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알바’ 2시간 60만 원 ‘황당사기’

신종 보이스피싱 ‘제비 알바’를 아십니까

2016-06-10     신현호 기자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성적 판타지를 실현하고 용돈까지 벌려던 20~30대 젊은 남성들이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돈 많은 사모님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이에 대한 대가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른바 ‘제비 알바’ 사기에 호되게 당했기 때문. 이들은 여성들을 즐겁게 해주고 짭짤한 수입을 올릴 자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환상은 헛된 꿈으로 남게 됐다. 부끄러움에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못할 것이란 점을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6)씨는 최근 SNS에 올라온 알바 모집 공고를 보고 욕망이 솟구쳤다. 해당 모집 공고에는 ‘급히 돈 필요하신 남성들 클릭’, ‘알바 비용 : 기본 2시간 25만 원’ 등의 말로 남성을 유혹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충격적이다. 공고에서는 ‘사모님들 원하시는대로 잠자리만 잘해주시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면서 성관계 후 대가를 받는 알바임을 암시했다. 건수는 매주 최소 4회를 보장해주며 모집 대상은 24~50세로 한정했다.

모집 글을 올린 인물은 “돈 많은 30대 사모님들이랑 2시간 연애하고 60만 원 받으면 된다. 이후 추가되는 시간은 1시간당 20만 원씩 받으면 된다”면서 “알바 끝나고 사모님께서 직접 현찰로 결제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속였다.

김 씨는 결국 유혹에 넘어갔다. 이들은 김 씨에게 입회비 명목으로 60만 원을 요구했다. 자신이 만나게 될 사모님의 소개비와 여성에게 해를 끼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보증금이 포함된 액수다.

유혹에 넘어간 건 김 씨뿐이 아니었다. 대학생, 회사원 등 100여 명의 20~30대 젊은 남성이 넘어갔다. 이런 수법으로 100여 명의 남성들로부터 회원가입비 명목으로 6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성적 욕구도 해소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졌다.

알고 보니 ‘신종 사기’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들은 중국에 소재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으로, 사모님 접대 아르바이트라는 건 애당초 없었다. 피해자들도 의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사모님이 지금 출발한다”,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며 추가 입금을 독촉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보냈다.

A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중년여성인 것처럼 속여 이들 남성과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메시지도 주고받았다. 일정한 주거지가 없던 A씨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일대 모텔이나 원룸 등을 다니며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이런 방식으로 A씨가 관리하는 10여 개의 대포통장에는 8000여 만 원이 입금됐다. A씨는 자신의 몫으로 5~10% 가량을 떼고 나머지 금액은 중국 현지 총책에 송금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김 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인이라 환불을 하려면 100만 원 단위로 맞춰야 한다”는 황당한 말로 꾀어 오히려 차액을 더 입금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총 25차례에 1500만 원을 뜯어냈다.

은밀한 광고 현혹돼 ‘망신’

이들의 범행은 단기취업비자 만료일을 하루 앞두고 덜미를 잡혔다. A(23·중국국적)씨는 사모님 접대 아르바이트를 내세운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 조직의 인출책으로서, 지난 4월 24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김 씨 등 6명으로부터 2240만 원을 가로채 중국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경찰은 A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14일 단기취업비자(C4)로 국내에 입국한 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이 같은 모집공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입금한 돈을 돌려받으려다가 추가 입금을 계속하는 바람에 피해는 더욱 커졌다. 더구나 피해자들이 은밀한 아르바이트 구인광고에 현혹돼 피해를 당한 사실을 밝히기 꺼리면서 2240만 원을 가로챈 혐의만 적용됐다. 피해자가 쉽게 나설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남성들은 쉽게 큰돈을 벌고, 성적 욕구까지 충족할 수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에 꾸준히 돈을 입금했다”면서 “A씨가 속한 조직은 비정상적인 직업을 알선해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이란 점을 악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조직 총책 등의 뒤를 쫓고 있다.

shh@ilyoseoul.co.kr