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전쟁, 숨겨진 진실 들여다보니…

2016-07-08     강휘호 기자

금융당국 vs 대형생보사 횡령·미지급 액수 속이기 등 의혹 난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는 등 자살보험금 지급을 위한 대대적인 압박에 돌입했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을 포함한 상당수 생명보험사들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배임·횡령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요서울이 현재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숨겨져 있는 의혹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여다봤다.

금융감독원 “보험금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는다” 
대형생보사 “안 준다는 것 아니라 대법원 판결 기다리는 것”
금융소비자연맹 미지급금 규모 수천억 원일 가능성 제기
자본감시센터 보험금 운용 추가 수익·배당 놓고 검찰고발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는 대부분 생보사(삼성·교보·한화·ING·알리안츠·신한·동양·동부·메트라이프생명) 등이 2010년 4월 이전 재해사망특약 상품에 가입한 보험가입자에게 재해사망보험금 대신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발생했다.

당시 생보사가 판매한 재해사망특약 약관에는 종신보험 가입 후 자살 면책 기간(2년)이 지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약관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약관이라고 반박, 가입자와 소송을 벌였다.

하급 법원의 판결이 엇갈렸지만 지난 5월 12일 대법원은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른 금융감독원의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는 어떠한 형태이든 보험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회사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어 만일 신뢰가 무너진다면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 보험회사가 약속한 보험금은 반드시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향후 조치로 ▲ 자살보험금 관련 검사 결과 제재조치를 신속히 진행 ▲ 특약에 의한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부·지연한 회사 및 임직원에 대해 엄정히 조치할 계획 ▲ 자살보험금 지급 계획을 징구하고 그 이행상황을 철저히 점검 ▲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 등에 대해서는 지급절차 등 현장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방식으로 적극 대처할 계획을 밝혔다.

대법원이 보험가입 후 2년이 경과한 자살과 관련해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한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2016.5.12)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싸고 생명보험사들이 소멸시효 경과 건에 대해선 지급을 거부해 금융감독원이 나선 상황이다.

법원 판결 두고 대립각

금융감독원의 강력한 제재 방침에 생보사들의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생보사가 등장했고,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ING·신한·메트라이프·하나·DGB·흥국·PCA생명 등 총 7곳이 자살보험금 지급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 가운데는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또 다른 대형생보사들의 반응에도 관심이 몰렸다.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금액은 815억 원, 이 중 소멸 시효가 지난 금액은 688억 원이다.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은 607억 원, 이 중 소멸시효가 지난 금액은 431억 원으로 ING생명 다음이다. 세 번째로 규모가 큰 교보생명의 경우 자살보험금 미지급금과 소멸시효가 지난 금액은 각각 265억 원, 213억 원이다.

다만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은 아직까지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거나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판결 전에 보험료를 지급하면 배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은 이른 바 생보사 빅3로 분류되는 대형사인데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에 대해 줄곧 거부하고 있어 생보업계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도 피해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금융감독원과 지급을 거부한 생보사들은 보험수익자가 청구한 사망보험금을 보험회사가 일부만 지급한 후 2년이 경과된 경우 보험회사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과소 지급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지, 보험금 등의 지급시기를 대법원의 소멸시효에 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보할 수 없는지, 대법원이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 가지 쟁점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다.

논란 만든 세가지 쟁점

더욱이 이들의 대립을 차치 하더라도 또 다른 의혹들이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다. 경제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생보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거나 그동안 횡령사태가 있었다면서 고발장이 오가고 있다.

우선 금융소비자연맹(상임대표 조연행·이하 금소연)은 생명보험사들이 재해사망특약 자살보험금 미지급금액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2179억 원은 종신보험에 부가된 일부일 뿐으로, 숨겨진 금액이 수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혹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2년 1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연금보험, 건강보험, 상해보험에 부가된 재해사망특약 전수를 조사해서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이 끝까지 버티는 이유는 현재 드러난 미지급금액보다 보고하지 않은 숨겨진 미지급 보험금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훨씬 많아서다”라고 말한다.

