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출의 여의도 패트롤③] 불체포특권 포기하라!

2016-07-11     일요서울

- ‘권력으로서의 정치’ 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 불체포특권 처리 시한 정하고도 안 지켜

새누리당 비대위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첫 번째 과제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단도 이같은 내용에 합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골자는 현행 국회법 제26조 2항에 “의장은 국회의원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72시간 내에 표결되지 않는 경우 자동폐기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였는데, 이제 72시간 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그 다음에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상정 되도록 하자는 안이다.

사실 국회법 제26조 제2항은 2005년 7월 28일 신설되었다. 이 조문의 입법취지는 의원의 불체포특권 남용을 제한하고 소위 방탄국회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의 국회법 개정안은 체포 또는 구금된 의원에 대한 석방요구안의 발의요건을 20인 이상에서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여 석방요구가 어렵도록 하고, 처리시한도 명시하여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가급적 축소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2008년 18대 국회 전반기에 문국현 의원과 김재윤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주당 김재윤 의원 체포동의안을 여야 합의가 안됐다는 이유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고, 사실상 폐기되는 선례를 남겼다. 3년 전 체포동의안을 국회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주역이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었다. 민주당은 김재윤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반대함으로써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 자기부정의 극치를 보여줬다. ‘제 식구 감싸기'에는 여야 모두 암묵적 동의가 있었는지 모른다.

2010년 강성종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되었을 때만해도 국회법 제26조 제2항을 강행규정으로 볼 것인지 훈시규정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되었다. 폐기된 경우에 관하여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해석을 하기가 애매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불체포특권을 남용하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한 시한을 넘긴 것이 오히려 불체포특권을 남용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해석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강행규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자동폐기하는 선례를 2008년에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9월에 강성종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당시 한나라당이 원내 다수를 앞세워 처리를 강행하면서 가결되는 선례를 남겼다.

국회의원에게는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 등 다양한 권한이 있다. 특히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에는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은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과 함께 국회의원의 두 가지 특권으로 꼽힌다.

불체포특권은 의회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영국의 불체포특권은 1700년대 의회특권법에서 제한되기 시작하여 1770년 의회특권법(Parliamentary Privilege Act 1770)에서는 의원 및 그 비서에 대하여 회기와 관계없이 소를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고, 또한 의원의 특권에 기해 그 소송절차가 중지되는 일이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형사사건에 관하여 불체포특권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1조 제6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양원의 의원은 내란죄, 중죄 및 치안방해죄를 제외한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회기 중 회의에 참석하는 중이거나 또는 그 회의 참석을 위하여 이동하는 중에 체포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헌법상 규정 중 치안방해죄는 교통법규위반죄까지도 포함하는 것이어서 결론적으로는 모든 형사상 범죄에 대하여 언제든지 의원을 체포할 수 있고, 불체포특권은 형사사건에서는 사실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최근까지 잇따른 의원들의 일탈성 행위로 논란이 빚어지자 정치권은 불체포특권 포기 문제를 다시 검토하게 됐다. 2005년 국회법 개정 이후에도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여 오자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는 여야 후보 모두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하였다.

문제는 72시간 규정이 없어져도 여야 의원들이 뜻만 모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상정돼도 여야가 과반수로 뜻을 모아 부결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2014년 9월에 철도부품업체 금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던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실제 19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은 11건이 제출됐으나 4건만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72시간 규정의 유무가 특권내려놓기와 직결된 건 아니란 의미다.

국회 내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번에는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고 내려놓는 모습을 진정성있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국회의원직이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무한 서비스'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선거 때 약속했던 머슴으로서의 국회의원상을 각자 보여줄 때 잃어버린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이현출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