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둔 오너들 기상도
정운호·신영자 ‘비’ 배해동·유근직 ‘맑음’…직원들 표정도 제각각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복수의 금융전문지가 뽑은 ‘투자자라면 꼭 봐야 할 10대 뉴스 - 3위’에 ‘기업상장과 연기’가 선정됐다. 기업상장은 증권시장에서 매매대상이 될 수 있도록 증권을 증권거래소에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상장을 하면 사회적평가가 올라가고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 되면서 자산가치가 증가해 해당 기업은 물론 투자자에게도 금전적 이익을 얻게 해준다. 그래서 투자자라면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연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상장 준비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각되어 개선을 위한 연기일수도 있지만 오너리스크로 인한 연기라면 재상장 시기 조율마저 쉽지 않다. 그래서 논란도 거세다.
대기업에 다니는 차모 과장(35)은 회사 상장 소식에 기쁨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입사 후 계열사 주식 일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최근 사측이 상장을 공식화 하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주식이 재평가될 것을 기대했다. 차 과장이 다니는 회사의 현재 시세는 알 수 없지만 상장을 하면 10만 원은 우습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기대감은 더욱 컸다. 이 돈으로 결혼하면서 구입한 아파트 대출금 일부를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성공여부에 따라 투자자들 표정 변화 심해…기업들도 마찬가지
신영증권, 상장 시 추천 종목 ‘인터코스와 L&P코스메틱’ 꼽아
그러나 현실은 상장 직전 연기. 오너리스크 부담이라는 게 업계 정설이지만 이 역시도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자칫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다면 상장폐지보다 더욱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 상장을 준비하기 위해 과거의 잘못된 흔적부터 지워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로 하다. 결국 차 과장의 회사 상장에 따른 목돈 마련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처럼 상장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처리퍼블릭과 롯데그룹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5위 기업인 네이처리퍼블릭의 상장은 ‘오너리스크’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운호 대표가 100억 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고, 최근에는 여성 변호인과 다투다 폭행 혐의로 또 다시 고소당하고 급기야 전방위 로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애초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연내 상장을 목표로 그해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다.
또한 네이처리퍼블릭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에 활용할 예정이었으나 상장 일정이 지연되면서 해외 진출 및 투자도 답보상태다.
업계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연내 상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갈 길 바쁜 신동빈 롯데그룹號도 결국 상장을 늦추는 불운을 떠안았다.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관련 비리 의혹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당초 호텔롯데는 오는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앞두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그룹 개혁의 핵심과제로 약속한 사항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호텔롯데 기업설명회’에 직접 나섰을 정도로 호텔롯데 상장에 공을 들였다. 투자 업계에서는 호텔롯데 상장을 기점으로 편의점 업종인 코리아세븐, 패스트푸드 롯데리아 등 다른 계열사의 상장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계 지분율을 65%로 낮춰 ‘일본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했다.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5조원 안팎은 그룹의 핵심 부문인 호텔과 면세업, 테마파크 등에 투자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일본의 롯데홀딩스(19.07%), L제4투자회사(15.63%) 등 일본계가 99%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호텔롯데에서 면세점은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핵심 사업에서 비리가 발생했으니 금융위원회 등 상장 관계 기관 등과 새로운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롯데면세점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BNF통상은 신영자 이사장의 아들 장재영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BNF통상에는 롯데의 전직 임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을 통해 면세점 입점 여부나 배치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호텔롯데의 사내이사인 신영자 이사장을 통해 확정됐을 거라는 추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도덕성이나 평판도 상장 시 고려 요소이기 때문에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네이처리퍼블릭과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추진했던 경쟁사 잇츠스킨과 토니모리는 모두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증권업계도 하반기 국내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중 43%가 화장품 관련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 수준”이라며 “화장품업, 가정용 기기, 가구 및 용품업, 도소매 유통업 순으로 상장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가수익비율은 특정 주식의 주당시가를 주당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주가가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낸다. 주가수익비율이 높다면 증시에서 높은 가격으로 주가가 매겨진다는 얘기다.
상장 시 추천 종목으로는 인터코스와 L&P코스메틱을 꼽았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도 오는 7월 일본 증시에 상장할 것이란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데 이어 2일(현지시간)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라인이 7월에 상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상장을 통해 3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 페이스북이 소유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 및 중국 텐센트가 제공하는 위챗과의 경쟁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WSJ도 라인이 7월에 도쿄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며, 뉴욕 거래소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20~3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상장시 라인의 시가 총액은 6000억 엔(약 6조4000억 원)로 올해 기업공개(IPO) 중 최대 규모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 시점 네이버만의 예상 시가 총액은 26조 원으로 계산되고 이제 해외 증시에서 결정되는 라인 시장 가치를 더해주면 전체 네이버 가치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