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Hot ISSUE] 기로에선 7년차 걸그룹…해체하거나 재편하거나
포미닛 7년 딜레마 넘지 못하고 공식 해체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기획사 주도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까지 완제품 형태로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어느새 한국 대중문화의 중심축을 도맡을 정도로 급성장하며 한국식 연예계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더욱이 아이돌 그룹들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외모, 연기, 예능실력 등 본업인 가수와 더불어 다양한 장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룹들이 7년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돌연 작별을 고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009년 ‘핫이슈’로 데뷔한 포미닛은 최근 7년 활동에 종지부를 찍고 해체를 공식화 했다. 최근 현아와 재계약을 체결한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남지현, 허가윤, 전지윤, 권소현의 전속계약이 종료돼 큐브를 떠나게 됐다”며 “멤버 4인과 함께 재계약과 관련해 논의를 거쳤고 심사숙한 끝에 재계약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4인 멤버의 앞날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그간 해체라는 말을 아껴왔던 소속사는 이번 결정으로 현아만을 재계약한 채 팀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그간 활동하면서 별다름 잡음이 없었던 포미닛이었던 만큼 아이돌 그룹의 ‘7년차 징크스’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들어 포미닛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들이 일제히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NE1은 최근 멤버 공민지의 탈퇴로 팀의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고 포미닛과 같은 소속사인 보이그룹 비스트 역시 장현승의 활동 중단으로 비상이 걸렸다.
대세녀 수지가 속한 미쓰에이의 경우 중국인 멤버 지아의 전속계약 만료로 완전체 형태의 그룹 활동이 어렵게 되자 일각에서는 해체설까지 불거지는 등 아직까지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중국인 멤버 페이가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당분간 이들 세명이 미쓰에이로 남게 됐지만 수지와 민의 계약이 1년여 남은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또 2014년 멤버였던 제시카의 탈퇴로 홍역을 치른 소녀시대도 당시 데뷔 7년차에 접어든 때였다. 이 밖에 에프엑스는 연기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설리가 팀을 떠나면서 4인조로 개편됐고 장수 걸그룹 원더걸스 역시 멤버들이 대거 교체되며 그룹명만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유독 7년차에 진통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계약서에 제시된 최대 계약기간 7년이라는 점 때문이다. 공정위는 2009년 당시 일명 ‘노예 계약’ 방지를 위해 계약기간을 7년으로 정했고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은 7년 계약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2009년 전후로 데뷔한 그룹들이 이제 막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재결성하거나 해체 수순을 밝아야 하는 기로에 섰다. 실제 소녀시대, 에프엑스, 2NE1 등은 멤버 일부가 탈퇴했지만 팀은 해체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이번에 해체 결정을 내린 포미닛이나 앞서 공식 해체한 카라의 경우 7년의 딜레마를 뛰어넘지 못했다.
7년의 법칙은 아이돌 그룹뿐만 아니라 신인 배우들에게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신인배우가 계약 후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데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된다며 이 기간 동안 기획사는 대략 연 5000만 원 가량 투자가 이뤄져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된다.
결국 데뷔 4~5년차부터 수익이 발생하면 대부분은 초기 투자비용을 메우는 데 쓰고 6~7년차가 돼서 양 측 모두 안정권에 접어들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소속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표준계약서를 악용하는 신인 배우들도 많다”면서 “이름이 알려지는 시기가 오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회사와 전속계약을 추진한다. 중소기획사들은 위험요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표준계약기간이 5년이었다면 재계약 여부가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 처음부터 잘되는 팀도 있지만 보통 평균적으로 뜨는 데 걸리는 기간이 3년이다. 5년차는 한참 활동이 잘 되는 시기라 멤버들이 더 힘을 합쳐 재계약을 할 수 있다. 하지만 7년의 경우 활동 노선이 확실해 지고 멤버 별로 인지도가 확연히 갈리기 때문에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힘들다. 7년차 정도 되면 각자 원하는 방향과 이해관계가 달라 제각각의 노선을 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포미닛의 해체소식이 전해지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까지 해체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해외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이용해 포미닉의 해체를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4minute please stay togother’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포미닛의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다. 이에 해체소식이 전해진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 해시태그를 포함한 게시물은 100여건에 달해 팬들의 아쉬움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