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벌려고 ‘홀복’ 입었다가…“이젠 못 벗어요”

방학 시즌 노래방 도우미 뛰는 여대생들

2016-06-17     신현호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명 찾는 손님들이 방학만 되면 몰려요. 여대생들이 ‘바글바글’ 하거든요.” 서울 관악구에서 보도방을 운영 중인 박모(32)씨는 기자와 만나 요즘 유흥가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씨에 따르면 최근 들어 보도방을 기웃거리는 여대생들이 확 늘었다. ‘굵고 짧게’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묻자 박 씨는 “이쪽(화류계) 여성들보다 여대생들이 더 많을 정도”라고 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북창동식이나 방석집 등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노래주점으로 손님이 몰린단다. 자연스레 노래·룸 도우미로 전향하는 직업여성들도 늘고 있어 아가씨가 넘치는 상황. 그럼에도 방학시즌 보도방에는 일반 아가씨보다 여대생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학생)을 숨기지 않는다. 손님들이 여대생을 원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먼저 밝히기도 한다. 보통 보도방 아가씨들은 가명을 사용하는데, 노래주점에 들어가 이름을 대고 불러달라 하면 해당 아가씨를 연결해준다. 앞서 박 씨가 설명한 ‘지명’을 찾는 경우다. 다른 테이블에 들어가 있거나 출근을 하지 않았을 때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일부 손님은 대학생들보다 더 방학을 기다린다. 박 씨는 “일단 여대생이라고 하면 손님들이 사족을 못 쓴다. 와꾸(외모를 뜻하는 일본어)가 안 좋아도 대학생이라고 하면 ‘캔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훨씬 예쁜 아가씨들이 있어도 대학생 인기만 못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손님들이 여대생 도우미를 찾는 이유에 대해 첫째, ‘일반인스럽다’는 점을 꼽았다. 직업여성처럼 보이는 아가씨보다 상대적으로 편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할 일(?)’은 다한다. 손님들은 노래방 도우미가 아닌 매력적인 여대생과 함께 음주가무를 즐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둘째는 여대생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풋풋함이다. 수줍은 얼굴로 펼치는 ‘애교 신공’은 삼촌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어린 나이는 덤이다. 박 씨 사무실에 출근하는 여대생들의 평균 연령은 21세다. 마지막으로 대학교 캠퍼스에서 못 이뤘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교를 다니지 않았거나 대학생 시절 예쁜 여대생과 만나보지 못한 손님의 마음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대생 프리미엄?

박 씨는 기자에게 자신이 데리고 있는 여대생 도우미 이민정(22·가명)씨를 소개해줬다. 대학교 3학년인 이 씨는 방학마다 박 씨의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한다.

일을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이 씨는 “처음에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시작했다. 알바도 해봤는데 방학 내내 하더라도 최저임금밖에 못 번다. 학비는커녕 생활비도 안 된다”면서 “이 일을 하면 돈을 금방 모을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다. 짧게 벌어서 남은 기간 여행도 다니고 사고 싶은 것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는 당연히 비밀로 했다. 이 씨는 부모님에게 학원 강의나 과외를 위해 지방에 내려간다고 말해뒀다. 밤늦게 시작해 아침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출퇴근 할 수도 없다. 이 씨는 방학 때만 단기 원룸에서 지낸다.

손님들이 여대생 도우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솔직히 이런데 아니면 삼촌뻘 되는 사람들이 여대생하고 언제 술을 마셔보겠느냐”면서 “팁도 많이 준다. ‘여대생 프리미엄’이다. 대놓고 여대생이 좋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술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술은 못 마셔도 상관 없다. 어차피 테이블 밑 휴지통에 몰래 버린다”면서 “술 버리는 걸 우리끼리 ‘작업’이라고 하는데 이 방법을 언니들이 가르쳐준다. 양주의 절반 이상은 버려진다. 입을 닦는 척하면서 물수건에 뱉거나 캔에 든 음료수를 마시는 척 하면서 뱉는다”고 귀띔했다.

일부 인기 많은 여대생은 강남에서 넘어오기도 한다. 주변에 회사가 많은 강남의 업소는 새벽 1시 전후로 문을 닫기 때문에 돈을 더 벌고 싶은 아가씨들이 이 시간 이후 타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박 씨가 활동하는 지역 업소는 아침 6~7시까지 운영한다.

강남에서 넘어온 아가씨는 이 곳에서 에이스로 불린다. 손님들은 에이스를 만나기 위해 예약까지 한다. 일부 잘나가는 아가씨는 일본 원정을 가기도 한다. 한 아가씨가 몇 년 전 일본으로 가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는 소문이 돌자 아가씨들이 더욱 분발한다고.

여대생의 인기에 화류계 여성들은 울상이다. 손님들이 여대생만 찾는 통에 아가씨들은 일자리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화류계 아가씨들이 여대생들이랑 경쟁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유혹 빠지기도

보도방은 업계에서 보통 ‘사무실’로 불린다. 그렇다고 건물에 사무실을 차리는 건 아니다. 대부분 승합차에 대기하다가 콜이 들어오면 차로 이동해 필요한 인원수를 업소로 내려 보낸다. 보도방 업주는 ‘실장님’으로 통한다.

도우미는 노래방 도우미와 룸 도우미로 나뉜다. 보도방 역시 노래방 도우미 전문, 룸 도우미 전문 사무실이 있다. 대부분은 둘 다 연결해준다. 노래방 도우미의 봉사료는 한 시간에 3만 원선. 이 가운데 5000원을 실장이 떼어 간다.

룸 도우미는 시간당 계산이 아닌 테이블 당 가격이 매겨진다. 한 테이블에 8~9만 원선. 실장이 2만 원에서 2만5000원을 뗀다. 시간은 대략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를 봉사한다. 운 좋으면 손님이 빨리 취해 자리가 일찍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룸 도우미는 노래방보다 적극적인 ‘터치(신체적 접촉)’가 가능하다.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박 씨가 운영하는 구역의 성매매 대가는 20여만 원. 노래방 도우미에 비해 신체적 접촉이 자유로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2차를 나가야 하는데, 손님에게 터치를 허락하지 않으면 2차를 나갈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가씨가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문제는 여대생들도 돈을 벌기 위해 직업여성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돈 맛을 본 대학생들이 화류계로 빠진다는 것이다.

이 씨는 “처음에는 시급이 높은 알바라고 생각해 시작했다가 성매매의 유혹에 넘어가는 여대생들이 많다”면서 “그러다가 복학도 안하고 아예 화류계로 빠지거나, 돈 많은 손님의 스폰서로 전락하는 친구들도 꽤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사실 걱정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가 좁지 않나. 전공이 피아노인데 나중에 유명해질지 누가 알겠나. 소문이라도 날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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