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인터뷰] ‘특별수사’ 김상호, 투박함에 숨긴 노련미로 부심 빛내다
영화 ‘특별수사’에서 사형수 권순태 역을 맡은 김상호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소감을 전했다.
그는 “언론시사하기 전에는 우리끼리만 공유하다가 드디어 기자님들에게 선보이니 긴장이 됐다”며 “어떻게 봐줄까 기대되지만 개봉하면 관객들이 보고 판단할 것 같다. 그저 맨숭맨숭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더욱이 김상호는 이미 일반관객 3만 명 정도를 대상을 시사회를 진행한터라 개봉을 앞두고 다소 차분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감정이 연결될지 모르겠는데 가면 갈수록 좋았다. 보러 오신 분들이 소문 듣고 왔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신이 연기한 순태에 대해 그는 “순태의 삶은 동현이를 만나는 전후로 나뉘는 것 같다. 그 전에는 양아치로 살았을 것이다. 비겁하고 도덕성조차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 것 같다”며 “아마도 동거를 했거나나 한 여성을 임신을 시켰을 것이고 모른 척 살다가 5년 뒤에 애가 나타나자 변화된 삶을 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상호는 부심 가득한 순태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에도 등장하지 않는 순태의 과거까지 계산할 정도로 치밀함을 보여줬다.
특히 김상호는 “시나리오는 되게 친절했다. (오)민석의 이야기도 있고 (윤)문식이 형 이야기도, 필재(김명민 분)의 할아버지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영화 시작이 잡혀가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감독님이 편집시간에만 2년의 세월 보냈을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또 음악 감독님 덕분에 극이 늘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실제 현실이었으면 무서울 것이라는 그는 “변호사를 하나 알아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전했다.
영화 속 기막힌 사연처럼 순태를 완성해 나가는 것은 순탄하지 않았다. 세간에서 억울함의 아이콘이라고 불려 질 정도로 촬영 내내 말 못할 고충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상호는 “대본을 보고 나서 스틸이미지 하나가 떠올랐다. 눈보라 속에서 그걸 견뎌내는 동물 모습이었는데 순태가 딱 그거였다”면서 “힘들지만 딱 중심 잡힌 역할이어서 부담감이 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순태는 풍파를 견디고 서있는 역할인 만큼 영화 속 시종일관 맞는 역할을 도맡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때리는 것보다는 맞는 역할이 편하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맞는 거야 맞고 있으면 된다. 나중에 다 찍고서 맞은 사람이 동정을 받는다”면서 “민석이가 프로페셔널하다. 때리는 장면을 두고 감독님과 엄청 애기를 했다. 한번은 민석이가 때리는 장면에서 ‘죄송한데 세게 한 번만 갈께요’라고 물어서 흔쾌히 받아줬다. 물론 잘못 맞아서 중요부위를 맞았지만 연기의 신이 내려오더라도 방법은 없을 것 같다”고 웃어 넘겼다.
딸 역할을 맡은 김향기에 대해서는 “향기는 딱 그 나이 때에 머물러 있다. 보통 인간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것보다 과시하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 여자는 예쁘고 싶어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향기는 그냥 딱 고 1짜리 나이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앞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다작배우의 원동력에 대해 그는 “들어온다고 다 할 수도 없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생각이 맞으면 하는 것”이라며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는 눈치다.
하지만 왕성한 연기활동에는 10년 넘게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소속사의 역할도 한몫했다. 최근 회사 부쩍 성장한 것 같다는 물음에 “회사가 커진다고 배우한테 피부적으로 와 닫지는 않는다. 좋은 것도 있고 불편한 게 있기는 할 것”이라면서 “회사가 커지면 배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좀 더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다. 반면 불편한 게 있을 수 있는데 쉽게 말해서 10억짜리 영화랑 100억짜리 영화 중에 100억 짜리는 불편하다. 100억짜리를 하기 위해서 다 만족시켜야 한다. 그런 불편함과 편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연 욕심있다는 발언에 대해 묻자 김상호는 “꽂은 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종족을 퍼트리는 게 목적이다. 주연이 피는 것이겠지만 과정에 불과하다. 지금은 퍼트리는 게 목적”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가 말하는 퍼트리는 것은 좋은 배우가 되는 것.
그는 “사람들 뇌리에 괜찮은 배우로 남고싶다”며 “제가 죽고 난 다음에 우리 아이들이 일상생활을 할 때 아버지가 배우 김상호 씨라고 하면 주변에서 그 양반 연기보면서 힘냈었는데 라고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처럼 주연에는 개의치 않는다고 털어 놓고 있지만 김상호는 이미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연에 버금가는 비중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이에 “주연은 제가 외친다고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겸손하다고 해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 작품 할 때는 주연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단지 눈보라 속에서 버티고 서 있는 동물 스틸만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고 돌아봤다.
배우 김상호가 여러 풍파 속에서도 오로지 연기 열정만으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단연 그의 가족이 자리잡고 있다.
김상호는 “제가 아무리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해도 찾아주시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고 스스로에게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간 버틸 수 있는 것은 가족들 때문”이라며 애틋함을 전했다. 또 스스로 정한 목표, 발전해가리라는 목표가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극중 순태를 통해 관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김상호에게 2016년 행복한지 묻자 그는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행복하다”고 답변했다.
김상호는 “말이라는 게 어떤 선언도 되지만 지키는 담도 된다.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게 혹시 저한테 담을 치지 않을까 무섭기도 하다”면서 “목적이 있어야 한다. 꿈을 이루고 난 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듯 괜찮은 배우로 기억 남고 싶다는 것에 최종 목적을 두고 있다. 또 욕심도 필요하다고 본다. 자기 성찰도 있어야 될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다. 김상호는 “자빠지더라도 가족들이 있고 배우로서의 삶이 잘 안되면 다른 것 도전하면 되지 않겠냐”면서 스스로가 목표로 삼은 괜찮은 배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겠다는 의지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한때 모범경찰이자 잘나가는 브로커 ‘필재(김명민 분)’가 어느 날 한 사형수로부터 의문의 편지를 받은 뒤 세상을 뒤 흔들었던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며 범인으로 복역 중인 ‘순태(김상호 분)’의 억울함과 자신에게 씌워진 누명을 파헤쳐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16일 개봉.
<사진=송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