삼성, 교보, 한화 등 이들 세 곳 생보사가 지급해야 할 재해사망보험금(소멸시효 기간 경과한 건 포함)으로 밝힌 금액은 삼성생명 607억 원, 교보생명 265억 원, 한화생명 97억 원이다. 자살보험금 문제가 불거진 재해사망특약은 2002년 1월부터 2010년 4월까지 9년여간 판매한 상품인데, 생보사들이 자살 건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이 2014년 현재 17개 생보사에 2179억 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금소연이 봤을 땐 “미지급 규모가 ING생명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삼성생명, 한화생명은 97억 원이 채 안 된다. 이러한 통계는 시장점유율(M/S) 규모로 볼 때 문제가 있다. 생보업계 전체  M/S의 30~40%를 차지하는 삼성생명이 ING생명보다 미지급금액 숫자가 적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M/S 기준으로 보면 5000~6000억 원이 넘어야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백억 원대 수준의 금액 때문에 금융당국과 대립하고 온 국민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지급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효를 무시하고 전수 지급할 경우 회사당 수천억 원이 넘는 보험금액을 지급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약 전수조사 공방전

금소연의 한 관계자는 “재해사망특약은 보험료가 저렴(가입금액 1000만 원에 남자 40세 1500원, 여자 600원 수준)해 약방의 감초처럼 거의 모든 주계약에 부가되는 상품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종신보험 이외에 연금보험, 건강보험, 상해보험 등에도 의무부가 특약, 또는 독립특약(임의부가)으로 거의 전 생보사가 판매했기 때문에 현재 드러난 금액은 지극히 일부분으로 이보다는 훨씬 더 많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ING생명 감사에서 종신보험에 부가된 재해사망특약의 보험금 미지급 문제를 발견하고 업계에 비슷한 사례를 보고하도록 했다. 각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을 가입한 계약자 중 재해사망특약을 부가하고 자살한 경우의 통계만을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이를 두고 이기욱 사무처장은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에 검사 인력을 파견해 전산을 돌려 자살자 중 재해사망특약을 부가한 소비자를 전수 조사해 미지급보험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을 찾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발 더 나아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횡령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삼성생명 등 14개 생명보험사가 자살을 재해사망에 포함하는 특약을 가입자와 체결하고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고발장에서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고의로 지급하지 않고 자신들의 수익으로 처리해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단체는 “14개사는 보험을 유치할 때와 같이 보험이 만료되거나,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고객 청구가 없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시효와는 관계가 없다”고도 했다.   

또한 “대주주가 임명한 임원진이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을 운용해 추가 수익을 얻고, 대주주가 주주총회 결의로 수익을 배당받아간 것”이라며 14개사 임원과 대주주를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금융당국과의 대립에 대해선 “더욱이 생보사들이 피보험자나 금융감독당국의 지급 독촉까지 받고도, 마치 피보험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것처럼 그 시효를 주장하며 횡령한 보험금의 반환을 거부하는 고의 범죄를 자행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바로 대주주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같은 듯 다른 입장 차이

특히 “금융기관은 보험을 유치할 때 공공 금융기관이란 명분으로 고객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유치하였으므로, 그 보험이 만료하거나 지급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유치할 때와 같이 고객의 청구가 없더라도 돌려 줄 의무를 스스로 이행 완료해야 한다. 그래야 공공금융기관이다. 그러고 나서 시효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약관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수입으로 처리한 것은 적극적인 횡령”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요구사항은 ▲ 금융위는 생보사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고객에게는 청구 시점 이후부터 법정 최고이자로 지급토록 명령하라 ▲ 검찰은 대주주들을 포함하여 의자 금융회사에 횡령한 자금의 5배까지 가중 추징하라 ▲ 즉시 시정하지 않는 생보사의 영업허가를 취소하라 등이다.

한편 수많은 대립과 의혹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은 조금씩 다른 반박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것이고, 한화생명은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공소시효 경과 건에 대해서 지급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 아니라, 대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에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소연의 주장에 대해선 “보험금 미지급 액수를 어떻게 숨기거나 속일 수 있겠냐.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우리는 모든 조사를 성실히 받았다”고 선을 그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한다는 기본적인 맥락을 밝히면서 “미지급 액수에 대한 의혹은 조금 더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우리는 회사 규모에서 빅3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계속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상 미지급 액수는 굉장히 적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는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빠져 있는 상태로, 향후 이를 어떻게 결정할지 내부적으로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hwihols@ilyosoe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