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새누리 전당대회 앞두고 전면전 유승민의 선택

K-Y라인 손잡고 친박과 ‘진짜 전쟁’ 선포

2016-06-24     고정현 기자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유승민이 돌아왔다. 지난 16일 비대위가 벼락치기하듯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친박계가 구성한 비대위가 친박계의 뜻을 거스른 셈이 됐다. 이와 맞물린 시점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침묵을 깨고 정치적 행보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쓰러져 있는 김 전 대표에게 유 의원이 목발이 되어준 것이다. 이로써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K(김무성)-Y(유승민) 라인이 다시 손을 잡게 됐다. 이에 친박계는 유승민 복당은 성급했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새누리당 전대 구도는 친박· 비박간 대결로 치뤄질 전망이다.


- 靑 유승민에 소탐대실 하진 않을 듯
-‘배신의 아이콘’ 오명부터 씻어야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자리에서 축출된 지 1년이 흐른 지금 2차 유승민 파동이 일어났다. 혁신비대위는 김희옥 위원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진석 원내대표 주도로 유승민을 포함 탈당파들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다. 이에 비박계는 ‘기습작전’이라며 의기양양하고 있다. 일단은 친박계가 확전은 피하고 있지만 2차 유승민 파동은 오는 8월 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파행으로 몰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김무성 전 대표도 본격 합세해 비박의 간판 아래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 모양새다. ‘태풍의 눈’이 새누리당에 안착한 것이다. 이로써 이번 전대가 친박계의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친박계·비박계 모두 2017년 대선을 주도하기 위해 전당대회 승리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더욱이 친박계로선 ‘반기문 대망론’을 실현하기 위해 당권 장악이 필수적이다. 두 계파 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초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이 결정된 16일 이전까지 이번 전대는 친박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비박에 비해 친박이 상대적으로 당권을 노리는 주자도 많고 수적 우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전대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난립한 친박의 후보들을 자연스럽게 교통정리해 줄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유력 주자로 거론됐고, 당선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아무리 당 주류가 친박이라 하더라도 유 의원이 중도 진영에서 비박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는 데다, 대구 출신이기에 지역적 연고도 튼튼하다는 점에서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유승민 대권 직행 가능성 커
전당대회 후방 지원만

당초 비박계에선 ‘유승민 당권-김무성 대권’의 구도를 스케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 의원의 최근 행보를 본다면 유 의원과 김 전 대표 사이 역할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한다. 유 의원이 전당대회를 출마하지 않고 대권으로 직행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유 의원이 당권보다는 대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탈당을 했다가 복당한 유 의원이다. 유 의원 입장에서 바로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또한 유 의원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뒤에서 비박 후보를 지지하기만 해도 이 역시 비박 진영의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유 의원이 ‘두 마리 토끼’를 쫓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朴돕겠다던 劉 계파갈등 단초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는 일단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당초 당혹스럽고 분노의 심정은 있지만 전당대회와 대권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정권 재창출이라는 새누리당 내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다. 청와대가 문제 제기를 하며 파국 양상이 됐다면 전당대회 개최도 불가능하고 향후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당청관계 차질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섣부르게 유승민 하나에 소탐대실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유승민이 복당하면서 새누리당 곳곳이 지뢰밭인 가운데, 유 의원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배신의 아이콘’이라는 오명을 먼저 벗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 함께 만든 이 당이 국정수행이 끝까지 될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물론 경제 민주화라든지 따뜻한 보수라든지 각론에서는 다를지라도, 박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 수행 완수를 돕겠다던 유 의원이다. 하지만 그 말에 책임을 지지 않고 계파 갈등의 단초가 된다면 자신의 지지율도 급락할 것이 자명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현재 여권 후보 중 대권 지지율 조사에 유승민 의원이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권 후보군만을 조사한 것이고 야권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으로 얻게 된 결과다. 본 게임에 갔을 때도 야권 유권자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의 야권 후보를 두고 유 의원을 뽑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유 의원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대권 당권을 논하기 전에 자신을 둘러싼 ‘오명’을 씻는 것이 먼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은 2017년 대선 항해를 앞두고 수리가 불가능한 난파선의 모습과 같다. 이 난파선에 유승민 의원이 올라탔다. 그가 자기 정치를 버리고 불이익을 감수하며 난파선 수리를 위해 일신을 던질 것인지, 배가 가라앉는데도 선장 자리만을 욕심내며 자기 방식대로만 수리하려 할 것인지 곧 드러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승민 의원이 본인의 주장대로 혁신보수인지 아니면 얌체보수인지 이번 전당대회 행보를 통해 알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 의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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