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꺼질까 걱정, 더 이상 기우(杞憂)아니다
구멍 ‘숭숭’ 뚫린 싱크홀 관리 대책
2016-06-12 변지영 기자
서울시, 수상한 싱크홀 통계 568건에서 7건으로?
지반탐사반 고작 ‘7명’으로 전국 관리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최근 싱크홀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20일 용산역 근처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던 시민 2명이 대형 싱크홀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1년 만에 같은 도로에 또다시 수십미터의 균열이 생겼다. 시민들은 대형 재난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이 용산 현장을 찾았다.
바닥에는 아스팔트가 노후된 듯 울퉁불퉁했고 원인 모를 균열이 있었다. 금 간 아스팔트 위로 연신 굴삭기들이 지나갔다. 대단위 빌딩을 짓고 있어 지반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다.
횡단보도 앞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A씨가 버스정류장을 가리키며 “작년에 저기서 두 명이 땅 속에 빠졌다.
그 후 주변을 아스팔트로 높게 메워 놓았는데 주변보다 높아서 보기에 조금 흉물스럽다”고 말했다.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보도블록 바로 밑이 다른 지면과 다르게 유독 높이 솟아 있었다.
용산 지반 침하 사건은 시민들에게 싱크홀의 위험성을 보여줬다. 당시 조사에 착수했던 서울시와 용산구는 주변 공사장의 부실시공으로 물과 토사가 유실된 것이 싱크홀(지반 침하)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공사장과 인접한 도로의 지반을 탐사하고 정밀 조사를 해 주변 지반층이 느슨하거나 균일하지 않던 5곳을 발견했지만 시민들이 오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현장에 직접 나가 도로 균열 발생 경위를 보고받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와 경찰 측에 추가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었다.
그러나 용산 사건 후 1년이 지난 2월 24일, 국민안전처와 서울시, 용산구청 등은 용산구 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 앞의 아스팔트 도로 중앙부와 측면에 폭 1~2㎝, 깊이 10㎝, 길이 60m의 균열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주변 곳곳에서 잔 균열도 확인됐다.
구청 측은 지하공사 당시, 지하수 유출로 도로 측면이 침하하고, 중앙부는 낡은 하수박스에서 누수된 물이 토사를 유실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또 공사장을 출입하는 대형 차량들의 잦은 통행까지 더해져 균열이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한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정밀진단 결과 판독과 보고서 작성·제출까지는 한 달 가량 소요될 것 같다”면서 “3월 중 재포장한 뒤 5월 중 도로 확장 공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처도 재포장이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아직도 주변 도로는 메마른 땅처럼 갈라져 있고, 그 위로 많은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곳이 지난해 지반 침하로 시민 2명이 추락한 지점에서 불과 100m 가량 떨어져 있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장마가 시작되는 7월~8월에 지반 침하 현상도 가장 심해져 안전 대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싱크홀은 지하에서 진행돼 위험 요소가 눈에 보이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개인이 전혀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과 위험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싱크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현재 전국의 싱크홀 발생 현황과 유형을 분석하겠다는 취지로 국토교통부가 2014년 11월 발행한 연구 보고서 “싱크홀 유형별 원인조사 및 정책 제언 연구”를 보면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의 5년간 싱크홀 통계치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에서는 싱크홀 발생원인에 대한 조사와 사후관리 대책이 미흡했다. 특히 지반침하 등 사고 발생건수조차 헷갈리는 등 국민 안전은 뒷전이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 관계자는 “서울시 이외의 전국 광역지자체는 그동안 싱크홀 통계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2014년도에 ‘싱크홀’에 대한 개념을 탑재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전국적 싱크홀 현황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통계치도 자체적으로 그동안 관리해온 서울시뿐”이라고 말했다.
또 보고서에서는 2014년 7월까지 500여 건에 달했던 도로함몰 건수가 1달 새 7건으로 줄어있었다. 서울시에서 제공한 통계 차이가 왜 이렇게까지 나느냐 묻자 관계자는 “2014년 7월까지는 명확한 기준 없이 공무원들이 싱크홀에 대한 판단을 했다”며 “2014년 8월 ‘도로함몰 특별관리 대책’을 만들어 도로함몰의 기준을 바꿨다”고 밝혔다. “기존의 도로함몰의 건수는 기준이 거의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로 너무 광범위하게 잡았기 때문에 통계가 현 실태와는 상이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하는 싱크홀의 정의나 관리 기준은 어떨까?
관계자는 ‘우리가 육안으로 보고 판단한다’는 답을 내놨다. 공동의 크기가 4㎡ 이상일 때에만 특별 관리를 한다는데 4㎡는 1.2평에 달하는 면적으로 전문가에 따르면 공동의 크기가 1㎡이상인 경우에도 사고 유발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설공단에서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구 싱크홀 우려 지역을 탐사하는 ‘지반탐사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탐사반의 인원은 고작 7명에 불과했다.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서 싱크홀 우려 지반 신청을 받은 것이 190여 개”라면서 “싱크홀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예산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되메우기’, ‘충전재 주입’
등 날림 공사 빈번해
시공 과정에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굴착 후 파낸 곳을 다시 메우는 ‘되메우기’ 작업이 날림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싱크홀 발생 원인은 부실 공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1036건의 싱크홀 중 하수관 손상이 564건(54%)으로 가장 많았고 관로공사 사고가 432건(42%), 상수관 손상이 40건(4%)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노후된 상·하수도관으로 생긴 싱크홀이 가장 크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하수도관 교체지만 이 부분은 환경부와 상의할 문제”라고 일축하며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지반침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최근 송파구나 구로 등 도심지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현상은 부실시공 때문에 발생한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싱크홀에 대한 공포가 커져가고 있지만 지하 공간 안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리 권한과 책임을 갖는 중심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하수도, 지하보도, 지하철, 지하상가 등 15개 지하 공간 정보를 11개 법령에 따라 4개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 국민안전처,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산 관리하고 있어 사고 이후 책임 규명과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