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와 롯데家 분쟁 들여다보니…
원톱체제 흔들 신동주 반격…시나리오 설 주목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원톱체제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벌어진 전방위적 검찰 수사를 계기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있는 것.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 계획을 밝혔다. 또 2차 공식 성명을 내고 신 회장의 귀국과 검찰수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신 전 부회장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가 이번 검찰 수사에 핵심 자료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일각에서는 신동주 시나리오설도 나오고 있다.
수사 회피 부담 불구 일본서 표 단속 나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말하는 ‘주주제안’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현 롯데홀딩스 임원들에 대한 해임안과 신 전 부회장 등의 이사 선임안을 의미한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한시라도 빨리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라며 “오는 25일 열리는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당초 계획대로 주주제안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롯데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 전 부회장이 주주제안권과 신 회장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은 2차성명으로 계속됐다.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롯데 경영정상회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 대표이사 명의의 성명을 내고 “신 회장은 즉시 한국에 귀국해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홀딩스 사장도 일본의 관계자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라”고 주장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다. 신 전 부회장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같은 공세를 펼치는 것도 한·일 롯데가 모두 일본롯데홀딩스가 다스리는 구조로 돼 있어 일본롯데홀딩스를 잡아야 한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수사가 신 전 부회장의 시나리오로 시작됐다는 의혹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제공한 자료가 도화선이 돼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에 대한 소송전을 진행하면서 확보한 롯데 계열사 회계장부 분석 자료 등을 검찰에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자료를 비롯해 추가 자료 제출이나 제보를 통한 검찰 수사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 전 부회장 측은 “검찰에 제출한 자료는 재무제표, 지분 구조 등 공개된 자료 정도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대비하고 있다. 자칫 수사 회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귀국 일정을 연기하고, 미국 출장 이후 곧바로 일본행을 택했다. ‘표 단속’에 주력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지만, 이번 주주총회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열린 두 차례 주주총회에선 모두 완패했다. 롯데홀딩스의 2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실패하면서 이사회에서 밀려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롯데홀딩스가 신 회장에 대한 강한 지지표명을 했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상황도 아니어서 주주총회 결과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