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후 토막 내는 흉악범들의 속내

상·하반신에 300여 점 절단까지…

2016-07-01     권녕찬 기자

완전범죄 꿈꿔증거 최소화 은닉 욕구 강해
원한관계의 지인 대부분 선정적 보도도 한 몫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수원 토막 살인 사건’, ‘부천 초등생 살인 사건’, ‘안산 대부도 살인 사건’. 이들 사건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모든 피해자들의 시신이 절단돼 처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점이다. ·하반신 분리에서부터 300여 점에 달하는 시신 훼손까지 그 범행 수법은 공포로 몰아넣을 만했다. 이들 사건의 살인범들은 왜 이토록 잔혹하게 시신을 훼손할까. [일요서울]이 그 이유를 들여다봤다.
 
살인범 가운데 악질 중 악질로 평가받는 흉악범이 있다. 시신을 무차별로 잘라내는 토막 살인범이 그 주인공. 이들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살인마처럼, 날카로운 흉기나 전기톱 등으로 시신을 훼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발생한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범조성호다.
 
그렇다면 이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이유는 뭘까. 풍문으로는 장기·인육 밀매’, ‘이동의 편리함’, ‘완전범죄 성립등을 위해서라는 말이 들린다. 시신 훼손 자체가 주는 쾌락이라는 섬뜩한 말까지 나온다.
 
장기 및 인육 밀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먼저 장기·인육 밀매의 경우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국내 토막살인 사건과 관련된 시체가 인육 유통에 쓰였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과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원춘 사건에서도 인육 매매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원춘(46)은 지난 20124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서 퇴근 중이던 직장인 여성 A(당시 28)를 집으로 납치해 목 졸라 살해했다. 살해 후 오원춘은 범행을 감추기 위해 집 화장실에서 무려 시신을 358점으로 토막 내 여행용 가방과 비닐봉지 등에 나눠 담았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시신을 잘게 토막 낸 데 대해 중국과 인육을 거래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피해 여성의 유족 역시 오원춘이 인육 유통조직에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살점이 14개의 비닐봉지에 균등하게 담겨 있었다는 점을 내밀었다. 우발적 살인이라고 해도 시신을 이렇게까지 훼손할 이유가 없으며, 일용직 노동자가 4개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점, 중국과 왕래가 잦았다는 점 등도 제시했다. 수원지방법원은 1심에서 오원춘이 인육이나 장기 밀매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은 오원춘이 인육 및 장기 밀매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1심 판결의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무기징역을 선고, 이후 대법원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이윤호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당시 갖가지 의혹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그간 토막 살인 사건 중에서는인육이나 장기 밀매 목적으로 이뤄진 범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인육 캡슐 사건과 같이 인육 매매나 장기 밀매를 위한 시도는 은밀히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10월 전북에서 피의자들이 자신들이 빌린 대출금을 갚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인을 살해하고 장기매매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은폐 위한 후속조치
 
다음은 완전범죄 성립을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토막 살인에 대해 범행을 완전히 숨기려는 범죄자의 욕망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해석한다.
 
이 교수는 이들은 완전 범죄를 꿈꾸는 사람들이어서 증거를 훼손해 살인 자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은닉하고자하는 욕구가 강하다그렇게 하려면 시신이 숨겨져야 하고 이는 시신 훼손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건 자체가 밝혀지더라도 시신이 훼손돼 있으면 신원 확인 문제로 사건을 풀기가 어렵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 1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7살짜리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가해자 부모는 아들의 사체를 절단한 뒤 냉장고에 보관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특히 일부(머리)만 냉장고에 보관하고 나머지 부위는 자택과 공공건물 화장실에 버리거나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머리를 외부에 버릴 경우 자신의 범행이 쉽게 노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시신 냄새를 없애기 위해 자택 부엌에서 온종일 청국장을 끓이기도 했다.
 
토막 살인범들의 엽기 행각에 이들 모두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토막 살인범을 모두 사이코패스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4년 수원 팔달산 토막 사건 피의자 박춘풍(59)의 엽기적인 행각에 국민들은 그를 사이코패스로 지목했다. 박춘풍은 내연녀가 재결합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살해 후 시체를 토막 내 자신의 화장실에 쌓아뒀다.
 
하지만 뇌 영상 촬영을 통한 정신의학적 진단 결과는 그를 사이코패스 혐의에서 풀어줬다. 이 교수는 사이코패스라고 다 시신을 훼손하거나 엽기 행각을 벌이는 건 아니고, 일반인이라고 다 그렇지 않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범행 동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특수성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살인범의 동기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신 훼손은 원한관계나 치정 등 감정 문제로 지인에 의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안산 대부도 살인 사건을 저지른 조성호(30)는 같이 동거하던 동성애자 동료에게 성관계 대가를 못 받은 데다 성비하적 욕설과 부모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듣자 격분해 시신을 절단했고, 지난해 4월 경기도 시흥시 시화호에서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된 피해자는 피의자 김하일(47)의 동거녀였다.
 
이밖에 사후처리에 대한 부담감도 시신 절단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살인 후 시신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은 범죄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시신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 일단 빨리 눈앞에 안 보이게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CC(폐쇄회로)TV가 시신 훼손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요즘은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어 본인이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범죄에 작용한다이로 인해 CCTV가 오히려 범죄의 잔혹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미디어의 보도행태는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빙자한 언론의 무분별한 범죄 보도는 사람들에게 학습효과를 일으켜 모방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언론의 과도한 선정주의적 보도는 작은 동기라도 가지고 있던 잠재 범죄자에게 잘못된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을 시키게 된다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수시로 접한 잔혹 범죄 방식은 이들이 그런 상황에 닥쳤을 때 무의식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