가 아니라 제대로 할 수 있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느껴지는 최초의 직감이 대부분은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작품철학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을 선택하기까지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유사가족과 미혼모, 독거사 문제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회 문제들 또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당면해야 하는 문제들을 솔직하게 풀어 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혜수는 “제 주변에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고 어떤 계기를 통해서 실제 가족이 되기도 한다”며 “지금 현재 나와 긴밀하게 삶을 공유하고 있고 위로와 위안을 받는가 하면 내 사람, 내편이라는 사람을 경험했다”면서 그 진심을 전달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미혼모 문제는 최근의 사회적 화두는 아니다. 다만 입양법이 바뀌면서 부모 없는 아이들이 굉장히 난처한 입장이 됐고 실제 미혼모가 될 수밖에는 없는 이유가 있다”며 “그런데 원하든 원하지 않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 몇 년 간 미혼모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경험했던 김혜수는 법이 바뀌고 그 기간이 난감했었다며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김혜수는 “사람들이 더 고립되고 위태로워지는 것 같다. 실제 우리가 소통을 하는 게 대면보다는 텍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위안을 받아야 하는 존재다. 분명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늘 그런 애기를 해왔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등장하는 여배우 톱스타가 최적화된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배우는 실제 외롭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철들지 않은 배려나 개인적인 문제 자체를 공유하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했었다”면서 “사실 멀쩡하고 화려하게 보이지만 결핍덩어리잖아요. 미성숙한 반대급부에 있는 사람은 철 들지 않아야 하는 나이인데 너무 철이 들어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인물들이 계획하지 않고 우연히 만나서 서로 부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극중 고주연이 단지(김현수 분)에게 사과하러 갔고 미술대회를 나가고 싶은 단지가 처한 상황에서 ‘그림만 그리고 나올게’가 진심이고 요지였다. 그 순간은 단지에게 절대 절명의 희망이었다. 단지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만 똑같은 아이인데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돼서는 안 된다는 게 고주연의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김혜수는 극중 고주연을 설명하면서 ‘인연’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느끼는 게 인연의 소중함이다. 앞으로 더 살날이 남았는데 또 어떤 인연을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공유하면서 이어지는 인연이 생각보다 많아지는 것 같다”며 “인터뷰하는 시간도 감사한 시간이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영화를 논하는 시간이기에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인연의 소중함을 중시하는 만큼 이번 작품에서 주연이를 잘 보필해주는 평구(마동석 분) 같은 남자 사람 친구가 가장 부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혜수는 지난해 소중한 사람만큼이나 소중한 작품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시그널의 차수연을 너무 사랑했다. 4부까지 보고 결정했는데 실제 배우로서 차수연이 할 수 있는 연기로서의 확장 가능성 보다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모든 게 시작해서 모든 것이 진행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대본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김혜수는 “미제 사건이라는 것이 좋았고 그 대본에서 우리 스스로가 틀을 만들어 가는 큰 작품이었다. 이런 애기를 하는구나가 제일 컷다”면서 “내가 직접 하지는 않지만 이런 주제 의식에 동참하고 싶었다”면서 작품활동중 인상적인 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김혜수는 시그널은 촬영에 참여할 수 없는 일정이었지만 제작진들의 배려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더욱이 앞으로 이런 경우는 없을 것 같다는 그는 “너무 잠을 못자고 그랬는데 제대로 일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며 “앞으로도 배우로서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하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영화 제목처럼 언제 굿바이 싱글을 할지 묻자 “모르죠. 사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 인간 김혜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것 같다. 구지 외면할 필요도 없고 그것보다 우선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 마음이 있으면 당연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혜수는 “그런 순간이 안 올 수도 있다”고 말해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억지 결말이 아닌 순리에 맡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30년차에 접어든 만큼 연기자 후배들에 대해 “천우희나 김고운 같은 배우들이 좋은 태도와 기질을 가진 배우다. 이런 재질이나 기질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흔지 않다. 하지만 이런 배우들이 성장하는 광정에서 몇 번씩 고꾸라지거나 미끄러진다. 또는 대중들이 가졌던 기대나 환상을 와르르 무너트리는 순간도 있다”면서 “근데 그거 하나로 그들의 성장을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배우는 한 작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배우로서 버티고 이겨내길 바란다”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더욱이 김혜수는 스스로에 대해 “저 역시 연기 못하는 배우, 어떤 캐릭터를 해도 김혜수로 밖에 안보인다는 말을 10년 넘게 달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며 “배우로서 후회한 순간도 있었지만 단 1mm라도 성장하기 위해 참고 노력했던 것이 보템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솔직함 처럼 김혜수는 올해도 어려 작품을 통해 좀 더 발전된 연기자로 관객들을 만날 생각이다. 조만간 영화 ‘소중한 여인’을 통해 느와르 장르의 진면목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김혜수는 늘 지켜봐주시는 분들께 하루하루 성장하는 연기자의 모습으로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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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