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김영란법’ 논란은 현재 진행형…

與의원 22명, 김영란법 개정안 제출…“국회의원 포함”

2016-07-08     송승환 기자

[일요서울ㅣ송승환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法)이 시행되면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뿌리깊은 부정부패 해소는 물론 접대 문화와 연고주의, 권력카르텔(cartel)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조항의 경우 위헌(違憲·법률이나 명령, 규칙 따위가 헌법에 위반됨)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실제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규정을 놓고 농축수산업계 등에서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부패 고리 단절을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의견이 혼재돼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실효성, 위헌 논란, 사회적 파장 등을 짚어본다.


-법망 피해가는 ‘편법 사회’ 조장 우려
-적용대상 과다·‘3·5·10만 규정’ 실효성 의문

김영란법은 부패 근절을 위한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이 본격 시행되면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 매머드급 태풍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한계론’도 나온다.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면 법자체가 안고 있는 허점 때문에 ‘실효성’(實效性)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400만 명에 달해 실질적인 통제가 쉽지 않은 데다 법망을 피해갈 각종 편법(便法)을 봉쇄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수수 금지 등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

먼저 김영란법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1000만∼2000만 원의 과태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의 유형을 ▲ 행정처분·형벌부과 관련 청탁 ▲ 계약 업무 관련 청탁 ▲ 입학·성적 관련 청탁 ▲ 병역 업무 관련 청탁 ▲ 공공기관 평가·판정 업무 관련 청탁 ▲ 수사·재판 관련 청탁 등 15가지로 구분했다. 금품수수 제재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토록 했다는 점이다.

김영란법은 또 시행령을 통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금품 상한선도 정했다. 식사대접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이다. 김영란법이 ‘3·5·10법’으로 통칭되는 이유다.  특히 김영란법은 적용대상 직업군의 배우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배우자가 대신 금품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밖에 공직자나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도 설정했다.

적용 대상만 400만 명…실효성 논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학교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 등이다. 이들은 대략 240만 명으로,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는 추산하고 있다.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많아 실질적인 통제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김영란법이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A 교수는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적용 대상 범위가 과도해 현실성이 없다”며 “먼저 일정직급 이상의 공직자를 대상으로 법을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대다수 민간기업이 빠진 부분도 논란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한 한국 기업들의 총 접대비는 9조67억 원에 달한다. 공직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민간분야가 변하지 않는다면 부정부패 근절은 불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부정청탁 유형 15가지로 세분화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가지로 구분한 것도 논란이다. 당초 권익위 초안에는 부정청탁 유형이 없었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 명확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주요 부정청탁 유형을 세분화했다. 그렇지만 법에서 구체적인 유형을 정하다 보니 정작 빠져나가는 부정행위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해진 유형 외에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맹점(盲點)이 있다.

실제로 한 공무원은 “부정청탁 유형이 명확하게 규정이 돼 있는데, 법을 어기고 부정청탁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법의 범위를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부정청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편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
 
예컨대 김영란법 시행령은 식사대접비를 3만 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만약 1인당 식사대접 비용이 3만 원을 넘으면 식사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제3자도 식사대접을 받은 것처럼 부풀려 1인당 식사대접 비용을 3만 원 이하로 낮출 수 있고 아예 영수증 쪼개기를 할 수도 있다.

금액기준 현실성 있나 물가상승률 반영 숙제

당초 김영란법은 ‘벤츠 여검사’처럼 대가성이 없더라도 거액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처벌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벤츠 여검사로 알려진 이모 전 검사는 최모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 40평대 전세 아파트,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시계, 모피 롱코트, 샤넬 핸드백, 골프채 등을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각에선 김영란법을 따로 제정하지 않더라도 형법에 대가성이 없어도 일정 금액 이상의 금품을 받는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을 넣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경우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식사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상한 규정은 기존의 공무원 행동 강령이나 공직자윤리법을 통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액 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사대접 비용 상한선의 경우 지난 2003년 5월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3만 원으로 설정했는데 13년이 지나서도 그대로 3만원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2만9000원은 되고 3만1000원은 안 된다는 ‘무 자르기식’ 입법(立法)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법 규정을 세분화해 향응 금액에 따라 차등 처벌을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은 ‘김영란법’ 찬성 부정부패 척결 기대

국민은 대체로 김영란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영란법을 통한 부정부패 척결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17∼19일이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661명)가 김영란법 시행령에 찬성했고, 12%(120명)만이 잘못이라고 답했다.

또 김영란법 시행령에 찬성한 응답자의 27%는 ‘부정부패가 사라질 것’이라고, 11%는 ‘공직사회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답했다. B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법 취지에 공감한다”며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분노에 차 있는 만큼 일단 법을 시행한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보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22명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안의 적용 대상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를 제외하는 대신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지난 7일 국회에 제출했다.

강효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심재철 강석호 김상훈 박대출 이은재 이현재 김규환 김순례 김현아 문진국 송희경 신보라 윤상직 이은권 임이자 전희경 정유섭 정태옥 조훈현 추경호 최교일 의원이 서명했다. 개정안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익 목적으로 제삼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부정 청탁의 범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대신 개정안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공직자 등’의 범위에서 제외해 법 적용을 받지 않게 했다. 강 의원은 개정안 제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김영란법의 원래 취지는 공직자들이 청렴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면서 “이런 원안의 취지를 살려 본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면, 변호사나 의사, 시민단체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행법은 자의적 판단에 의해 법 적용 범위를 정함으로써 형평성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