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복귀, 감감무소식…여전히 부족한 구속에 발목

2016-07-01     김종현 기자

부상 트라우마로 멈짓 하는 사이 날씨문제로 재활 등판도 삐끗
커쇼의 부상에 급해진 구단…미흡한 경기내용에 여전히 물음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5월 수술을 마친 후 1년 안에 복귀하겠다던 류현진의 약속이 결국 무산되면서 전반기(7월 11일 기준) 복귀는 물론 올 시즌마저 재활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특히 류현진은 재활 등판에서 좀처럼 평균 구속 88마일(약 142km)을 넘기지 못하면서 복귀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더욱이 우천으로 재활 등판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등 내외부 악재로 고심 중이다.

복귀를 위한 재활에 몰입하고 있는 류현진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구속과 날씨 등 재활 등판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팀인 오클라호마 시티 소속으로 재활 등판을 소화하고 있는 류현진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치카소우 브릭타운 볼파크에서 열린 아이오와 컵스(시카코 컵스 산하) 전에서 등판해 1⅔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류현진은 당초 5이닝 90개 정도의 투구수를 소화할 예정이었고 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몇몇 조건이 충족되면 메이저리그로 이동해 감격의 복귀전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서 복귀일정은 수포로 돌아갔다. 2회 쏟아진 비로 경기는 중단됐고 그라운드는 정비 시간까지 약 2시간 가까이 지연되면서 어깨가 식은 류현진은 이날 예정됐던 이닝과 투구수 모두를 소화하지 못한 채 투구수 26개(스트라이크 20개, 볼 6개)로 경기를 마쳤다.

앞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네 차례 정도의 재활 등판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이번 등판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전반기 마지막 날에 등판할 수 있었다. 결국 류현진은 7월에 한두 차례 더 재활 등판을 거친 뒤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기준점 밑도는 구속에
갸우뚱

다만 기준에 못 미치고 있는 구속은 류현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몸이 완전히 풀리기 전인 2회인 점과 날이 흐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은 점 등을 고려하더라고 최고 84마일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너무 낮은 스피드라며 로버츠 감독이 빅리그 콜업 기준으로 원했던 빠른공 평균 구속 88마일에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평가를 내렸다.

이에 관해 트레이닝 전문가들 역시 류현진이 최고 구속을 92마일(약 148km)정도로 끌어올려야 복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류현진이 수술 전 메이저리그에서 던진 최고 기록 95마일 (약 153km)에서 5km정도 적은 수치다.

다만 5km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중력과 긴장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로버츠 감독이 말하는 88마일도 이 같은 맥락이다.

어깨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류현진이 ‘트라우마’에 붙들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들은 ‘또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에 구속이 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특히 재활 마지막 단계에서 최고 속도를 회복하려면 아주 강하게 던지면서 어깨와 주변 근육을 키워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근육통 등을 수반하게 된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들은 그 통증을 부상 재발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5km를 남겨놓고 머뭇거리게 된다.

류현진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류현진 재활 등판에서의 경기내용 역시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우려감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날 류현진의 출발은 산뜻했으나 2회 들어 1사 후 멧 머튼에게 우전 안타를, 크리스토퍼 네크론에게 기습번트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머튼을 3루로 보냈고 가와사키 무네리노를 상대로 폭투를 던져 실점하고 말았다.

물론 재활 등판이 결과보다는 경기 내용이 중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지만 그는 직전 등판을 포함해 최근 트리플A 2경기에서 5⅔이닝 13피안타 9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류뚱의 복귀만이
선발진 완성

다만 최근 팀을 이끌고 있는 에이스 클레이트 커쇼가 등 통증을 호소하는 등 부상조짐을 보이고 있어 류현진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커쇼는 지난달 27일 피츠버그 전에 등판해 6이닝 동안 9안타 4실점으로 흔들렸다. 팀은 3-4로 패했고 커쇼는 올 시즌 2패째를 당했다.

문제는 경기 후 커쇼가 등 통증이 있음을 알리면서 다저스는 비상이 걸렸다. 구단은 커쇼를 밀워키 원정에서 제외하고 LA로 돌아가 검진을 받도록 했다.

로버츠 감독은 “시즌 증 계속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정도의 부상”이라며 우려를 불식했다.

하지만 커쇼의 부상에 민감해지는 이유는 올 시즌 다저스는 사실상 커쇼 혼자 끌고 가는 팀이라는 데서 시작된다. 커쇼가 등판했을 때 다저스는 14승 2패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선발들이 나섰을 때 팀 성적은 28승 34패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올 시즌 다저스 선발진들의 부상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선발로테이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브렛 앤더슨은 수술이 필요한 등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마이크 볼싱어는 옆구리에 해당하는 복사근 부상, 유망주 프랭키 몬타스 역시 갈비뼈 관련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베테랑 좌완 선발 스캇 카즈미어, 일본인투수 마에다 겐타 등이 뛰고 있지만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류현진의 복귀가 간절하다.

이에 따라 류현진과 구단 모두 후반기에라도 정상적인 복귀를 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경기 반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머물러 있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구단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이다.

후반기 들어 커쇼가 별 탈 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가운데 류현진과 4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브랜든 맥카시가 복귀하면 커쇼-카즈미어-마에다-류현진-맥카시로 이러지는 베테랑 로테이션을 꾸리게 돼 다저스는 포스트 시즌 진출 및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만한 여건을 마련하게 된다.

결국 류현진이 마의 5km를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다. 관계자들은 그가 구속을 올리기 위해 용기를 내야한다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러야 메이저리거로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미흡한 에이전시 대처
팬심도 갈려

한편 최근 류현진을 놓고 국내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빚어지면서 팬심도 엇갈리는 잡음이 일고 있다. 국내 대표 야구 커뮤니티인 엠엘비파크에서는 ‘류신시대’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류신시대는 류현진과 유신시대를 합친 조어다.

논란의 발단은 류현진의 국내 에이전시 업무를 맡고 있는 ‘에이스팩 코퍼레이션’에서 류현진을 비판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을 삭제해달라고 해당 커뮤니티 관리에게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요청을 받은 운영자는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유신시대가 떠오른다”며 류신시대라는 표현을 등장시켰다.

삭제된 게시물에는 ‘류현진이 팬들의 사인 요청은 거의 받아주지 않는다’ 등의 인색한 팬서버스를 지적하는 내용을 필두로 류현진과 관련해 소문과 경험담이 이어졌고 결국 류현진의 인성을 비판하는 내용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여기에 에이전시 측에서 게시물 삭제 요청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에이전시 측 관계자는 “팬들끼리 소통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구설에 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는 어디에도 이런 요청을 해 본 적이 없다”며 “문제가 된 게시물이 올라오자 여러 곳에서 신고와 문의전화가 들어왔다. 게시물을 확인해 보니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악의적인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퍼 나르고 있었다. 류현진 선수는 물론 관련된 다른 분들께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삭제를 요청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엠엘비파크 관계자도 “회사 자문 변호사가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삭제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며 “그 뒤 운영 지침에 따라 해당 게시글 작성자에게 에이전시 측에서 요청이 왔다는 내용까지 분명히 알리고 글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은 류현진 선수의 에이전시 측에서 네티즌의 입을 강제로 막으려 했다는 점에 불만을 제기했다. 또 류현진 선수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류현진 선수가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끌어내기 전까지는 안팎으로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팬들까지도 끌어안는 지혜가 수반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