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성희롱, 후속조치는 어떻게?

성추행에 흔들리는 위기의 상아탑

2016-06-17     권녕찬 기자

사과에서부터 근신·무기정학·자퇴까지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성의 요람대학교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성희롱 사건으로 얼룩지고 있다. 최근 고려대 카카오톡 성희롱 사건을 비롯해 올해 초 건국대 오리엔테이션(OT) 성추행 사건, 지난해 국민대 카톡 성희롱 사건 등 남학생들의 도 넘은 저질 음담패설로 대학이 ()의 요람으로 바뀐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들끓는 여론 이후 학교 당국의 사후조치와 처분 결과는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 상황이다. 경각심의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요서울]은 사건 후 가해자들의 사과와 징계 등 후속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살펴봤다.
 
언어 성폭력에 관련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 형사처벌을 포함한 징계를 달게 받겠다. 징계가 현실이 되었을 때, 저희가 했던 발언을 두 눈으로 다시 읽었을 때, 그제서야 후회하며 반성했다. 평생 반성하며 살아가겠다”.
 
지난 13일 고려대학교에서 카톡 성희롱 파문이 세상에 알려진 뒤 이틀 후 학내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올라온 사과문의 일부다. 지난 15일 오후 많은 학생들이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도 사과문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4학년 남학생 A씨는 사과와 별도로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남자들이 종종 음담패설을 하지만 이건 선을 넘어섰다누나가 있는데 누나도 성적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2학년 여학생 박모씨는 진정성 있게 피해 학생에게 직접 사과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가해 남학생 8명은 카톡 대화방에서 1년여 간 아 진짜 새따(새내기 따먹기) 해야 하는데”, “이쁜 애 술 X나 먹이고 쿵덕쿵”, “OOO 주절먹(주면 절하고 먹는다)”, “여대 축제 가서 다 따먹자소라넷뺨치는 수준의 성희롱 발언들을 쏟아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여자 동기, 선후배, 새내기뿐만 아니라 불특정 여성들까지 그들의 성적 노리개 대상이 돼 있었다. 이들의 발언은 외모 비하, 성적 조롱을 넘어서 성폭력 공모, 지하철 도촬 등 범죄행위까지 광범위했다.
 
이에 사과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의 징계 수준은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관계자는 현재 정해진 것은 없고 조사 중이라며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학칙에 따라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양성평등센터, 인권센터뿐만 아니라 교무처와 학생처가 참여하고 교육부총장이 주재하는 특별대책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시스템 개발 등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타 대학 조치는?
 
앞서 지난 3월 건국대 신입생 OT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25금 몸으로 말해요게임을 진행하며 펠라XX와 비아그라, 69와 같은 선정적 단어와 함께 성행위를 묘사하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무릎에 앉고 껴안는 등의 행위를 하도록 유도해 신입생들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파문이 일었다. 사건 이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공개한 입장발표문은 해독 불가한 글씨체 때문에 희롱체 사과문이라며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위 입장문과는 별개로 OT 성추행 사건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생명환경과학대학이 발표한 글에는 공개사과와 함께 단과대학이 신입생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책임이 있는 관련 인원을 징계, 사후 재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생명과학대학 재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위의 사후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해당 단과대 회장을 비롯해 운영단은 5개 과 개강총회을 방문해 사과하고, 직책에서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교수를 초빙해 관련 재교육을 받고, 개강총회 및 축제에서 음주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 B(·26)씨는 이 같은 후속조치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4학년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조치 이후에 해당 내용을 공고문을 통해 밝히는 등 대체적으로 잘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후속조치들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학교 측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생명과학대학 학생회실로 찾아가 내부 학생들에게 물었지만 본인들은 학생회 소속이 아니고 그에 대해 잘 모른다며 답변을 꺼리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국민대학교에서도 고대 카톡 성희롱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학과 축구모임 회원 32명이 단체 카톡 대화방에서 나눈 낯 뜨거운 대화가 유출된 것이다. 같은 과 여학생들의 사진과 실명을 올리고 “OOO 가슴은 D컵인데 얼굴이 못생겼으니 봉지 씌우고 하자”, “처녀 없냐등 성추행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대 측은 당시 사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소모임을 해체했다.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성적 발언 등에 따라 처벌 수위를 조정해 이들 중 2명에게는 무기정학을, 나머지 4명은 근신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가해를 주도한 2명의 학생들은 징계 절차 중에 졸업장을 수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국민대 관계자에게 관련 사실 확인과 함께 나머지 26명에 대한 사후조치, 예방 교육 시행 여부 등을 물었으나 다 지난 일이고 관계부서에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확인해줄 수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 외 중부권 모 대학에서 한 남학생이 통학 버스 안에서 잠든 여학생 겉옷 지퍼를 내리고 가슴을 만지다 들통 난 일도 있었다. 가해 학생은 이후 사과를 했고 상담사를 통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당 학생은 학생징계위원회에서 처벌 수위를 검토하던 중 스스로 학교생활을 포기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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