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아래 숨겨진 검은 그림자

2005-06-14     정소현 
지난해 10월 공연 직전 돌연 취소돼 국제적 망신을 당했던 ‘2004 라이브 패스트(Live FA-ST 2004)’콘서트에 정치권이 개입된 흔적이 뒤늦게 포착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최근 <일요서울>은 당시 콘서트 기획 과정에 여권 중진 K씨의 전 보좌관 출신 A씨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과거에도 정치권 인사가 문화계 행사 등에 관계된 사례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 입김이 정치자금 조성 등의 문제와 연루된 경우도 종종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A씨의 연예인 콘서트 개입건도 간단히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특히 ‘2004 라이브 패스트’ 콘서트가 기획되고 무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 출처와 자금 이동 경로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콘서트 기획에 정치인이 지인 소개 ‘왜?’

문제가 됐던 ‘2004 라이브 패스트’는 보아, 비, 신화, jtl 등 국내 톱가수들이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무대로 2004년 10월 31일 열릴 예정이었던 초대형 콘서트. 하지만 공연 당일 티켓 이중 판매와 무대 준비 미비 등을 이유로 공연 시작 직전에 콘서트가 취소되면서 국제적 망신까지 당했던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행사 규모와 비용면에서 초대형 콘서트였던 만큼 당시의 사태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더구나 한류 붐을 타고 해외 홍보까지 겨냥하겠다는 거창한 취지에다 한국관광공사의 후원까지 걸고 콘서트를 개최키로 했다가 공연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해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당시 각 언론매체는 초대형 콘서트가 무산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행사주최측과 대행사 등의 안일한 기획만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렸다. 하지만 최근 ‘2004 라이브 패스트’에 정치권 인사가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시 행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A씨가 한 엔터테인먼트 업체 대표를 찾아와 ‘2004 라이브 패스트’ 콘서트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A씨가 행사를 주최한 모 기획사 S대표를 엔터테인먼트업계 한 관계자에게 소개시켜주며 콘서트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 뒤 여러 가지로 도움을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이밖에도 행사와 관련, A씨가 S대표를 돕는 차원에서 자신의 주변 측근들과 지인들을 여러 명 소개시켜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인 A씨 “이권 개입 없었다!”

이와 관련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S씨는 이모 의원의 보좌관을 통해 알게된 사람”이라면서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어 해 동정심에서 공연기획 쪽의 관계자를 소개시켜 주며 티켓과 관련해 문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어떤 일도 함께 하지 않았다. 그럴 만큼 S씨를 잘 알지도 못한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내가 그런 쪽(콘서트나 공연기획)일을 잘 아는 사람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무슨 수익금이니 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공연이 취소된 이유도 나중에서야 알았을 정도다.

난 그저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사람이 안 돼 보여서 단순히 도와줬던 것 뿐이다. 절대 이권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 기획사의 대표 S씨가 과거 이벤트 대행업체를 하면서 정치권 선거 행사 등과 관련된 일을 해왔었고, 지난 총선에서 여러 가지로 여권에 도움을 주며 정치권 인사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온 점을 미뤄볼 때 콘서트 취소 파문 배경에 정치권의 영향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공연을 주최한 이 기획사가 ‘2004 라이브 패스트’처럼 대규모 콘서트를 기획하고 진행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관광공사 후원까지 받으며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막대한 협찬 자금 행방 묘연…

또 초대형 콘서트를 진행하는데 드는 ‘막대한 자금’의 출처 역시 의혹으로 남는다. 당시 행사에는 여러 단체에서 협찬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 포털사이트는 2억원을 협찬했고, 대기업과 단체들도 거액을 협찬했다. 문제는 지방 소재 X상호신용금고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당시 행사의 후원금으로 비밀리에 협찬했다는 대목이다. 담보물도 없는 상황에서, 그것도 대형콘서트 진행 경험이 없는 기획사측에 선뜻 수억을 내놓았다는 점은 정치권의 압력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공연이 취소된 이후 지금까지도 상호신용금고측의 자금 회수에 대한 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고, 공연 기획 당시 협찬 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한 행방도 묘연한 상태라는 점도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정치권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당시 공연을 기획한 공연기획사와 몇몇 대행사들은 손해배상과 계약위반 등을 이유로 상호 소송 중에 있다. 따라서 송사 과정에서 공연 자금에 대한 행방이 정치권으로 유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