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의화, “반기문 선대본부장 맡겠다” 비박계의 반격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4 정치세력화를 추진 중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6월12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머리를 식히고 지난달 30일 귀국한 정 전 의장은 소강상태에 있는 ‘정치세력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히 정 전 의장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통해 지지부진한 ‘제4신당’ 창당 움직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친박계에서는 발끈하고 나섰다. 이미 ‘반기문 대통령-친박 실세총리론’을 주장했던 친박계지만 비박계가 반 총장 영입에 나서면서 양 진영 간 반 총장을 둘러싼 구애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潘 친박 딱지로 대권 안 돼” 비박계 ‘영입’박차
-손학규+안철수+유승민 조합에서 ‘潘-安’으로 유턴
지난 5월27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제3지대 중도세력 규합을 통한 제4신당 창당’을 위해 싱크탱크격인 ‘새한국의 비전’(원장 박형준)을 출범시켰다. 이 자리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및 친유승민계인 조해진 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은 사실상 실무책임자인 연구원장을 맡았다.
반 총장과 ‘8월 비공개 면담’ 가능성
박 원장은 이와 관련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드는 데 작은 플랫폼이자 (정계개편의) 촉진제로서 역할을 상정하고 있다”며 “중도보수 내지, 개혁보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장 신당창당이나 국민의당과 연대보다는 제3지대에 제4 정치세력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정 전 의장이 비박계 전현직 의원(친이계)들을 중심으로 손학규, 안철수, 유승민 등 중도 성향의 잠룡들을 영입해 정치 세력화를 도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5월 말 방한한 반기문 사무총장의 차기대권 도전 시사 그리고 잇단 중도성향의 잠룡군의 정 전 의장이 추진하는 정치결사체와 ‘선 긋기’를 하면서 김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당장 ‘강진 토굴’에 머물고 있는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통해 “함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 복당을 앞두고 “취지를 이해하지만 당장 참여할 생각은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전 의장은 정치 구상을 위해 15일간 미국행을 선택해 장고에 들어갔고 30일 귀국했다. 정 전 의장의 귀국에 맞춰 여의도 내 정 전 의장 측근들 사이에서는 ‘반기문 영입론’, ‘친분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정 전 의장이 19대 전반기 국회 외교통상위원(2012.7월~13.3월)으로 미국에 의정 활동차 방문할 당시 반 총장과 비공개 회동 때 나눈 대화 내용도 흘러나왔다.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당시 정 전 의장이 반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만약 대선에 출마한다면 내가 선대본부장을 맡아 도와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두 사람이 막역한 사이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반 총장은 정 전 의장보다 네 살 많지만 평소 정 전 의장에게 “지도편달해 달라”고 요청할 만큼 남다른 친분을 유지했다.
반 사무총장과 정 전 의장의 인연은 의장 취임 당시 서신에서 잘 나타났다. 반 총장은 “과거 외교부에 근무할 때부터 따뜻하게 지도, 격려해주셨던 것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두 사람의 이런 인연은 참여정부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전 의장의 야당(한나라당) 외교통상위원으로 재직 당시 반 총장은 노무현 정부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다.
특히 2004년 김선일씨 피살 사건이 터지면서 외교부가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에서는 ‘반기문 장관 사퇴’를 압박했고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 정 전 의장은 야당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사퇴 얘기가 나와 깜짝 놀랐다”면서 “함부로 사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고 반 총장은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만약 반 총장이 이때 장관직에서 물러났다면 유엔사무총장 자리에 오르기는 힘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고 현재까지 반 총장이 정 전 의장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는 배경이다.
14년된 정 전 의장과 반 총장 ‘인연’
이때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남다른 인연은 2012년 미국 비밀 회동에서 ‘선대본부장 발언’이 나왔고 정 전 의원이 의장직에 오른 다음 2015년 3월 뉴욕 회동, 5월 여의도 만남 그리고 ‘8월 회동설’까지 진화하고 있다.
정 전 의장과 반 총장의 ‘8월 회동설’ 배경은 정 전 의장의 8월 유럽 방문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의장은 독일, 스페인 등을 방문하면서 ‘온라인 참여로 급성장한 스페인 정당 등을 연구하기 위해 출국하는데 이때 두 사람의 회동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장은 반 총장에게 새로운 정치 질서를 위해 제4세력이 필요하며 반 총장의 합류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측 역시 부인하지 않고 있다.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사전 약속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친분상 비공개 면담은 가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 총장 역시 정 전 의장의 ‘러브콜’을 피할 이유가 없다. 반 총장 입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은 절실하지만 ‘친박 후보’라는 딱지로 대선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미 반 총장은 지난 6월초 방한을 마치고 ‘친박 색깔’을 희석화하기 위해 외교부장관 시절 ‘책임 총리’였던 이해찬 의원과 회동을 추진한 바 있다. 막판 반 총장이 비공개 회동을 공개로 하자고 제안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반 총장 입장에서는 충청도 출신에 세종시를 지역구로 갖고 있고 친노 좌장격인 이 의원과 회동만으로도 정치적으로 외연확대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공개회동을 제안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 전 의장 측 역시 ‘반기문=친박후보’ 구도보다는 제4세력과 손을 잡아 대권 후보로 나서는 것이 낫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정 의장 측 “반기문도 좋고 안철수도 좋아”
한편 정 전 의장 측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도 ‘러브콜’을 재차 보내고 있다. 최근 ‘리베이트 의혹’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사면초가에 빠진 안 전 대표다. ‘도덕성’과 ‘새정치’로 무장한 안 전 대표지만 20대 개원부터 구민주계와 갈등으로 불거진 이번 사건으로 안 전 대표와 구민주계 간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 전 의장 측에서는 “국민의당이 안철수 새정치 세력과 권노갑-박지원 등 구민주계 세력과 결별할 경우 제4정치세력화 속도는 더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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