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삼성家

계속되는 잔바람에 삼성공화국 위태설 ‘모락모락’

2016-07-08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잔바람이 계속 불면 나무가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반대로 꽃이 꺾이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최근 불고 있는 삼성 주변의 바람을 빗댄 말이다. 거센 바람은 아니지만 ▲이건희 회장 사망 루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재산분할소송 등은 거대 삼성을 휘청이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위기론’이 재조명될 정도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너이자 지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아버지 이건희 회장만큼의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앞으로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논란이 삼성 성장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건희 사망설, 이부진 재산분할소송까지…그룹주 출렁
입원 2년째 궁금증 더 해…건강상태 공개해야 루머 근절

삼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역력하다. 내부적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던 이건희 회장의 오랜 부재와 최근 계속된 이부진 사장의 이혼 소송에 따른 부정여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다. 이 같은 악재가 계속되면 기업이미지 실추는 물론 향후 사업 진행 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주식 시장 변화를 살펴봐도 삼성 오너리스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짐작케 한다.
삼성 오너가의 불미스러운 일이 알려질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올 초 이부진 사장의 이혼 소송 판결 직후 당시 호텔신라의 주가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8일 현재 호텔신라는 전 거래일 대비(오후 2시 기준) 2.4% 내린 6만510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이건희 회장 사망설 유포 당시에도 삼성그룹주가 출렁였다.

삼성의 사실상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주가는 장중 한때 8.51%나 급등했고 삼성전자와 삼성SDS도 급등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또다시 이부진 사장의 이혼 관련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업에도 불똥이 튈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이 사장의 이혼소식이 최근 불거진 것이 아니고 2년 전부터 나온 만큼 식상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너가의 불미스러운 일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또한 임우재 고문이 이 사장을 상대로 1조 원이 넘는 재산분할소송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 이 사장의 재산증식 과정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일반인들은 이 사장의 경우 거대 삼성그룹의 장녀이다 보니 상속이나 증여로 얻는 돈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금수저론’을 들먹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재산분할의 경우 50%를 신청하는데 임 고문이 신청한 금액이 1조2000억 원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장의 재산이 2조 4000여억 원이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재계에 따르면 이 사장의 재산 대부분은 삼성 계열사 주식 지분으로, 주가 변동에 따라 평가액이 수시로 변할 수 있다.
현재 이 사장은 삼성물산(지분율 5.5%)과 삼성SDS(3.9%)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일 종가(삼성물산 12만4000원·삼성SDS 13만6500원)에 이 사장의 보유 주식 수를 곱한 주식 가치 평가액은 1조7087억 원(삼성물산 1조2966억+삼성SDS 4121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두 주식의 지난 1년(52주)간 최고가(삼성물산 20만3000원·삼성SDS 30만1500원)를 기준으로 보면, 평가액은 3조328억 원(삼성물산 2조1226억+9102억 원)까지 불어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3월 초 발표한 ‘2016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도 이 사장의 재산은 19억달러로 959위에 올랐다. 지난 7일 원·달러 환율(1157.40원)로 환산하면 2조1991억 원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현재 보유한 비상장 주식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주식 외 또 다른 재산이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임 고문이 제시한 재산 분할액이 ‘1조2000억 원’인 만큼 재산의 절반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법조계에 따르면 임 고문은 지난달 29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은 기존 이혼소송과는 별개의 소송으로 임 고문이 그동안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만큼 양
측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 고문은 이 사장의 재산 형성과 유지, 증가에 자신도 기여한 만큼 재산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임 고문은 현재 이혼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인 수원지법에도 이부진 사장이 낸 소송에 맞대응해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내용의 반소를 제기했다.

현재 서울가정법원은 이번 사건이 서울가정법원 관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 위해 임 고문 측에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또 서울가정법원은 수원지법에서 이미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라 재판관할권이 어느 법원에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으며 아직 이 사장 측에 소장은 송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부재에 따른 삼성위기설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2014년 5월 이 회장이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이후 사망설이 제기됐지만 해프닝으로 번복되고 있다. 삼성 측이 이 회장의 현재 상태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오해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까지도 언론에 이 회장의 병실을 공개한 적도 없다. 현재 철저한 보안으로 인해 이 회장 상태를 알 수 있는 이는 병실을 드나드는 이 회장 일가나 삼성그룹 고위급 임원들 밖에 없다.

이건희 회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이 같은 의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주변의 우려와 관련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너 기업이지만 각 계열사별로 사업이 운영되는 만큼 큰 무리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최근 일련의 일들이 사업적인 부분보다 오너 개인에 국한된 일이다 보니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을 지우기는 어렵다. 타 기업의 경우 오너가 옥중에 있거나 병상에 있으면 사업이 어렵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오너리스크에 대한 사업적 악영향이 있음을 인정하는 바다. 따라서 삼성 오너가의 불미스러운 일이 삼성 기업 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인 셈이다. 

한편 1999년 8월에 결혼한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고문은 2014년 10월 이혼소송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임 고문을 상대로 이혼 및 친권자지정 등 소송을 수원지법에 냈고 1심은 두 사람에게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임 고문이 항소하면서 현재까지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앞서 임 고문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호원으로 일했던 사실과 이부진 사장과의 결혼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그 내용은 ▲알려진 바와 달리 자신은 이건희 회장 경호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부진과 결혼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서현이 결혼을 서두르자 먼저 하게 됐다 ▲미국으로 유학가는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기도했다 ▲술을 먹고 내가 때려 아내가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에서는 특별한 변론을 펼치지 않았다. 오히려 임 고문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인단 8명 전원이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이 사임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날 임 고문이 이혼소송 입장과 결혼생활에서 겪은 고충을 털어놓은 인터뷰 기사가 한 언론에 실리고, 이에 대해 이 사장 측에서 강력 반발한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