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둔 그녀 ‘서미경’…비자금 창구로 떠오른 사연

롯데와 수상한 거래 의혹 다수

2016-06-17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가 롯데그룹 비자금 핵심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서씨는 아역 배우 출신으로 1977년 ‘미스 롯데’로 선발됐다. 이후 1980년대 초반 연예계를 돌연 은퇴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 신 총괄회장이 서 씨의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호적에 올리면서 신 총괄회장과 서 씨의 사실혼 관계도 밝혀졌다. 현재 서 씨는 롯데그룹과 관련된 공식 직함은 없다.

다만 딸 신유미 고문은 2010년부터 호텔롯데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현재 공식 직함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문화예술공연장 유니플렉스 대표로 알려졌다.

이들 모녀는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다른 자녀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노출됐다. 신동주·동빈 형제간에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서도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또 이들은 주식보다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기준 서 씨는 주식 420 억원과 부동산 340억 원 등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 고문은 310억 원의 주식과 180억 원 등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공시지가 기준 집계여서 실제 부동산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검찰은 이들 모녀가 가진 부동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서 씨와 롯데건설의 부동산 거래에서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다.

서 씨는 2002년 보유 중이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5층 건물을 롯데건설에 넘겼다. 이후 2012년 서씨는 유원실업을 통해 이 빌딩을 다시 사들였다. 롯데건설과 유원실업은 법적으로 특수관계인이 아니어서 자산거래가 공시 대상이 아니다. 검찰이 이 같은 이유로 외부에 거래 내역이 알려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 씨가 지분을 갖고 있는 유기개발 소유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유기타워도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현재 유기타워에는 롯데의 창업전문 투자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입주해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가 청년 창업을 돕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사재 100억 원,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출연분 200억 원으로 자본금을 마련해 만든 회사다.

검찰은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유기타워 입주가 주변 시세보다 더 비싸게 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측은 “거론된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그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회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롯데그룹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지적된 곳이다. 국세청은 2013년 롯네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 탈루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600억 원대 추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롯데시네마의 서울·수도권 매점을 운영하던 유원실업은 이와 관련된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기개발 역시 롯데백화점 식당 영업권을 가져 일감몰아주기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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