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엄지척’하게 만드는 섹스로봇의 세계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사랑도 가능하다”
“남자보다 로봇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이 더 많아질 것이다.” “섹스로봇이 보편화되며 사람이 아닌 로봇과 첫 경험을 갖게 되는 시대가 온다.” 향후 10년 안에 벌어질 남녀 간의 잠자리와 관련해 미래학자들이 내놓은 전망이다. 미래학자인 이안 피어슨 박사는 ‘성관계의 미래’ 보고서에서 2025년이면 여성이 로봇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 흔한 현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2050년에는 로봇과의 섹스가 사람과의 성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다수의 사람들이 로봇과 성관계를 맺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점점 익숙해질 것이라는 게 피어슨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인공지능(AI)의 행동 능력과 감정 능력이 향상돼 사람과 유대감이 생기면 사람들은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 “언제 들어와요? 보고 싶으니까 빨리 들어와요.”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애인의 목소리에 남자는 기분이 좋아졌다. 어젯밤 가볍게 던진 농담에 애인이 토라지는 바람에 오늘 아침 출근길은 썰렁했다. 그러나 점심시간 이메일로 보내준 애인의 셀카에 냉랭한 두 사람의 마음이 눈처럼 녹았다. 퇴근길에 준비한 꽃을 건네자 그녀가 수줍게 웃었다. 남자는 애인을 안고 침대로 향했다.
가까운 미래에 성인용 로봇과 인간의 일상을 구성한 가상 시나리오다. 머지않아 로봇과 인간의 사랑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최근 성인용 로봇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어서다. 이미 미국의 ‘트루컴패니언’이란 회사가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 섹스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록시’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170㎝의 큰 키에 몸무게가 54㎏ 밖에 나가지 않는 완벽한 몸매를 자랑한다. 여기에 아름다운 얼굴까지 갖췄다. 외모만 사람과 같은 게 아니다. 사람처럼 말도 한다.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오는 수준이 아닌 파트너가 하는 말에 대답을 한다.
성격도 원하는 대로 설정이 가능하다. 록시에 탑재돼 있는 성격은 5종류로 ‘사교적이고 대담한’,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잘 타는’, ‘어리고 상처입기 쉬운’, ‘어머니와 같은 배려심을 가진’, ‘성(性)적으로 대담한’ 성격 등이다.
록시를 겪어본 사람들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평가다. 아직은 청소기를 돌리거나 요리를 할 수는 없지만 침대에서는 거의 ‘만능’이라는 후기가 전해진다. 특수 제작된 인공 척추가 장착 돼 인간과 유사한 포즈를 취할 수 있다는 정보는 솔로 남성들을 흥분케 하는 요소다. 오르가즘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장착됐다.
록시의 가격은 트루컴패니언 홈페이지 기준 9995달러다. 우리 돈으로 약 1100만 원가량이면 아름다운 여성을 평생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트루컴패니언은 록시 개발의 궁극적인 비전은 섹스도우미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현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여성을 위한 남성형 섹스로봇 ‘록키’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뿐 아니라 다수의 로봇 제작회사들이 섹스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록시에 최근 도전장을 내민 회사는 ‘리얼돌’이다. 리얼돌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개발하고 있는 성인용 로봇 ‘하모니’는 눈과 입을 움직이고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현재 얼굴 부위까지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리얼돌 측은 인공지능이 장착된 얼굴에 자사의 섹스돌을 결합해 ‘하모니’를 풀 바디형 섹스로봇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대당 3만 달러에서 6만 달러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신 증가 대안 될까
영국 대중지인 ‘더 미러’는 최근 섹스로봇이 일본 미혼 남자와 독신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미러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로봇 ‘에리카(Erica)’가 점점 독신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일본에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리카는 올해 23세의 실물 크기 로봇으로, 앞서의 로봇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다.
이 로봇은 오사카대학, 교토대학 등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로봇은 당초 성인용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외모에다 대화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신자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일본 문화와 맞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인 남성 5명 중 1명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20년간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여성들도 10명 중 1명꼴로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반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국에서는 ‘성인용 인형’이 갈수록 인간과 닮아가자 ‘성인용 인공지능로봇’의 개발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로봇전문가 캐트린 리처드슨 몽포트대 박사는 영국으로 섹스로봇이 수입되는 것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섹스로봇이 로봇산업에서 점점 더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 로봇의 모습과 역할은 혼란스러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캐트린 박사는 “우리는 이런 로봇이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간 관계형성에 해롭게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성인용 로봇업계와 반대 측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로봇산업 관계자 측은 록시 같은 상품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더글러스 하인즈 박사는 “배우자를 잃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을 갖추면 주인과 대화도 하고 주인의 취향까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인간끼리의 관계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의 저자 데이비드 리비도 “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섹스로봇으로 그 욕망을 채우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2050년쯤에는 로봇과의 성관계가 지극히 일반적인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섹스돌 판매에 반대하는 측 역시 리얼돌이 로봇업계에서 각광받는 산업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리얼돌이 전통적인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성을 상품화한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캐트린 박사는 “이런 식의 로봇이 개발되면 남녀관계뿐 아니라 어른과 아이 등 기타 인간관계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이 점점 더 인간과 닮아갈수록 복잡한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전자 기술자협회의 케빈 커란 박사는 로봇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오면 ‘로봇과 결혼할 수 있는지’, ‘로봇커플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지’ 등의 윤리적인 문제들이 불거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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