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정치권·지역사회 갈등만 남겼다

2016-06-22     고정현 기자

-“대선 때 마다 나오는 신공항 공약 민심이 철퇴 내려야”
-靑 “공약 파기 아니다. 약속 지켰다”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정부가 21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했다.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10년 내전(內戰)’이 종전된 것이다. 신공항이 떠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에 갈등과 분열만 남았다. 정치권에 만연한 포퓰리즘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가 맞물려 국가적 에너지만 낭비한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이 처음 정치권 이슈가 된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인 2003년 1월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은 부산 기업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전문가들에게 시켜 적당한 위치를 찾도록 하겠다"고 했고 이를 계기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부산 지역의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검토 필요성이 있다는 1단계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영남권 신공항을 꺼냈다. 당선 이후에는 국토연구원에 2차 용역을 발주해 국책사업으로 선정했다. 최종적으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의 텃밭인 대구와 부산이 신공항 유치 경쟁 도시로 갈라지면서 국론 분열은 극에 달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했다.

여기서 끝낼 수 있었던 갈등은 정치권이 다시 개입하면서 불붙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다시 대선 공약으로 꺼내든 것이다. 전(前) 정권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겨우 백지화했던 신공항 논란을 재 점화 시켰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부산 유세에서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면 당연히 가덕도로 할 것”이라며 수차례 ‘가덕도’를 언급했다. 문재인 후보도 “단순히 김해공항의 확장 이전 차원을 넘어 부산 등 동남권 지역의 공동 관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두 후보 모두 다분히 부산 표심을 얻기 위한 발언인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신공항 건설’ 공약이 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 정치권 인사는 “내년 대선에서 다시 포퓰리즘 공약으로 ‘민심 갈라치기’에 나서면 오히려 민심이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22일 김해공항 확장 결론에 따른 동남권 신공항 공약 파기 주장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공약파기한 것이 아니다"며 "약속을 지켰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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